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성공 심리학

직장인은 나이와 상황에 따라 MBTI유형이 변한다.

스테르담

2022.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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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혈액형은 무엇입니까?"

vs. "제 MBTI는 무엇입니다!"

 

혈액형을 묻는 시대에서 MBTI를 묻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MBTI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걸 묻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겐, 예전에 우리가 서로 묻던 혈액형과 같다고 말하면 이해가 좀 더 빠를 겁니다. 다만, 누군가를 판단하는 4가지 유형이 16가지로 확대되었다고 하면 흠칫 놀랄 수는 있습니다. 더불어, 혈액형과 MBTI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드러나느냐'와 '드러내느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혈액형은 어느 누구의 행동이나 성격을 관찰하다가 '너 혈액형이 이거지?'라고 누군가 먼저 어림짐작하지만, 요즘은 내가 MBTI의 어떤 유형인지를 자신이 먼저 이야기합니다.

 

마치 또 하나의 ID(Identification)처럼 말이죠. 

 

나를 알아가는 것을 넘어,

나를 알리는 도구로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심리학자인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작가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발전시킨 성격 유형 검사법입니다.

 

이 검사는 원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남성의 징병으로 인한 산업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여성을 선발하여 노동 현장에 배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어머니인 캐서린 브릭스와 딸 이자벨 마이어스 모두 전문적인 심리학자는 아니었으므로, 학계에서는 MBTI 검사법에 대한 불신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신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며 검사는 보다 정교하게 개선이 되었고, 다수 학자들은 다른 심리검사법에 비해 정상과 비정상만을 가려내는 게 아니라 개인 성향을 알아낼 수 있는데 충분히 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MBTI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맞아, 맞아!'를 연발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을 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을 포함해서 말이죠.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MBTI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애매하고 광범위한 결과로, 모든 종류의 개인 성향에 적당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문제로 삼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어찌 보면 MBTI의 광풍이 불어온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MBTI가 제시해주는 개인 성향의 방향성은 그나마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이론적으로라도 미리 점검해보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나를 알아가는 것을 넘어 '나는 이러한 사람입니다'란 것을 알리는 도구로 MBTI는 손색이 없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앞서 말씀드린 또 다른 ID로 MBT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MBTI는 고정값이 아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언제나 문제는 '맹신'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장점'과 '단점'을 '선과 악'으로 보는 시선입니다. 또는 '여당'과 '야당'을 '흑백'으로 보는 관점도 포함됩니다. 우리네는 뭐든지 극단적으로 갈음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빨리빨리'문화가 우리의 정보처리와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지 오래입니다. 

 

그러니까 MBTI에서의 '외향형-내향형', '감각형-직관형', '사고형-감정형', '판단형-인식형'은 상반된 성향을 나타내는 게 아닙니다.

MBTI 회의론자들은 이런 분류를 현실을 외면한 단순화라 비판하기도 합니다. 양극단으로 생각한다면 저 또한 회의론자들의 의견에 100% 공감합니다. 예를 들어 외향형인 사람도 내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내향형인 사람도 얼마든지 외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즉, 그것은 비중의 차이이지 양 극단이 고정값이나 절댓값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내향형의 사람이라고 언제나 방 안에 틀어박혀 있겠다고 단정하는 섣부른 생각을 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저 또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세상을 얼마 알지도 못하는 이론에 욱여넣으려 한 적이 있기에, 그러할 때 내 오만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MBTI는 나이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미 MBTI에 익숙하신 분들은 이것이 나이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또는, 이미 그것을 경험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젊었을 때 했던 검사 결과와 지금의 것이 다른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MBTI 검사를 자주 했던 저로서는, 대학생 때의 결과와 지금의 것이 확연이 다릅니다.

 

'나이와 상황'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사회생활'입니다. 

즉, 직장인이 되면 MBTI결과는 젊은 날의 그것으로부터 급격히 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무수한 페르소나를 뒤집어써 가면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중년이라는 삶의 어느 웅덩이에 발이 빠지고 나면 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보수화 되어가는 것보다 더 크고 빠른 변화라고 할까요. 

