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것은 반드시 나타난다.

꿈을 꾸었다.
정확한 처음과 끝의 이야기가 기억나진 않았지만 그것은 와이프와 심하게 다툰 내용이었다.
자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고, 깨어서도 그랬다. 나와 와이프는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와이프의 마음이 매우 여리다 보니, 싸움이 일어나기도 전에 내가 화를 내지 못하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학습된 이러한 패턴은, 욱하던 내 성격(이라 쓰고 성질이라 읽는다.)이 많이 고쳐진 계기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화목한 가정을 꿈꾸던 내게는, 나 때문에 혹시라도 가족 분위기가 나빠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
어찌 되었건, 그러한 꿈을 꾼 것이 참 이상했다. 근래 들어 와이프와 크게 싸운 적도 없고, 갑자기 미워하거나 옥신각신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와이프에게도 이러한 꿈을 꾸었다고 하니 함께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득,
일주일 전의 일이 떠올랐다.
첫째 녀석의 생일을 맞아 어느 한 식당을 가던 차 안이었다.
내가 그 식당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을 때 와이프는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뜻 없이 지나가는 말로 "저번에 이야기했었는데..."라는 말을 덧붙였었다.
나는 그 말에 갑자기 감정이 욱하여 화가 났다.
저번에 이야기했었다는 말은, 내가 와이프의 말을 평소에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나는 가끔 와이프가 했던 말을 잘 잊곤 하긴 한다. (남자들은 왜 그럴까?)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이러한 경우 더 화를 낸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갑자기 올라온 화는 곧바로 소리를 쳐 감정을 표출하거나, "그냥 그런 말 하지 말고 알려주면 안 돼?"라는 말을 내뱉으라고 순간적으로 내 마음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억압'과 '억제'가 발동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내가 그러한 표현을 했을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슬프게 할 것이며, 기분 좋게 첫째 생일을 축하해주러 가는 가족 모임의 분위기가 망쳐질 것이라는 불안을 순간적으로 느낀 것이다.
싸움을 크게 벌이지 말아야겠다는 지금까지의 학습된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억압'을 가동시켰다. 더불어, '억압'으로 부족한 '화'의 감정 부스러기는 '억제'로 다스려졌다.
즉,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