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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가 온다] 취직이 가장 쉬웠어요.

나무늘보

2021.01.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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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들은 매우 바쁘다.

 

 


 

출처: 매일경제, 강남 극성 엄마들의 `올인 교육`

 

 

아침 일찍 아이를 영어유치원 스쿨버스에 태운 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집안 청소 및 밀린 가사와 개인 일들을 처리한다. 아이가 애프터(정규 수업 이외의 방과 후 수업, 주로 미술이나 체육 등이 있다)를 마치고 집에 오기 전까지 중국어를 수강한 엄마들은 아이가 에프터를 마치고 바로 중국어 학원을 갈 수 있도록 그 사이에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서 유치원에 픽업을 간다. 유치원에 가는 사이, 준비해 온 간식을 먹이고 중국어 수업에 들여보낸 엄마는 근처 카페나 슈퍼마켓에 들려 저녁을 위한 장을 보며 짧은 시간을 때운다. 그리곤, 아이의 중국어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 저녁을 먹인 후, 일주일 후에 있을 아이의 영어 발표 연습과 중국어 학원 숙제를 함께 마치면 엄마와 아이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제3외국어는 기본,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의 정석 안 때면 SKY 못가.

 

 


 

한 초등학교 아이의 하루 스케줄(출처: tvN '화성인 vs 화성인')

 

이 일과는 예전에 무리하게 자극적인 설정을 해서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샀던 tv 프로그램 화성인에 나오는 ‘재벌 2세 아이’만의 일과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영어는 기본 중국어 등의 제3외국어까지 유치원에서부터 조기교육을 받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수학의 정석(기본)을 예습하지 않으면 SKY 대학을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아이들의 입시 경쟁을 과장해서 말하는 루머가 아니다. 평균 출산율은 이미 1명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이들의 입시 경쟁은 날로 더 심해지고 있다. 오히려, 가정마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자녀에게 교육을 시키다 보니 소수의 아이들만의 리그는 더욱 과열되고 있다.  

 

이 전쟁은 입시전쟁을 마친 대학가에서도 이어진다. 그들은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대기업 혹은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신입생 때부터 대학생활을 즐기기는커녕 토플학원에 대외활동에 청춘을 즐기지 못한다. 어렵게 맞춘 영어 성적과 대외활동 자료를 통해 서류를 통과하면 이제 취업을 위한 본격적인 여전에 돌입한다. 각종 스터디를 통해 각 기업의 예상 면접 질문들을 모아 모의 면접까지 해보며 취업전쟁에 나선다.  

 

 

라떼는 말이야.

 

 


 

꼰대(출처: 뼈아대)

 

5060 세대는 이런 세대를 보며, 이런 말을 한다.

 

나 때는 말이야,

졸업 시즌만 되면 졸업생들 데려가려고

대기업 버스가 정문에 줄을 서 있었어.

 

그러며, 한 마디 꼭 추가한다.

 

내가 너네처럼 영어하고 교육받았음

지금쯤 대기업을 골라가기는 물론 특급 승진해있을 거야.

라고 의례 너스레를 떤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386세대, 즉 한국 학생운동의 제1세대로 불리는 4·19세대와 6·3세대가 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를 가리키는 이들 세대가 정치적·사회적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생긴 개념으로 '386'이란 용어는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386 컴퓨터에서 딴 것이다. 그러나 '386' 세 숫자에는 각각의 뜻이 들어있어, '3'은 1990년대 당시 30대를, '8'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80년대 학번을. '6'은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즉, 1960년대에 태어나, 80학번을 가지고 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세대가 바로 386세대이다. 386세대는 전두환 정권 시절의 3저(달러·유가·금리) 호황을 타고 386세대가 졸업할 80년대 말-90년대 중반에 직장을 골라서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예 '취업난'이라는 말 자체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때이다.

