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스컴퍼니 박진호의 매거진

아미 직원이 방탄소년단을 위해 한 일

뷰스컴퍼니 박진호

2022.06.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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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덕행덕’ VT X BTS 에디션 마케팅

 

  

[VTXBTS 에디션 홍보 이미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모두가 고향에 내려갈 생각에 들떠있던 2018년의 어느 날이었다. 회사로 급한 연락이 한 통 왔다. 당시 핫하게 떠오르던 브랜드 VT 코스메틱(VT COSMETIC)이었다. 그들은 그룹 BTS와의 컬래버레이션 건으로 우리 뷰스컴퍼니를 찾았다. 

 

개요는 이렇다. 네이처컬렉션이 다양해지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보다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타사 브랜드 제품인 ‘VTXBTS 에디션’을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독점 판매하는데 첫날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거다.

 

  

[2018.10.01 기준 네이버 키워드 도구 검색 결과]

 

 

실제로 위 그래프처럼 VT는 BTS와 달리 검색량 추이가 낮아지고 있었으며, BTS 곡선과 브랜드 곡선의 교집합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이 프로젝트를 널리 알리기 위한 부스트 업 작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추석에 나와 일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었다. 직원 중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가 여럿 있었기에 망정이지 (역시 덕질은 이롭다!) 그게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어쨌든 나도 글로벌 아티스트인 BTS를 향한 설렘이 있었기에 우리는 추석을 반납한 채 회사에 나와 마케팅 전략을 모의했다.

 

[뷰스컴퍼니 VTXBTS IMC 제안서 내지]

 

 

특히 진성 아미 친구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팬클럽 내 계정과 연결된 커넥션이 있어 그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쪽에서는 이윤적인 면조차 원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팬덤 안에서만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이구나’ 싶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뷰스컴퍼니의 아미 친구들이 직접 출연하는 영상을 찍는 등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총동원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뷰스컴퍼니의 명성이 아까울 정도로 효과가 좋지 않았다. 당연하다. 시간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정리되지 않은 이슈가 많았다.

 

그간 내가 성공사례 위주로 글을 쓴 부분이 있는데 이번엔 다르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서 느낀 부분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팬은 한 번 산다. 재구매하지 않는다. 많은 클라이언트가 연예인 모델에 대한 니즈가 있는 건 그들을 향한 기대 효과 때문이다. 물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도 있지만, 충성도 높은 그들의 팬을 설득하기 위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요즘에는 같은 급이라도 SNS를 안 하는 연예인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예인의 단가가 더 높다.

 

포인트는 재구매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할 경우 순간적인 폭발력과 구매력이 다른 마케팅보다 월등히 앞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한 번은 구매하겠지만, 재구매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브랜드사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단순히 연예인 한 번 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좌: 방탄소년단 RM 인스타그램 사진 ㅣ 우: RM이 입은 루이비통 제품컷]

 

 

속이려 하지 마라. 팬들은 자신의 연예인이 무슨 제품을 쓰는지 다 알고 있다. 컬래버레이션했다고 해 무조건 사는 시대도 지났다. 대놓고 광고하는 것보다 은근히 출근길 사진이나 인스타그램 피드에 노출되며 커뮤니티에 화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 흔하다. 오죽하면 ‘손민수’하고 싶은 팬들을 위해 일상 사진 속 제품의 정보를 공식적으로 답변해주며 ‘친절한 공답요정’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 연예인도 수두룩할 정도다.

 

나 역시 연예인 섭외를 진행할 때 기본적으로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 어울리는 주위 사람까지 분석한다. 단순히 이미지에 대한 페이를 지불하는 걸 떠나서 그들과 어떻게 장기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동기부여를 만들어줄지 고민하는 것도 마케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명분과 마케팅은 달리 가야 한다. 마케터가 흔히 하는 실수다. 이 부분이 헷갈리는 순간 단계를 무시하며 자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의 ‘VTXBTS 에디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 제품에 대한 해외 B2B 관련 비즈니스는 엄청난 확장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디올의 연예인 인스타그램 마케팅 ㅣ 차례로 김나영-전소미-블랙핑크 지수]

 

 

‘연예인=매출’이라는 공식을 마냥 따라하기보다 B2B적으로 어떤 명분을 가지고 갈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이 부분이 타 마케팅사와 비교해 뷰스컴퍼니가 가진 강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 참고용이다. 소비자패널 사업? 그렇게 효과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는 기폭제다. 그들이 주체가 될 수 없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따로 가지고 가야 한다. 한 단계 상승한 이후의 전략이 중요하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이미지에 고착되면 나중에 그걸 벗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가 급성장하거나 매출이 폭발적으로 나오면 분명 그 상황에는 좋을 수 있지만, 이후 재고 처리나 재구매율 계산까지 복잡한 일도 많다.

 

과연 연예인 마케팅이 정답일까? 팬심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이 브랜드에 쏠린다는 법은 결코 없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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