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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애플의 엇갈린 행보가 보여주는 것

기묘한

2022.05.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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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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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2년 05월 1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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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존을 비롯한 많은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역시 가장 충격과 공포였던 건 넷플릭스일 겁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주가가 작년 고점 대비 무려 67%나 폭락하였는데요. 화가 난 주주들이 증권사기 협의로 넷플릭스에게 집단 소송을 낼 정도였습니다.

 

주가 하락의 가장 결정적 요인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구독자 수가 줄었다는 거였는데요. 여기서도 잠잠해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무엇보다 최근 '오징어게임'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가 없었다는 점이 부진한 실적의 주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본질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알려주고 있는데요. 알고 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최근 흥행 부진이, 내부 알력과 전략 변화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초기 넷플릭스의 성장을 이끈 건 콘텐츠 헤드 신디 홀랜드가 추구하던 오직 퀄리티만 생각하는 파격적인 투자였습니다.

 

하지만 '프렌즈'. '오피스' 같은 인기 있는 시리즈들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는 물량 전략을 채택하게 됩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질보다는 양을 늘리는데 집중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콘텐츠 헤드인 벨라 바자리아를 선임하였고, 신디와 일종의 경쟁 구도를 가지게 됩니다. 이 둘의 대결은 벨라의 승리로 끝났고, 이때부터 넷플릭스는 본격적으로 물량 전략으로 선회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결국 현재 넷플릭스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애플의 생각은 역시 달랐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의 기존 전략을 차용하여 근래 들어 크게 성공을 거둔 OTT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TV+인데요. 애플TV+는 '양 대신 질' 전략에 집중하여, 후발주자임에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략 아래 탄생한 '코다'는 OTT 작품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고요.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드라마 '파친코'에는 무려 1,0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파친코는 애플의 '양보다 질' 전략을 상징하는 콘텐츠입니다 (출처: 애플TV+)

 

 

 

사실 서비스 론칭 초기만 해도 애플TV+의 성공 유무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약점으로 지목받던 것이 부족한 콘텐츠였는데요. 애플은 수는 적지만, 퀄리티는 확실한 대형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이겨낸 겁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쿠팡플레이가 SNL이나 손흥민 경기와 같은 킬러 콘텐츠 몇 개 만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도 존재하고요. 진출 초기 더딘 성장을 보이던 넷플릭스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선 것은 다 드라마 '킹덤'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콘텐츠 산업에서 물량 전략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것이 정답인 걸까요?

 


결과론의 함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최근 넷플릭스와 애플TV+의 행보가 대조를 이루면서, 둘의 희비가 극단적으로 갈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건 위험합니다. 특히 넷플릭스의 전략이 실패했다고 평가를 내리는 건 너무 결과론적인 해석이기도 하고요.

 

다시 좋았던 시절을 떠올려볼까요? 작년 넷플릭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건 '오징어게임'이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끌은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징어게임'을 발굴한 건, 마치 넷플릭스 위기의 원흉처럼 이야기되었던 콘텐츠 헤드 벨라 바자리아였습니다. 즉 물량 전략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결국 필요한 건 시스템 재정비입니다. 과거 위기를 겪던 JYP가 박진영 PD 1인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창작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다시 도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넷플릭스 역시 전략 선회 때문에 망가졌다기보다는, 방식을 바꾸는 사이 그간의 성공을 만들어온 디테일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소수의 작품에 자원을 집중 투하할 때와 자원을 분배하여 빠르게 많은 수의 작품을 만들 때의 퀄리티 컨트롤은 달라야 하니까요. 확실한 건 소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장 진입은 가능해도, 넷플릭스처럼 1위 자리를 지키려면 콘텐츠의 절대적인 수 자체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물량 전략 자체는 유지할 가능성이 큰데요. 과연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를 지켜야 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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