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마케팅 연구소

왜 요즘마케팅에선 ‘스토리텔링’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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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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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브런치에 연재한 마케팅 인사이트 연재 중 일부입니다. 전체를 보시려면 오른쪽 방문해 주세요.  (마케팅 인사이트 보러가기).

 

 

왜 요즘 마케팅에선 ‘스토리텔링’이 필요할까? 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스토리텔러’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는 걸까? ‘스토리’만이 SNS 상에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한장의 사진이건, 영상이건) 

 

레거시  보다 개인 미디어가 훨씬 중요해진 지금 누군가에게 전달할 가치가 없는 정보는 사라진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스토리텔링의 법칙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I. 캐릭터 구축 : 누가 이야기하게 할까?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화자(Speaker)'가 누구인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터들이 흔히 갖고 있는 착각이  광고는 소비자와 브랜드 단 둘만의 대화로 여긴다는 점이다. 일단 만남은 성사되었으니 잘 설득해서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심리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있는) 소비자는 우리 중고차(업계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매장에 들어 온 호갱님이 아니다. TV를 틀어놔도 눈은(때론 손만) 스마트폰에 가 있는 것이 요즘 소비자다. 잠시만 흥미가 떨어지면 시선은 화면 밖을 향한다. 그 옛날 강호동의 짝짓기(?) 예능 마냥 필사적으로 '매력 발산'을 하지 않으면 눈길 받기 어려운 정글이다.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가 아닌 바에야 내가 누군지 소개부터 하는 것이 예의다. 여기서 또 오해하지 말자. 소개는  팔려는 제품을 얼른 내놓으란 얘기가 아니다. 각설하고, 예시를 하나 보자.

 

 

이 광고는 캐릭터 구축이 다했다 (©️대한민국정부) 

 

정부에서 만든 '디지털 성범죄 근절 캠페인' 영상이다. 곽도원 배우는 그간 맡아왔던 작품들로 인해 경찰이나 검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심지어 '곡성'에서도 시골 경찰이다) 이 영상을 보면 1초 안에 곽도원은 공무원임을, 3초 안에 검사나 경찰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슨 범죄 수사물 예고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스킵 당하지 않으려면 중요하다)  

 

 

그간 정부 공익 캠페인은 단체로 춤을 추거나(춤추다 욕 먹은 적도 있다), 노래를 부르는 등 쌍팔년도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해왔는데, 이 광고는 일단 캐스팅에서 먹고 들어간다.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리기에 실제 검사, 경찰 뿐 아니라 검찰총장이나 대통령보다 곽도원의 말 한마디가 훨씬 와닿는다. (말이 좀 짧았다면 더 리얼했겠지만..)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아래를 보면 영락없는 말보로 광고다. 담배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우린 이 광고를 보고 자연스럽게 담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카피. I miss my lung..  이 광고의 경우, 차용한 원작을 완전히 뒤집는 형태이기에 '독성 기생충 전략’이라고도 하지만 효과는 이보다 확실할 수 있을까? 

 

 

 담배 파는 광고를 비틀어 금연 광고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노인과 바다' 속 설정을 가져온 롯데리아 새우버거의 광고나, 아예 각종 유명 작품의 캐릭터들을 짜깁기한 '그랑사가' 연극의 왕 광고도 있다. 스타벅스는 이름은 '모비딕'에서, 심벌은 ‘오디세이’에서 가져왔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좀 더 짧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점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더 집중하게 된다. 또 이 이야기를 이해할만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꼭 유명 작품이나, 광고 패러디나, TV나 영화 등을 통해 구축된 이미지를 가져올 필요는 없다. CEO(택진이 형, 용진이 형의 경우) 일 수도, 순정만화 주인공(빙그레우스) 일 수도, 북극곰(곰표 맥주) 일 수도 있다. 이제는 고전 광고가 된 경동보일러 광고(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캐릭터를 가져왔다.

 

 지금 우리의 스토리는 누가 이야기하고 있을까? 화자가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또 그 캐릭터는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하기에 적합할까? 

 

II. 관점 전환 :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마케팅 서적에 자주 등장하던 사례가 하나 있다.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간에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이다 (관련기사 링크). 사실 이 외에도 유사한 사례는 많다. IBM의 OS/2와 MS DOS가 그랬고, 애플의 맥킨토시와 MS의 윈도우가 그랬다. 많은 기업들이 맹신하는 것과 달리 기술이 성공을 꼭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자주 언급한 사례는, '질레트'와 'DSC(Dollar Shave Club)' 간의 면도기 전쟁이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 있는데, 질레트는 날면도기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었다. 문제는 끝없이 올라가는 가격이었다. 이런 시점에 등장한 DSC는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와 광고를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가격을 더 올리는 순환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관련 영상)를 하는 것이다.

 

한국의 DSC(이런 표현 싫어할 수도 있지만)라 할 수 있는 와이즐리의 경우, 얼마 전 고객들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들어선 지금 질레트의 길로 갈아탈 것이냐, 아님 계속 DSC의 길을 갈 것이냐에서 선택을 한 것이다.

 

"TV 광고도 해봐"

"마트에 입점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어"

 

이런 제안에 솔깃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고객에게 돌아가지 않는 비용으로 가격을 부풀리는 대신, 가격을 더욱 내립니다.

 

와이즐리 메일 중에서.

 

그리고 실제로 와이즐리는 가격을 대폭 내렸다. 그럼 질레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역시 가격을 낮춰야 할까? 질레트의  비즈니스구조상 그렇게 할 수 없다. 대신 또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했다. 아래 그림을 보자.

  

 질레트 랩스 HEATED RAZOR 설명 이미지 중 (Ⓒ질레트)

 

질레트는 기존보다 더 고가 라인인 '질레트 랩스'를 론칭하고 온열 바를 장착한 면도기를 출시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되면 전기면도기와의 구분이 모호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같은 P&G 계열의 전기면도기 브랜드인 브라운도 계속 프리미엄화 되는 중이니 걱정 말기로 하자) 또 부가티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아마도 질레트의 대답은 ‘더 프리미엄하고 더 다양하게..!’ 인 것 같다. 

  

그럼 결과는?

 


 질레트, 와이즐리, 도루코 검색량 비교 2021.3~2022.3 (Ⓒ네이버 데이터랩)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는 프로모션 기간을 제외하면 와이즐리가 질레트의 검색량을 대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질레트가 훨씬 고가이고, 와이즐리는 온라인에서만 판매된다는 걸 고려한다면 실제 M/S는 차이가 클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괜찮은 품질의 면도기를 편하게 구독하고 싶다'라는 것은 확인된 셈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확산되길 바란다면, 그리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길 바란다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물론 시장을 바꿀 엄청나게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위의 예에서 보듯 그런 방식이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소비지가 진짜 원하는 것을 담을 때 우리의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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