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공

일 잘하는 사람의 유형

스테르담

2020.11.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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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5장: 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업무 내공

직장인에게 일이란 의무이자 고민의 원천이다. 



어떤 이는 일이 많아 불만이고, 어떤 이는 일이 적어 고민한다. 

내가 일인지 일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일이 많은 사람에겐 어쩌면 고민할 시간조차 사치일지 모른다. 일이 없는 사람은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고민의 종류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숙명과도 같은 고민이 있다. 바로 ‘일을 좀 더 잘하고 싶다’는 고민이다. 이는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  


과연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 

그리고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람은 어떻게 일을 할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 잘하는 사람의 유형을 몇 가지로 정리해봤다. 


때론 내가 닮기 위해 따라 해 본 유형도 있고, 따라 하지 않으려 한 유형도 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고,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인 부분도 있다. ‘일 잘하는 법’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미안하다. 모든 직장인에게 통용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난 세상에 그런 건 없다고 본다. 각자가 처한 처지와 환경, 그리고 업무 방식 및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 유형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입해보고 자신에게 적용해나가다 보면 각자에게 맞는 답이 보일 것이다. 

 

(1) 협상왕

이들은 인생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아는 사람들이다. 역지사지를 상투적인 사자성어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더불어 그들은 역지사지가 ‘해결책’이 아닌 ‘대비책’ 임을 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이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일의 시작 단계에서 업무 관계자들의 직위, 담당업무, 성향 등을 역지사지함으로써 ‘대비책’으로 활용한다. 문제가 생겼거나 말문이 막혔을 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이 역지사지가 아니란 말이다.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보자.  

우리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고, 공식 회의석상에 높은 분을 앉혀놓고 다른 팀으로부터 협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왜 그 협조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은 왜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며 옥신각신하다 보면 어느새 목소리가 커진다. 마치 선생님 앞에서 “얘가 나 안 도와줘요”라고 징징대는 초등학생처럼 두 팀 모두 상대를 비난하며 높은 분에게 어서 빨리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졸라대는 모양새를 보이고 만다. 높은 분이 어떠한 결정을 해도 상처는 남게 마련이다. 도와주라고 지시를 해도 그렇고, 아니라고 해도 그렇고, 양쪽 모두를 질책하며 나가버려도 그렇다. 일방적인 지시를 ‘당했다’고 느낀 팀장은 다음번 회의에서 복수할 날을 기다리며 칼을 갈게 될 것이다. 나름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당위성을 많이 준비한 상황인데도 결론은 이렇게 나버린다. 


이럴 때 협상왕은 어떻게 행동할까?  

앞서 언급한 대로 대비책을 강구한다. 즉, 공식석상에서 문제가 논의되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상대 팀장과 협의를 한다. 물론, 역지사지 전략을 사용한다. 우리를 지원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상대방의 사정을 충분히 공감함으로써 공식석상에서 발생될 서로를 향한 비방과 손가락질을 사전에 방지한다. 비공식 석상에선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공식석상에서는 말할 수 없는 상대방의 사정에 대해 듣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양보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공식석상에서 높은 분의 의사결정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사전에 미리 협의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과정과 결과는 천지 차이일 것이다. 협상왕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빛나게 해 준다. 고로, 협상의 결과는 ‘나도 좋고 너도 좋고’가 된다. 그들은 그 결과를 지향한다. 


(2) 소통왕

말해 무엇할까. 

소통은 직장생활의 처음이자 끝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소통의 과정이나 결과일 것이다. 이해관계가 거미줄보다 복잡하게 얽힌 직장에서의 소통 능력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소통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소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소통 방법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한다.  


대면, 서면, 전화, 이메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언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 잘 안다. 특히, 상사의 성향이나 그날 기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소통 방법을 선택하고 실행한다.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인지라, 의사결정을 비롯해 꽤 많은 것이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언젠간 메일로 죽도록 싸운 상대방과 얼굴 보며 1분 만에 쉽게 푼 적도 있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사에게 대면 보고 대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서면 보고를 하여 승인받은 적도 있다. 메일 수백 통이 오가던 일을 직접 목소리 들으며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한 적도 있고, 전화로 애매모호하게 이야기하던 것을 이메일로 간단명료하게 끝낸 경우도 있다.


소통 방식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쉽게 생각해보자. 논리로 무장한 자신 있는 말투, 상황에 따라 이메일, 보고서 등의 소통 방법을 골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누구나 그를 ‘일 잘하는 사람’이라 칭할 것이다. 상사의 질문엔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중언부언하지 않으며 ‘묻는 말’에 제때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소통 방식과 과정 하나하나는 상대로 하여금 나를 판단하게 하는 꽤 명확한 단서가 된다. 소름 끼치는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고 팩트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3) 리더십왕

‘리더’는 우리말로 ‘선도자’로, “앞에서 이끄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리더라는 말을 참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 ‘좋은 리더’의 덕목이나 요건에 대해서도 몇 가지쯤은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상사를 자연스레 떠올리고, 그 반대에 해당하는 모습이 좋은 리더의 덕목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흔히 ‘관리자’와 ‘리더’를 동일시한다. 하지만 이 둘 사이 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직장 내 조직 관점에서 보자면 관리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지만, 리더는 영향력을 발휘하여 구성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관리자가 되었다고 해서 그를 리더라고 말할 순 없다. 아쉽게도 리더를 바랐는데 관리자의 모습만 내세우는 상사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리더는 관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리더가 가진 영향력이 ‘공식적’(팀장, 조직 책임자 등)이라면 관리자라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중간 관리자, 파트 리더)라면 관리자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진정한 리더라면 관리자를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어 낼 확률이 훨씬 높다. 


