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동아리 선배 중에 스타트업을 다니던 선배가 있었다. 지금이야 스타트업 하면 내가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으니 잘 알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곳이 많으니 익숙하지만 그땐 단어조차 생소했다. 그저 어렴풋이 스타트업이란 뭔가 열정적이지만 가난한(?) 그런 곳이라 생각했었다. 그때 그 선배가 그랬던 것 같다.
나만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스타트업이라는 곳의 인식이 잘 굳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제일 좋아했던, 가고 싶었던 곳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지금은 당근마켓이 킹왕짱이다). 그냥 좋은 기업이구나라 생각했지 거기가 스타트업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지금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고, 많은 후배들(또는 취준생)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쨌든 내가 스타트업에 발을 들인 건 우연히 본 공고 때문이었고 그곳의 기업문화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무언가 홀린 듯 지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스타트업을 지원한 기억을 토대로 간략하게 스타트업 취업에 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가이드라고 하긴 했지만 그냥 수많은 방법 중에 내가 겪은 하나의 경험일 뿐 이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꼭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스타트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또는 취준생들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미 그대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을 수도 있으니 주의
참고로 지금부터 언급하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앞에 '좋은', '괜찮은' 등의 단어를 생략한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채용사이트
로켓펀치(https://www.rocketpunch.com/)
보통 채용사이트 하면 생각나는 곳은 O코리아, O람인일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는 곳은 로켓펀치라 생각한다. 단순히 스타트업이 많이 있어서 여기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핫하다고 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여기를 통해 채용 공고를 하고 있고 기업정보도 잘 소개하고 있다. 또한 보기도 편리하다. 특히 보상(연봉, 스톡옵션), 투자유치 유무, 산업분야 등의 필터를 통해 회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다른 채용사이트와의 차이점은 다른 곳은 이미 잘되어 있는 채용사이트라서 그런지 수많은 채용 공고가 있어서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피로로 다가왔다. 로켓펀치는 비교적 덜해서 내가 찾는 회사를 조금 더 쉽고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양보다 질이라고나 할까.
P.S. 요즘(2020.6 기준) 로켓펀치가 힘이 많이 약해진 것같다. 그래서 위에 글도 마찬가지로 힘을 잃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추천하라면 원티드만 얘기할 것 같다.
원티드(https://www.wanted.co.kr/)
원티드도 로켓펀치와 마찬가지로 핫한 곳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원티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채용보상금 시스템이다. 원티드에 올라온 대부분의 회사는 100만 원의 채용보상금을 걸고 채용 성공 시에 추천인 50만 원, 지원자 50만 원을 지급한다. 보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채용하는 회사가 인재를 채용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채용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나중에 돈 밀릴(?) 걱정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나도 원티드를 통해 채용에 성공했고, 보상금을 받을 때의 기분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감격.
팀페이지(팀블로그)
나는 회사에 대한 내용이 많이 오픈되어 있는 곳을 선호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PR 등의 이유로 자신의 팀페이지 또는 팀블로그에 많은 콘텐츠를 쌓고 있다. 그렇다고 꼭 홍보를 위한 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업에 있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텍스트로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기업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곳이 바로 팀페이지이다.
스스로가 기업문화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회사는 당당하다. 투명하게 우리 문화를 공유하고 그 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을 환영한다.
당근마켓 팀페이지(http://team.daangn.com) / 당근마켓 팀블로그(https://medium.com/daangn)
팀페이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기업의 문화, 비전, 업무환경 등과 나 자신의 역량을 놓고 거기서 교집합을 찾으면 취업 준비 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콘퍼런스(세미나, 강연 등)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점과 적은 예산 등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인재 채용에 있어서 많은 투자를 하기도 한다. 금전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팀페이지, 팀블로그도 그것의 일환이고 지금 말할 콘퍼런스도 그렇다.
기업문화가 많이 오픈되어 있는 곳은 그만큼 콘퍼런스, 강연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강연 내용은 현재 그들이 속한 회사의 실제 업무내용을 토대로 말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팀페이지에서 봤던 내용을 보다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고, 더 깊고 은밀한(?) 내용까지 얻어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이다. 또한 내가 궁금했던 내용을 질의응답 시간에 묻고 직접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최근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0-3년 차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콘퍼런스, 스타트업 뽀시래기 콘퍼런스(스뽀콘)이라는 행사도 있다. 일잘러 되기, 몸값 올리기, 실패담 공유의 3가지 세션을 가지고 총 9명의 3년 차 이하 연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사이다.
어떻게 보면 취준생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사회초년생 또는 주니어 실무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니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스타트업 뽀시래기 콘퍼런스(https://bit.ly/2lMK1tL)
결국 나 자신
채용사이트든 팀페이지, 콘퍼런스든 결국 이것들은 여러 방법 중에 몇 개 일뿐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지원하는 건 내 몫이고 결국에는 내가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해당 스타트업 회사를 내가 정말 원하는지 그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당신이 맞는지, 부족하다면 무엇을 더 채워야 할지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나 자신이다. 좋아 보이는 회사라고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그 회사와 맞지 않다면 아무리 대외적으로 좋아 보여도 나한테는 좋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어떤 역량이 있는지 그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타트업은 어디인지 그리고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스타트업을 위에서 말한 방법들에 적용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