다음 문제를 풀어 보시오. (메모지에 써보거나, 스마트폰에 적어보시고 아래 정답과 비교해보시길)
1.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2.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A) 저소득 국가
B) 중간 소득 국가
C) 고소득 국가
3.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4. 유엔은 2100년까지 세계 인구가 40억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주로 어떤 인구층이 늘어날까?
A) 아동 인구(15세 미만)
B) 성인 인구(15~74세)
C) 노인 인구(75세 이상)
5. 오늘날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A) 20%
B) 50%
C) 80%
6. 전 세계 30세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를 다닌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몇 년간 학교를 다닐까?
A) 3년
B) 6년
C) 9년
다짜고짜 문제를 풀라니, 기분 나쁘셨다면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팩트풀니스>의 머리말에는 위 문제를 포함해 총 13개의 문제를 제시한다.
정답은 1번부터 순서대로 C), B), B), B), C), C). 난 13개 중 겨우 반을 넘길 정도의 정답을 맞혔으니 한, 두 개 맞으셨다고 너무 낙담하지 마시길 바란다. 나라고 더 나을 게 없다. (그저 찍은 문제가 더 많았을 뿐..)
반대로 모든 문제의 정답을 맞히셨다면 두 가지 유형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팩트풀니스>를 읽으셨거나, 찍신이 강림해서 어느 정도 느낌으로 잘 찍으셨거나. 전자는 이 글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으니 돌아가셔도 좋겠지만 (아마) 오래전에 읽으셨기에 기억이 안 나실 수 있으니 이 글을 보고 다시 한번 상기해보는 것도 추천을 드린다(그러니까 돌아가지 마시라는 말이에요..). 후자는 어느 정도 세계를 잘 인지하고 계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린 정말 세상을 잘 알고 있을까?
-
우리는 생각보다 세상을 '너무' 모른다
우리는 삶을 살아감에 있어 거의 모든 것을 직관으로 해석한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앞서 기획을 잘하는 7가지 방법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삶의 축적된 결과물이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10가지 본능을 소개하며 꼬집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소득 국가, 전문가, 증권가 등의 사람들 조차 위 6개의 문제를 포함한 총 13문항에서 침팬지*가 맞출 확률보다 아래에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느낌대로 바라보는 10가지 본능 중에 (내가 생각한) 대표적인 본능 3개를 소개해보려 한다.
*책에서는 실제로 침팬지가 풀었다는 게 아니라 찍어서 맞출 확률인 33%를 말한다
1. 간극 본능
사람들은 양극단의 비교를 무척 좋아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나누고, 흑과 백으로 나누며 나와 너로 나눈다. 하지만 앞서 풀었던 문제와 같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둘로 딱 쪼갤 수 없다.
2.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B) 중간 소득 국가
<팩트풀니스>에서는 국가를 소득 수준별로 네 단계 쪼개어 설명한다. 여기서 중간 소득 국가인 2단계, 3단계 국가의 인구 비중이 70% 이상 차지한다. 이 구간의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 수 있겠지만 이동 수단(자전거, 오토바이)이 있으며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수 있고 돈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시작이 '간극 본능'인 이유가 있다. 세계를 너무 극적으로 나눈 상태에서, 사고의 출발을 하지 말라는 뜻에서이다. 단순히 선진국 vs 개발도상국이라는 양극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추라고 말한다. 그런 사고를 가지고는 세상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 두 도표를 보자. (두 도표는 서로 무관하다)
<팩트풀니스>, p.62
위 두 도표는 두 성별, 두 국가 간의 간극이 엄청 큰 것으로 보인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더 잘하고, 미국이 멕시코보다 잘 산다(고 데이터는 말해준다). 표에서 숫자가 증명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겠지만 책에서는 모든 면에서 남학생이 수학을 잘하고 미국이 더 잘살까, 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아래 도표는 세로축을 바꾼 것이다.
<팩트풀니스>, p.63
이렇게 보니 간극이 거의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아래 도표를 보자. 매해 평균이 아닌 특정 해의 수학 점수와 소득 폭을 나타낸 것이다.
<팩트풀니스>, p.63
여학생 대다수는 평균 점수를 가졌으며 남학생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 멕시코 또한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 도표를 보고 과연 남학생이 수학을 더 잘하고, 미국이 멕시코보다 소득 수준이 높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숫자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 시각마다 각각의 해석이 달라진다.
간극 이면에 숨어 있는 숫자를 파악하고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분별력 있는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부정 본능
우리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언론은 선별적 보도를 통해 우리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전쟁, 질병, 자연재해 등 위험 요소를 연일 노출시킨다. 어쩌면 (그런 것들의 노출이) 당연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런 현상만 받아들인다는 거다.
극빈층은 10% 이하까지 떨어졌다. <팩트풀니스>, p.80
18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극빈층 비율이다. 저 하강하는 그래프를 보시라.
실제 미국에 보고된 범죄 건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팩트풀니스>, p.98
느낌과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개인적인 느낌을 현실인 것처럼 곧잘 말하며 일반화시킨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제가 알기로는 그거 안 되는 거예요", "저는 그런 거 싫던데 요즘 사람들도 다 싫어할 걸요". (참고로 우리 회사는 아니고 아주 가까운 사람의 회사에 상사분이 이러하게 말씀하신다고 한다)
부정 본능에서는 실제로 '줄어드는 나쁜 것 16가지'와 '늘어나는 좋은 것 16가지'를 소개한다. 우리가 느낌으로 판단하는 재난, 전쟁, 감염, 아동 사망, 핵무기 등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좋아지고 있다. 아주 많이)
그러니까 부정 본능에서 말하는 핵심은 이렇다. 세상을 마냥 장밋빛으로 바라보자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기에 세상은 나쁜 것들이 가득하지만 나아지고 있음을 인지하라는 거다.