그 사람이 리더인지 관리자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지는 현장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일이 터지거나 했을 때는 더 그렇다. 

 

예를 들어보겠다. 

 

A: “이러한 문제가 생겼는데,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지? 왜 미리 말 안 했나?”

B: “이러한 문제가 생겼는데, 같이 한번 봅시다. 그동안 중간보고를 받지 못한 것 같은데, 미리 물어보지 않은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 같이 대책을 마련해봅시다.”

C: “이런 문제가 생겼던데, 나는 모르겠고 알아서 잘 해결하세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위 상황에서 누가 리더인지 아닌지는 명백하다. 내가 만났던 좋은 리더들은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려 그보다 더 큰 시너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귀재였다. 방향은 명확했고,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으며 일을 하는 중에 피드백을 과하지 않게 그러나 엄격하고 단호하게 했다. 무엇보다, 탑다운 방식으로 일이 할당될 때도 우리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걸 했을 때의 결과와 영향력은 어떠한지를 사전에 미리 팀원들과 공유했다. 그렇게 하면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팀원들의 불만이 없었다.  


나 하나 잘되자고 아랫사람을 부리는 사람이나, 위에서 깨진 감정을 고스란히 아니 더 증폭시켜 구성원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관리자와는 명확히 선이 그어지는 특징이다.


(4) 전략왕

전략의 사전적 뜻은 “정치, 경제 따위의 사회적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방법이나 책략”이고, 군사적 의미는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이나 책략”이다. 

사회생활이 전쟁과도 같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 사전의 뜻풀이는 우리 삶을 소름 돋게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사회활동이든, 전쟁이든 간에 전략은 생존과 직결되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직장에는 전략적 사고와 전략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들에겐 배울 점이 참 많다. 그런데 개인의 성과, 즉 광을 파는 것을 목적으로 전략을 사용하면 그 사람은 ‘정치적인 사람’으로 변질되기 쉽다. 아쉽게도 직장에는 이렇게 변질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개인적 안위를 위해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늘어난다. 물론,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내세우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이는 기본이 뒷받침되고 성과와 연계될 때 빛을 발한다. 


전략왕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을 보면,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배울 점이 많다. 그들이 하는 사고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감성적인 것의 총합으로 항상 정답일 순 없지만 대개 맞아떨어지고 그렇지 않더라도 큰 손해가 없다. 한순간을 모면하는 재치나 비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승전결을 따져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들과 대화하면 즐겁다. 지금 하는 일을 먼 훗날의 결과와 연결하여 생각하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훗날을 미리 생각하며 행동하는 그들의 설명을 들을 때면 난 언제나 짜릿함을 느낀다. 


내가 모시던 한 상사는 보고의 시기마저도 전략적으로 선택했었다.  

그 시기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지기도 했고, 또 타 팀의 협조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보고서를 완성하자마자 조급히 보고하느라 실수하는 나에게 그 상사의 전략적 사고와 행동은 큰 깨달음을 줬다. 마음의 부담을 빨리 덜어내고자 조급히 보고하고 떨쳐버리려는 나와는 달리 그분은 큰 판을 읽고 흐름을 보며 전략적으로 시간을 조율하고 기다릴 줄 알았다. 그 상사의 보고서 작성 방법 또한 전략적이었다. 방향은 명확했고, 군더더기가 없었으며 하고 싶은 것과 얻어내야 하는 것을 명확히 짚어냈다. 함께 보고서를 만들며 스토리라인 짜는 법,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항목을 넣으며 작성하는 법을 배웠다. 보고서 작성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된 시간이었다. 


(5) 스킬왕

이 사람들은 ‘기술자’로 불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엑셀에 능통하고 또 어떤 사람은 사내 시스템에 귀신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꿰차고 있어 조언자의 역할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일꾼’의 이미지가 강하다. 어느 한 분야의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은 꽤 큰 장점이다. “아, 그거요? 누구누구 찾아가 보세요. 도사예요”라는 말은 직장 내에서 찬사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엑셀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한 후배가 있었다.  

그 친구의 단축키 스킬을 보면 사람의 경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사에도 시스템이 많지만, 그걸로 해결이 안 돼서 엑셀이 필요한 경우가 꼭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 친구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엑셀을 잘한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회의석상이나 높은 분들의 의사결정 현장에 자리를 많이 한 그 친구는 높은 분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리고 ‘일 잘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다른 동료들보다 빠르고 견고하게 쌓아나갈 수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실제로 일도 잘했었다. 엑셀과 비슷하게 회사 내 시스템에 능통한 사람들도 인기가 많다. 즉, 평이 좋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이러한 친구들도 실제로 일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내어 남들보다 한 번이라도 더 시스템에 접속해보았다는 반증이며, 시스템을 활용하여 일을 효율적으로 해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먹고살려면 기술이 있어야지”라는 어른들의 흔한 말이 틀리지 않음을 직장 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의 유형을 몇 가지 짚어보았는데,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 

일 잘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수많은 정보와 지극히 당연한 것을 내가 어떻게 습득하고 행동하며 적용할 것인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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