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 스타트업 동글 : 동대문 도매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다
딸봉이란 말을 아시나요?
도매업계에서 쓰는 은어로 '작은 봉지', '딸려온 봉지'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동대문 도매 매장에는 규모가 큰 쇼핑몰 뿐만 아니라 낱장으로 구매하는 소규모 구매하는 소위 '딸봉'구매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소량 구매 고객에게는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도매상인이 많았지만,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소규모 쇼핑몰의 등장과 중국시장의 부상으로 한국 도매 업체의 판매 감소 등의 이슈로 소량 구매 고객에게도 물건을 판매하는 도매 업체가 늘어났다고 해요.
이렇게 급변하는 동대문 도매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기업이 있으니 바로 오늘의 주인공 동글입니다. 동글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도매상인이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도매가로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D2C (Direct to Customer)플랫폼입니다.
소비자와 도매업체를 직접 연결하여 중간유통마진을 없앴고, 최종 소비자에게 도매가로 상품을 공급합니다. 도매업체에서 직접 쇼핑몰을 차렸을 때와 다른 점은 사입/검품/배송/마케팅/CS는 동글에서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중간 프로세스가 줄어들기 때문에 도매업체가 직접 쇼핑몰을 운영할 때 보다 훨씬 할 일이 줄어들죠.
물론 최종 소비자가 받는 혜택도 강력합니다. 월 구독료 5,500원만 내면 도매 가격에 무제한으로 의류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 또한 인터뷰에 앞서 동글에서 직접 구매를 해보았는데요,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스러워 최근 재구매까지 했습니다. 얼마 전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500스타트업(500 Startups)으로부터 1억 5,000만원 시드투자를 받으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는데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D2C기업 동글의 창업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동글 홈페이지 dong-gle.co.kr
구독형 패션 커머스 동글
안녕하세요, 대표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터뷰 오기 전에 정말 동글이 도매가인지 궁금해서 쇼핑몰을 다 뒤져봤는데 실제 제가 동글에 산 원피스를 다른 곳에서 3만원 더 비싸게 팔고 있는 걸 봤어요. 저야 이렇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한 편으론 동글에선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최 : 저희는 구독료 방식으로 BM을 만들었어요. 월 5,500원을 내면 동글에 입점 돼 있는 상품을 살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지금은 구독료 무료 이벤트 기간이라 구독료를 내지 않고 구매하셨을텐데요, 앞으로는 구독료로 수익을 만들 생각이에요.
상품에 직접 마진을 붙여서 파는 방법도 있을것 같은데 굳이 구독료 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최 : 쇼핑몰에서도 결국 도매로 떼와서 거기에 마진을 붙여 판매 하잖아요? 때문에 상품에 마진을 붙여버리면 다른 유통업체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온게 구독형 모델이에요. 개별 상품마다 마진을 붙이면 구매가 늘어날수록 고객분들이 더 많은 추가 비용을 내야하는데 비해, 구독료 모델에서는 아무리 많이 사도 월에 5,500원이라는 한정된 비용만 내면 되니까 합리적이에요. 상품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죠.

동대문 의류를 도매가에 쇼핑할 수 있는 동글.
도매시장의 온라인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선두에 서다
도매시장이 누구나 함부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것 같은데,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신거예요?
최 : 학창시절부터 언젠간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대학에 갔는데 수업에 흥미를 못느끼겠더라고요. 한눈을 많이 팔았죠. 저희 부모님이 도매를 하셔서 자연스럽게 도매업계에 눈길이 갔고, 동대문에서 물건 떼다 11번가, G마켓 이런데다 물건을 팔기도 했어요. 나름 괜찮은 용돈벌이더라고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고 싶어서 도매시장 쩜순이로 들어갔어요.
쩜순이가 뭐죠?
최: 도매 매장에서 사장말고 점원을 쩜순이라 불러요. 점원으로 일 하면서 이것저것 배워나갔는데, 결국에 옷 도매를 잘 하려면 내가 옷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업체 디자이너로 들어가 디자인도 배우다, 나중엔 제가 직접 도매업체를 차리기도 했죠.
직접 운영하신 도매업체는 성공적이었나요?
최 :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었어요. 먹고 살만한 정도. 그런데 도매를 운영하다보니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게 보이더라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 한국 도매 업체에서 옷을 만들면 중국 도매업체에서 똑같이 따라 만드는 일이 잦았어요요. 그래도 그 때는 큰 걱정이 없었던게 중국에서 디자인을 베껴가더라도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원단이 안좋거나, 마감이 별로였거나 국산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중국의 기술력이 좋아져서 중국산도 품질이 좋아졌어요. 굳이 한국 도매에서 안 사도 될정도로. 한국 도매에서도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죠.
중국 시장의 성장 말고도 또다른 변화가 있었나요?