 

즉, 나이와 직장생활 그리고 직장에서 맡은 업무와 직책에 따라 우리 성향은 얼마든지 바뀐다는 겁니다. 

 

 

1. 외향형-내향형

 

제가 대학생이었을 땐 MBTI의 첫 시작은 언제나 'E(외향형)'이었습니다.

온갖 공모전에 참여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그땐, 제가 외향형의 사람이라 맹신했습니다. 물론, 주위에서도 저를 그렇게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든 어느 순간부턴 내향형의 비중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자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아마 외향형에서 내형형으로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난 그때와 동일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제는 의식적으로 그 둘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외향형'에 비중을 더 두고, 퇴근 후에는 '내향형'의 나에게 충실하게 되는 거죠. 

 

2. 감각형-직관형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감각과 직관 그 모두가 필요합니다.

물론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선 무수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실무자일 때와 리더일 때가 다릅니다. 실무자는 감각형이어야 할까요, 직관형이어야 할까요? 그렇다면 리더는? 사실, 이 질문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단순히 실무자와 리더의 성향이 모든 의사결정을 합리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계나 시장의 변화 그리고 국제 정세 또는 예상할 수 없는 팬데믹의 출현엔 감각과 직관 모두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저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예전엔 감각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직관에 비중을 좀 더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직장에서는 비중을 조절하려 노력합니다. 직관으로 일을 하다 보면 디테일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저는 언제나 이전 사례 등을 참고합니다. 아마도 감각과 직관의 그 어느 중간 즈음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는 좀 더 유리한 유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타이밍을 잘 맞추어서 말이죠.

 

3. 사고형-감정형

 

저는 줄곧 감정형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사고형의 비중을 늘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숫자로 돌아가고, 결과도 숫자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성적인 부분이 없지 않으나, 결국 사회나 직장에서 남는 건 정량입니다.  

 

감정형인 저는 사고를 유지하는 게 꽤 벅찹니다.

에너지 소모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가 개선해야 할 점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직장에선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 하수 취급을 받게 됩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 내 KPI와 역행하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그러하므로, 때론 나의 성향을 거슬러 일을 해야 함을 인정하는 것이 직장생활과 정신 건강에 꽤 도움이 됩니다.

 

4. 판단형-인식형

 

판단형과 인식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여행을 갈 때 어느 정도의 계획만 세우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채워가는 걸 선호합니다. 빽빽하게 계획된 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지켜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바이어와의 사업장 이동을 위해 헬리콥터를 준비해놨는데 비가 온다면? 그래서 비행기를 임시로 예약해놨는데, 날씨가 심해져서 결항이 된다면? 그것 또한 염두하여 KTX를 준비해놨는데 공항에서 가는 길에 차가 많이 막혀 시간을 놓친다면? 등등. 이것들은 제가 실제로 직장에서 기획하고 경험했던 Contingency Plan입니다. 

 

인식하는 것에 익숙한 제가 판단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순간입니다. 

 

 


 

최근에 직장 내에서 각 조직별로 MBTI 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각 팀원의 성격을 보고 함께 좀 더 조화롭게 일하자는 취지였죠. 생각보다 의외의 알파벳 조합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누군가는 제 결과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을 겁니다. 

 

그 문자 조합들이, 예전과 달라져서 만들어진 것이든 아니면 지금의 내 모습과는 다른 직장인으로서의 결과여서 쉬이 매치가 안 되는 것이든. 

 

중요한 건, MBTI는 고정값과 절댓값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나이와 상황 그리고 직급이나 직책에 따라 타의적이든 자의적이든 내 성향은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기 때문에 변하고, 변하기에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날의 MBTI결과가 있다면 최근의 것과 비교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없다면, 지금의 것을 잘 기억해놓았다가 몇 년 후 다시 검사를 해보신 후 비교를 해봐도 좋습니다. 

 

변화가 없다면 없는 대로, 변화가 있다면 있는 대로. 

가만히 그리고 찬찬히 나 자신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보면 어떨까 합니다. 먹고 사느라 여러 겹의 가면을 쓰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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