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어야 해요
그래야 의미가 생기고 역량이 커질 수 있죠
- 다음 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일은 힘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흥미진진한 논리가 궁금하다면, 김딴짓의 글 요약
1. 힘들고 어려운 일은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건 없습니다.
2.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을 결코 유쾌하지 않죠. 근데 한계에 부딪히면 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습니다.
3. 나만의 전문성을 갖추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낼수록 탄탄해집니다. 전문가는 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죠.
일은 힘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쉬워야 할까요?
우리는 평균적으로 하루 8시간 일을 합니다. 일에 3/1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쏟고 있는 거죠. 한 달이면 160시간, 일 년이면 1,920시간을 일을 하며 보냅니다. 많은 시간 일을 하고 또 일을 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많은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습니다. 일은 왜 중요할까요?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일은 저와 가족의 경제 활동을 책임집니다. 또 자아실현을 하고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인간관계를 배우게 됩니다.” 16년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일을 하며 배웁니다.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일은 힘들어야 할까요? 쉬워야 할까요? 이 질문을 안고 글을 읽어가고 마지막에 자신만의 답을 내려보길 바랍니다.
저는 일이 쉬우면 좋겠습니다. 쉬워야 한다는 답을 한 건 아닙니다. 쉬우면 좋겠다는 거죠. 어렵고 힘든 일을 누가 좋아할까요? 좋아한다면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은 힘들고 어려워야 합니다. '좋아하지는 않는데 힘들고 어려워야 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잖아'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요? 힘들고 어려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제부터 힘들고 어려운 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반대로 일은 힘들고 어려워야 하는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즐겁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장하게 만듭니다
즐겨서 절대 안 됩니다. 즐겨서 되는 거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본인의 일을 어떤 식으로 즐겨?
즐기는 것 방법의 차이가 있겠지만, 즐겨서 뭘 이뤄낼 수 있는 건 저는 단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청춘 페스티벌에서 서장훈 님이 한 이야기
여러 글에 적었지만 저는 야구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4년 동안 야구를 했죠. 서장훈 님의 말은 운동선수 입장에서 굉장히 공감합니다. 서장훈 선수에게 농구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농구 선수였고, 자기 역량과 기록으로 연봉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가 세운 기록을 볼까요? KBL(한국농구리그) 최초로 10,000득점 달성, 13,231득점으로 한국 농구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한 선수, KBL 챔피언 결정전 우승 2회, KBL 챔피언 결정전 MVP 1회, 정규 시즌 MVP 2회 등 우승과 개인 기록 모두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대단한 성과를 올린 서장훈 선수는 농구를 즐기면서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나는 큰 성공을 바라지 않고, 나는 그냥 즐겁게 살래 돈이 많이 없어도 되고 나는 내 가족이랑 즐겁게 살래 하시는 분들은 괜찮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래도 내 꿈을 어느 정도 이뤄보겠다 내가 원하는 곳까지 가보고 싶은 분들에게 그 얘기는 진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입니다. 즐겨서 되는 거 없습니다.”
프로 선수가 되려면 훈련(연습)을 해야 합니다. 근데 훈련이 좋을까요? 제가 야구 선수일 때 훈련은 일이었습니다. 비록 학생이지만 매일 일을 했던 거죠. 훈련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겨울 체력 훈련 같은 경우 숨넘어갈 듯하는 순간이 매번 찾아옵니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뛰고 또 뜁니다. '내일 훈련은 어떻게 지나갈까?' 이런 걱정을 하며 저녁에 잠이 듭니다. 평소에 하는 훈련도 쉽지 않습니다. 뛰고 치고 던지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반복합니다.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도(쇠질이라고 하죠) 합니다. 정규 훈련이 마무리되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밤에 개인 훈련을 합니다. 손바닥은 여기저기 까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며 굳은살이 생깁니다. 어떤 날은 몸이 정말 무겁고 힘든데도 훈련을 해야 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아침 7시에 일어나 저녁 9시까지 훈련을 한다면 과연 즐거울까요?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힘들고 어렵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즐거운 게 아닙니다. 근데 그런 일이 나를 성장하게 만듭니다. 근육이 커지는 이유는 상처를 입고 회복을 하는 과정에서 커지는 겁니다. 가볍거나 적당한 무게는 근육을 키울 수 없습니다. 힘들고 어려워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쉬운 일은 우리를 결코 성장시키지 않습니다. 매일 꾸준히 걷는다고 해서 잘 뛸 수 없습니다. 잘 뛰려면 숨이 차도록 뛰어야 하는 겁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한계에 부딪히게 만듭니다. 그러나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 정말 어렵고 힘들다. 내 역량이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걸까?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쪽에 재능이 없던 걸까?
