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인 시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새 컨셉 매장을 출점하는 방식으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온라인 소비가 중심이 된 시대에도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 확대가 유통 대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믿고 있는데요.
유통 공룡들의 생존 전략은 이커머스 전성시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재미있어야 간다.
최근 유통업계 오프라인 매장들이 차별화된 체험형 공간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2030세대들의 트렌드에 발맞춰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체험형 매장’으로 탈바꿈하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업계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점점 온라인 몰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 대응하는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체험형매장
‘체험형 매장’은 단순하게 제품을 사고팔던 기존 매장과 달리 자유롭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신개념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뷰티와 패션을 중심으로 체험형 매장은 온라인과 달리 브랜드에 대한 체험을 강화하고 매장 체류 시간을 늘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는 브랜드 콘셉트를 담은 하나뿐인 공간에다가 즐길 거리까지 제공합니다. 이러한 매장은 SNS 상에서 2030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포토존, 제품제작 공간, 휴식 공간, 교육 프로그램 등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브랜드 충성 고객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도 충성 고객으로 만들며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체험’ 공간으로 부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하며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점포가 2020년 5개에서 11개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에 지출하던 소비가 명품으로 이동한 것이 큰 이유로 지목되지만, 업계에선 백화점이 문화와 미식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백화점들은 식품관과 리빙관을 리뉴얼하고, 명품이 있던 1층을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의 경우 점포의 절반 이상을 조경과 미술관, 카페 등 휴식 공간으로 꾸며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더현대서울 관련 게시물은 27만 건,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점포는 10개월간 약 7000억원의 매출을 거두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개장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신세계백화점 대전점 아트앤사이언스 등도 점포 절반 이상을 체험과 휴식공간으로 채웠습니다. 최대한 많은 상품을 진열해 놓고 객단가 높이기에 집중했던 백화점이 영업 면적의 절반을 포기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 맞서기 위해서입니다. 최저가격과 편의성만 내세운 온라인 쇼핑에 대항해 고객들의 ‘물리적 경험’ 욕구를 자극해 차별화를 꾀한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체험을 극대화한 팝업스토어도 성행 중입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서 6.5평짜리 팝업 공간을 운영하는 프로젝트 렌트는 매월 새로운 브랜드의 상품을 전시하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는데, 코로나 시국에도 한 달 평균 1만 명의 방문객이 찾았습니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간접 노출된 수를 합하면 약 20만 명이 팝업스토어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잘 나가는 온라인 플랫폼사들이 온라인 공간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과 접점을 늘려 직접 보고 만질 수 없는 온라인 소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목적입니다. 이들은 체험 공간을 통해 온라인 매출을 늘리는 ‘후광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국제쇼핑센터위원회(ICSC)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이 새 매장을 열 때마다 웹 트래픽이 평균 37% 증가했습니다. 미국 온라인 안경점 와비파커의 경우 오프라인 쇼룸을 개설할 때마다 해당 상권의 최초 구매자가 7% 이상 증가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의 체험형매장
서울 마포구의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매장은 젊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850㎡(약 250평) 규모의 매장 중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라이브 피팅룸입니다.
일반 의류 매장 피팅룸보다 넓게 만들어진 공간에 직접 조명 밝기를 조정해 의류를 착용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처럼 꾸몄습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을 직접 입어보고 싶다는 요청으로 만들어진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상 직접 옷의 질감을 확인하고 입어볼 수 있는 체험 목적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장은 지난해 5월 개점 이후 하루 평균 3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의 체험형매장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도 12월 초 서울 압구정동에 쇼룸형 매장을 출점했습니다. 고가 명품의 특성상 직접 상품을 확인하고 사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입니다. 머스트잇은 코로나 장기화로 면세점 구매가 제한된 상황에서 2020년 거래액이 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모조품 유통 등 온라인 상품의 신뢰성 문제로 온·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하는 옴니채널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번개장터의 브그즈트랩 체험형매장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리셀(재판매) 편집숍 ‘브그즈트랩’도 백화점에 진출했습니다. 지난해 연이어 더현대서울과 코엑스몰, 조선팰리스에 브그즈트몰을 입점시키고 나이키 조던 시리즈 등 한정판 운동화와 샤넬, 롤렉스 등 명품을 전시·판매하는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습니다. 브그즈트랩에서 판매하는 일부 운동화와 명품백들의 가격은 한정판이란 특성상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신상품 가격보다 20~30%가량 높습니다. 번개장터는 소장가치가 있는 중고 리셀 명품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들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O4O 매장으로 진화해야
해외에서도 오프라인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L그룹이 945개 소매 업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은 4361개가 순증했습니다. 2020년만 해도 6573개 매장이 줄었는데, 1년 만에 반전했습니다.
미국에 1900여 개 매장을 둔 대형마트 타깃은 지난해 매장 19개를 추가했고,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는 콜스 백화점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2025년까지 850개 출점하기로 했습니다. 또 2023년까지 125개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던 메이시스 백화점은 “물리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60개 점포의 폐쇄 시기를 재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프라인의 부활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크 매슈스 미국소매협회(NRF·National Retail Federation) 부사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매장이 수행하는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 경험의 연장선으로 이용하는 만큼 이들을 연계하는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마존과 결별한 나이키는 소비자 직거래 판매 방식인 ‘D2C(Direct to Consumer·DTC)와 함께 대형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나이키가 작년 8월 명동에 개설한 3층 규모의 ‘나이키 서울’ 매장은 나이키 NTC(Nike Training Club)와 NRC(Nike Running Club) 앱의 활동 통계를 기반으로 스포츠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 장소에 관계없이 매장 픽업·제품 예약·반품 등의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가 서울 마포구에 운영 중인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저녁 7시까지 온라인 쇼핑물에서 상품을 사면 바로 매장에서 제품을 받아보는 픽업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매장 매출의 20%가 픽업에서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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