최 : 이커머스의 급부상도 한 몫 했어요. 스마트 스토어, 블로그 마켓, 오픈마켓, 인플루언서... 작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도매 상인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또 이제는 중국에서 직수입하는 방법도 쉬워지다 보니 한국 도매가 아닌 중국 도매에서 사는 분들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 과거에는 어느정도 규모있는 쇼핑몰만 상대했다면 이제 도매업체도 작은 업체들을 상대하기 시작한거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도매업체도 많이 변했어요. 소매 상인들이 상세페이지도 함께 제공하는 업체를 좋아하니까 도매 업체에서도 팔릴 만한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소매상인들이 사게가 올리는게 당연한 일이 됐어요. 신상마켓같이 도매업체와 쇼핑몰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보면 이제 도매업체에서도 콘텐츠를 정말 잘 만들어요. 쇼핑몰에서는 그 상세페이지를 그대로 따와서 본인 쇼핑몰에 올려서 팔기만 하면 되는거죠.
그정도면 차라리 도매업체에서 직접 쇼핑몰을 차리는게 낫지 않나요?
최 : 말씀하신것처럼, 이제 도매업계에서도 '우리가 직접 판매하는게 낫지 않나?' 라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어요. 중국시장의 부상과 온라인화로 인해 위기의식이 커졌거든요. 저는 직접 도매업체에 몸을 담그고 있었으니가 이런 시류의 변화를 너무나 잘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동글을 창업하게 된 거죠. 도매업체가 엔드유저를 만나는건 이제 시대의 흐름이 된것 같고, 누군가가 이 시장을 선점할텐데 그게 바로 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거죠.
직접 도매 상인들에게 팜플랫을 돌리며 다닌다는 동글 팀. 사무실에서도 스타트업 특유의 열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도매상 대신 팔아드립니다
그러면 동글에 입점 할 도매업체는 어떻게 모집 하신거예요?
최 : 일단 도매 업체에서 본인들 상품을 올려두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서 상품을 긁어와서 동글 사이트에 다 옮겼어요. 그런 다음에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업체에 전화해서 "저희를 통해 주문이 들어왔는데 입점 하시겠어요?" 하고 묻는거죠. 만약 저희가 다짜고짜 입점하라고 했으면 거부감이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고 '저희가 이미 팔았으니 입점만 하시죠'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사입에서부터 검수,CS, 배송까지. 도매상이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주는 동글 팀.
도매업체 말고 엔드 유저를 모으는데에는 또다른 노력이 필요했을것 같은데 어떻게 모으신거죠?
최 : 처음에는 인간지능을 이용해 최저가 제품 찾기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인간지능이요?
최 : 네, 예를들어 고객이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 옷을 캡쳐해서 보내주면, 그 옷과 똑같은 물건을 도매업체를 직접 뒤져가며 최저가로 찾아주는거예요. 네이버같은 대기업에는 스마트 렌즈가 있어서 사진을 캡쳐해서 올리면 인공지능이 찾아주지만 저희 제품은 MVP(Minimum Viable Product) 단계였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찾아준거죠.
똑같은 옷을 최저가로 찾아준다니 솔깃할 수 밖에 없겠네요. 고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최 : 실제 고객분들도 무척 좋아하셨어요. 다만 저희 공수가 너무 많이 드니까, 중단한 상태예요. 지금까지 '왜 그 서비스 없어졌어요ㅠㅠ' 하고 문의주시는 분도 많으세요. 일단 수요가 있는건 검증 했으니 향후 이미지 렌즈를 만들어 사람의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같은 상품을 찾아주는 기술을 만들고 싶어요.
블 : 직접 도매 업계에 계셨던 만큼 임하시는 자세도 남다르실것 같아요. 도매상인들의 성공을 위해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최 : 도매업체에서 일하면서 느낀게 결국 도매도 최종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는거예요. 최종 소비자를 못만들기 때문에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없고, 많이 사주는 몇몇 쇼핑몰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고싶은건 도매업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셀러화 시키는거예요. 고객과 만나려면 콘텐츠도 잘 만들어야 하고, 고객응대도 잘해야 하고... 이런 기본적인 역량이 필요한데 도매업체에서는 이부분이 모자란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들어 사이즈표를 만들때 정확한 치수를 적어눠야 하는데 귀찮으니까 그냥 S,M,L 이런식으로 사이즈명만 적어둔다거나, SNS 전혀 하시지 않는다거나, 고객 문의를 귀찮아 하시는 등 여러 문제가 있죠.
이런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싶어요. 마치 배달의민족에서 배민 아카데미를 만들어 자영업자분들을 교육하듯이, 저희도 도매 상인분들을 교육해서 더 사업을 성공 시킬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거죠.

배민 아카데미처럼 사장님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동글.
도매 업체의 성공이 곧 동글의 성공이군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최 : 한국 패션 도매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글로벌 진출에 기여하고싶어요. 우리가 독일 상품이라고 하면 좋다고 생각하듯,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이 점을 이용해 주로 국내에 머물러있던 한국 도매 시장의 파이를 키워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동글, 동대문 상인들의 돌파구가 되길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는 도매상인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는 동글. 대표님이 도매업계에 계셨던 것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동대문 시장을 변화시키고 싶은 진정성이 묻어 났습니다. 도매상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는 최영하 대표님의 말 처럼, 동글이 동대문 도매 상인들과의 상생을 통해 비즈니스를 성장시켜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