- 2달 전 새로운 사업을 따내는 과정 중 든 나의 생각
2달 전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사업 제안서를 4일 만에 제출하고 발표 준비를 3일 만에 해야 했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에 부담이 컸습니다. 제안서 내용에 맞춰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팀원들 앞에서 리허설을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박수는커녕 수정 피드백이 쏟아졌습니다. 발표 하루 전에 말이죠. 이후 밤 12시까지 발표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팀원들이 준 피드백을 참고해서 아예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때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계에 부딪히면 나를 의심하게 됩니다. '내 역량이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걸까?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쪽에 재능이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때 할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회피하는 겁니다. 둘째 회피하지 않고 계속하는 겁니다. 후자를 나를 의심하다 확신하는 순간으로 넘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회피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관점이 확장되고, 역량이 자라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지나고 나면 결과가 반드시 눈에 보이게 됩니다. 비록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이죠. 내가 성장하든 목표를 달성하든 결과가 생기는 거죠. 다행히 끝내 수정을 하고 발표 전 최종 리허설에서 ‘지루하지 않다’, ‘뻔한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잘 이어진다’ 등 긍정 피드백을 받게 됐습니다.
쉬운 일에는 결과라고 할 만한 게 많지 않습니다. 1+1를 하면 2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1+1이 어렵고 힘든 산수는 아니죠. 반면 어려운 수학을 풀어내면 우주선을 달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누리호가 발사됐죠. 최종 성공은 아니었지만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곧 우주를 탐사하게 될 겁니다. 어렵고 힘든 일은 한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직 누리호가 최종 성공을 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죠. 한계는 다른 말로 ‘성장’과 ‘목표 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끓는 점까지 다다르면 물은 결국 넘치게 됩니다. 비록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목표에 가까워집니다.
1+1이라는 쉬운 일에 적응하고 만족해서는 성장과 목표 달성을 얻지 못합니다. 주변에 익숙하고 쉬운 일이 많다면 새롭고 어려운 일을 찾아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회사 안에서 찾는다면 기존 사업에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해 볼 수 있죠. 회사 밖이라면 나를 브랜딩하고 알릴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겁니다. 1+1이 아닌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일을 찾아보세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낼수록 내 본진이 탄탄해집니다
일이 힘들수록 깊이가 깊어집니다. 깊어지는 것은 전문성을 갖추는 거죠
전문성은 나만의 본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 확장하게 해줍니다
바로 앞에서 사업을 따내기 위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중간, 중간 역량을 의심하고 한계에 부딪혔지만 일에 대한 깊이가 더욱 깊어졌다는 겁니다. 발표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설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을 하려면 먼저 주제에 맞아야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내용을 얘기해야 합니다. 다음 논리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상대방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줘야 합니다. 제안의 모델은 내 머릿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상대의 언어와 표현으로 그림을 잘 그려줘야 합니다. 여기 더해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까지 전달한다면 제일 좋습니다. 발표 때마다 염두에 두고 준비했지만 이번 과정으로 더욱 깊이를 갖추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본진을 탄탄하게 만들고 확장하게 해준 겁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A' 하면 '나'라는 사람이 바로 떠오르게 되는 겁니다. 한국 농구 중 최고의 센터가 누구냐고 물으면 '서장훈'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마다 견해차가 있겠지만요) 지금까지 해오던 발표와 달랐습니다. 모델이 복잡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완전히 이해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불안해하는 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전달했어야 했죠. 결국 우리가 이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와 차이점을 명확하게 말해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늦게까지 내용을 수정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함에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일을 끝내고 나니 나의 본진은 탄탄해졌고 확장됐습니다. 함께 준비했던 팀원들은 '발표는 정말 우리 회사에 제일 잘하네요'라고 말했습니다.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은 거죠.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서 인정을 받기란 어렵습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 어려운 일을 선택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다 보면 '인정'이 따라온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 인정은 내 '본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확장해 줍니다. 즉, 전문성을 갖춰간다는 얘기입니다.
일을 힘들어야 할까요? 쉬워야 할까요? 글을 시작할 때 던진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안고 지금까지 글을 읽어온 여러분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일이 쉬어졌다는 것과 쉬운 일은 다른 의미입니다. 쉬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지고 다루기 편해졌다는 의미죠. 내 노력과 에너지가 들어간 것입니다. 반면 쉬운 일은 노력과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1+1=2라는 수학 공식에 노력과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쉬어지는 걸 경험하길 바랍니다. 처음에 1km도 뛰기 힘들었던 체력이 10km 뛸 수 있는 체력으로 변하는 것처럼요. 지금 여러분 앞에 힘들고 어려운 일 그리고 쉽고 가벼운 일이 있다면 나 자신을 위해 힘들고 어려운 일을 선택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