 

 

 취직이 가장 쉬웠어요. (출처: 나무늘보 <58년 개띠가 온다.>)

 

 

전설 같이 들리는 대학 졸업 시즌만 되면 지금의 대기업이라 불리는 LG(구 금성), 삼성, 현대 등의 회사에서 앞다투어 그들을 '모셔'가려고 버스를 줄 세워 대기시켜놓고, 면접을 볼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58년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인 70·80학번 시대에는 연간 15.1%라는 경이적인 경제 성장률을 만들어내던 때였으니, 소위 말하는 현 대기업들의 성장이 그때 다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폭발적인 기업의 성장에 발맞춰 필요한 것은 바로 '맨-파워'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대대적인 스카우팅이 이루어졌고, 그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본인이 가고 싶은 기업을 선택해서 갈 수 있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인 58년생의 산업별 비중은 제조업이 20.88%, 도매 및 소매업이 15.27%, 건설업 9.61%로 다른 세대에 비해 제조업(1.15% p), 건설업(2.12% p)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70·80년대 폭발적인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성장을 이룩한 기업의 산업과도 일치한다.(출처: 통계청)

 

이제는 3포 세대를 넘어 연애,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7포 세대는 '취업난'을 넘어 '취업가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취업 호황'을 누리던 58세대가 '오버스펙'을 가지고도 7포나 해야 하는 세대를 바라보면 상상도 하지 못할 시대임은 분명하다.

 

 

어떤 이들은 58세대를 보고 아래와 같은 비난을 하기도 한다.

 

386은 저질 스펙에도 졸업만 하면 대기업에 척척.

정년연장 수혜에 은퇴 후 국민연금도 알뜰히.  

 

하지만, 그 시대에도 분명 '평가'는 존재했다.

그 시대에 원하는 스펙이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것은 맞지만, 이마저도 '상대평가'였다는 것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지금, 그때보다 대학생 졸업자의 수가 현저히 많아서 지금의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분명 그때보다 '수요'가 매우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사용하는 것은 '상대평가'이다. 지금이나 그때나 기업들은 그들이 가진 인력풀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을 선별하고 채용할 것이다. 심지어 베이비붐 세대였던 58년생들은 수적 다수로 입시와 취업에 있어 약 712만 5천 명인 전체 인구의 14.6%(출처: 통계청)를 차지하는 과밀 경쟁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호황기'를 겪었으니, 그들도 마냥 호황기만을 누렸다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금보다 비교적 하향된 수준 경쟁'을 통해 취업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재, 전체 취업인구가 2,785만 8천 명(출처: 통계청)으로 초고령화 사회임에도 은퇴 연령층을 포함한 대다수의 인구가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며 경쟁을 고도화하고 있다. 동시에 그 수준이 모두 '상향평준화'되고 채용 평가를 객관화하기 위해 여러 점성적 평가 시스템을 도입되다 보니 토플 성적이나 토익 등 이를 위한 점수들이 생겨나고 '상대평가'에서 객관적으로 상대방보다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위해 '오버스펙'이 생겨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 연령층은 그들의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그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를 헐값에 시장에 되팔고 있고, 이에 밀레니얼들은 다양한 스펙으로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청춘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의 '젊은 여가시간'을 오롯이 '스펙'을 만들기 위한 시간으로 소비하게 만들고, 이러한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포기하는' 세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서로 다른 사회를 경험하고 해결해야 할 두 세대 58년생과 밀레니얼 간의 시각차와 지금 현시대에 대한 온도차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역사와 패션은 돌고 돈다.

 

 


 

패션은 돌고 돈다.(출처: 디스패치)

 

하지만, 58년생들이 겪었던 시대를 단순히 그들이 경제 성장기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시대에 그들이 겪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제2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반영하여 보면 어떨까? 그들의 경험이 지금 우리 사회를 만든 것처럼 그들의 횡보와 경험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공업 호황기를 맞이 했던 것처럼 지금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그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예측하다 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취업할 땐 '3저 호황' 퇴직 앞두고 '정년연장'···불로장생 386, 중앙일보, 2019

38세대 유감, 김정훈, 2019

베이비붐 세대의 현황 및 은퇴 효과 분석, 통계청, 2010

2019년 8월 고용동황, 통계청, 2019

 

사진 출처

강남 극성 엄마들의 '올인 교육', 매일경제, 2007

화성인 vs 화성인, tvN, 2009

꼰대, 뼈아대, 2019

패션은 돌고 돈다, 디스패치, 2017

 

글 

나무늘보(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는 2018년 기준 총인구의 38.22%에 이릅니다. 또한 2020년 시니어 관련 시장 규모를 149조 원으로 10년 전 44조 원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한 마케터에 따르면, 최근 유통계에서 가장 실패한 마케팅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실버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들이 노리는 5060세대는 본인들을 '실버'라고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열정과 세련되고자 함을 잘 이끌어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이 세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게 58년 개띠가 움직이는 포인트를 포착하고 실행하는 브랜드에게 149조 원의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다양한 글을 통해 58년 개띠를 심층 분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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