<나아지지만 나쁘다>
현 수준(예 : 나쁘다)과 변화의 방향(예 : 좋아진다)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뉴스에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고통이 더 큰 것은 아니다>
나쁜 뉴스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시하는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장밋빛 과거를 조심하라>
사람들은 유년의 경험을, 국가는 자국 역사를 곧잘 미화한다.
<팩트풀니스>, p.108
3. 일반화 본능
한 의과대학 학생 무리가 2단계 소득 수준의 국가에 갔다. 그 국가의 병원을 들르고 여기저기 견학을 한다. 그 국가의 안내 실장과 학생 무리를 인도하는 지도 선생 그리고 한 여학생이 특정 무리가 보이지 않자 한참 찾아 헤매다가 엘리베이터에 탄다. 문이 닫히기 바로 직전, 저 멀리서 그 특정 무리가 뛰어 온다. 여학생은 "빨리, 빨리"를 외치며 발을 앞으로 턱- 하고 가져 놓는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은 멈추지 않고 계속 그 여학생의 발을 조이며 닫히기 시작한다. 학생은 크게 비명을 질렀고, 발에는 피가 흠뻑 젖었다.
나중에 그 실장이 지도 선생에게 물었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 봐요. 어떻게 그런 바보 같은 학생이 의과대학에 있을 수 있죠?"
<팩트풀니스>, p.215의 내용 중 요약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 국가에 갔다고 치자. 저 여학생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아마 (열기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상) 발을 앞으로 내밀었든 손을 내밀었든 둘 중 하나의 행동을 했을 거라고 본다. 우리에게는 이게 일반적이고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우리 식대로 범주화하고 일반화한다. 책에서는 가장 흔하게는 인종과 성별을 이야기할 때 고정관념이 끼어든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반화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부의 차이점을 찾아보라
우리는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개 있을 거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 바지만 입은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 논다거나, 밥 먹을 돈이 없어서 굶주리고 있는 앙상한 뼈의 아기가 떠오른다거나, 물을 떠 오기 위해 커다란 물통을 등에 지고 걸어서 몇 시간 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아이가 떠오른다거나.
자, 만약 이런 것들이 떠오르신다면 지금 당장 저 멀리 날려 보내시길 바란다.
아프리카 54개국의 수득 수준을 나타내는 물방울 도표. <팩트풀니스>, p.225
아프리카는 54개국, 10억 인구가 사는 대륙이다. 이 대륙에는 네 단계의 소득 수준의 삶이 공존한다. 위 물방울 도표에 보이는 소말리아, 가나, 튀니지를 보라. 이렇게 대륙이라는 집단 내에서도 국가 간의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에볼라가 자동차로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100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케냐의 관광산업에 타격을 미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다. 두 지역은 런던과 테헤란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다.
<팩트풀니스>, p.224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 한 국가의 관광산업에 지대한 피해를 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집단 내 다양한 차이가 있음을 찾아보고 인지해야 한다.
집단 간 유사점을 찾아보라
중국의 2단계 가정에서는 물을 끓일 때 불 위에 삼각대를 놓고 그 위에 주전자를 놓는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그 이미지만 보았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게 뻔하다. '아 저게 중국 문화구나'.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같은 단계 가정의 조리 방식 이미지를 봤다면 그렇게 '문화'로 단정 짓지 않을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중국 2단계 소득 수준 가정의 조리 시설. <팩트풀니스>, p.221
중국뿐만 아니라 2단계의 나라에서는 흔히 위의 이미지와 같이 물을 끓인다고 한다. 문화가 아니라 소득 수준에 의해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2단계 국가 가정의 지붕, 화장실 나아가 4단계 국가 가정의 침실 등 소득 수준이라는 집단 내에서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특정 현상을 보고 그것을 문화나 종교적인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 특정 현상이 거기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에 주의하라
특정 집단의 다수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 집단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것이 51%인지 99%인지 물어보라.
예외 사례에 주의하라
화학물질이라는 단어는 들었을 때, 어떤 유해하고 심각한 느낌의 인상을 준다. 예외적인 유해물질을 제외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은 화학물질로 만든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비누, 플라스틱, 세제, 휴지 등 우리에게 필요한 고마운 것들은 대부분 화학물질이다.
나는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라
일반화 본능 맨 처음에 소개했던 책 속의 여학생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이 '평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낳게 된 비극적인 결과다. 나의 경험은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열어둬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
앞서 소개한 3가지 본능 말고도 7가지 본능이 더 있다. <팩트풀니스>는 우리 몸에 내재되어 있는 무수한 본능이 얼마나 세상을 느낌대로 잘못 파악하고 있는지 낯낯이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내가 여태껏 느낌대로 판단했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반성하게 되고 겸손해지게 만든다. 세상을 제대로 알고 싶거든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정직한 시선(5.0/5.0) : 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교,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선물할 정도면 말 다한 거 아닌가.
삐딱한 시선(5.0/5.0) : 삐딱하게 바라보려고 하는 내 두 뺨을 가볍게 후둘겨 패주신다.
다 읽은 날 : 2020.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