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3년째 장기화되면서 각 가정의 음식 배달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재택 근무와 학교의 원격 수업이 일상화 되면서 가정에서는 삼시세끼 밥과의 전쟁이 일어나고, 1인 가정도 끼니는 챙겨야 했기에 배달 음식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2년차였던 2021년 비대면 온라인 식품 시장은 58조원대로 확대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5조6천847억원으로 2020년 보다 48% 크게 늘어났다.
이 중에서 배달의 민족 거래액은 단연 돋보인다. 2020년 배달의 민족의 거래액은 15.7조에 다다른다. 배달의 민족 매출액 또한 1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앱 출시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찍은 것이다.
이제 어느 누구나 음식 배달을 할 때 배달의 민족을 떠오르게 되는데 ‘배민다움’으로 배달계의 1등으로 자리잡은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을 한번 파헤쳐 보도록 하자.
세상의 모든 막내를 위한 서비스
배달의 민족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이 2010년이다. 무려 12년 전에 음식 배달을 앱으로 주문하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그 당시를 돌이켜 보자. 카카오톡이 2009년에 출시하였고 스마트폰으로 게임 이외에 이제 막 다양한 서비스 들이 태동하던 시점이다.
전화를 놔두고 굳이 앱으로 음식을 배달하려는 이들은 누구일까? 배달의 민족은 전화가 아닌 ‘굳이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배달을 하려는 이들’을 타겟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정확하게 MZ세대들이 배민의 타겟이었다.
마케팅에서 타겟이 왜 중요할까? 타겟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일반 대중에게 각인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마케팅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배민은 1인 가구, 자취생, 대학생, 직장인 등으로 구성된 20, 30대를 정조준 했다. 배민스러움으로 대표되는 배민 마케팅은 이 세대에게 익숙한 B급 감성, 패러디 문화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을 사로잡는 B급 마케팅
배민은 타겟이 되는 세상의 모든 막내들을 위해서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프로모션을 만들어서 프로모션 자체를 브랜드화 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마케팅으로는 배민 치믈리에,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배민 신춘문예 등이 있다.
너무 진지하지 않으면서 톡톡튀고 조금은 병맛같은데 재미있는 프로모션 자체로 MZ세대들에게 화재를 일으켰다.
1) 배민 치믈리에
치믈리에는 배달의민족이 2017년 처음 연 행사로 치킨 전문가를 뽑아 자격증을 선사하는 프로모션이다. 2018년 열린 2회 치믈리에 시험에는 57만 명이 응시했고, 2만7000명만이 온라인 시험을 통과해 그중 추첨에 뽑힌 500명이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진 오프라인 시험을 치렀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시험 자체가 배민의 타겟되는 그들에게 찰떡궁합으로 다가가서 온라인에서 실제 시험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배달의민족은 2018년에 치믈리에를 공인 민간 자격증으로까지 등록했고 2회 합격자인 47명은 정식 자격증 소유자가 됐다. 2차 시험 당시 동물권 단체들이 ‘닭을 희화화 하지 말라’며 기습 시위를 벌인 탓이다.
그러나 치믈리에라는 특별하고 배민스러운 자격증을 만들어서 치킨을 좋아하는 MZ세대들에게 배민다움을 각인시켰다.
2) 떡볶이 마스터즈
떡볶이 마스터즈는 국민 감식 떡볶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바탕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2019년부터 시작했다. 19년부터 20년까지는 떡볶이에 대한 지식 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고수를 가리는 행사였는데 2021년에는 테스트가 아닌 그야말로 축제와 같이 떡볶이를 즐기는데 초점을 둔 행사로 진행됐다.
2019년 처음 열린 이행사에는 떡볶이 덕후들이 대거 모여들어 온라인 경선에만 57만8천명이 도전했고, 결선대회에 500명이 참석했다. 제1대 떡볶이 마스터즈는 무려 2312: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직장인 신인선 씨였다.
떡볶이 마스터즈라는 생소하면서 키치한 행사 자체로도 화제가 되었지만 실제 시험 문제나 오프라인에서 진행된 시험 후기가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9년 배민 떡볶이 마스터지 시험, 사진 아주경제1)
(떡볶이 마스터지 시험 문제)
2019년과 2020년에는 시험을 통해서 마스터즈를 선발했다면 2021년에는 코로나 기간 더 많은 이들이 그야말로 떡볶이를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 페스티벌로 변경하여 프랜차이즈 제품 할인행사와 밀키트도 판매하는 등 떡볶이 주간으로 만들었다.
3) 배민 신춘문예
(배민 신춘문예 포스터)
배민의 대표적인 프로모션 중 하나가 바로 ‘배민 신춘문예’다. 배민 신춘문예는 음식을 주제로한 짧은 시 공모전이다. 음식을 매개로 재미있는 글들이 매년 3~5만개 이상씩 응모가 되고 있고 당선작들을 실제 배민 광고 카피에도 쓰이기도 했다.
이 프로모션의 시작은 2014년 봄날 김봉진 대표가 3월이 되면 매년 열리는 신춘문예를 배민에서도 하면 재밌겠다고 제안을 했고 이 아이디어를 마케팅팀에서 모두 박수를 치며 재밌을 것 같다고 동의하면서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2
이렇게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신춘문예는 2022년 올해까지도 매년 봄이 되면 배민다움을 그대로 담은 프로모션으로 자리잡았다.
디자이너 출신 김봉진 대표의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를 배민다운 조직문화를 통해서 MZ세대 저격 프로모션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춘문예 이벤트 응모 화면3 )
아이디어가 브랜딩이 되기까지는 기획에서부터 실행, 리뷰까지 취향 저격이 진하게 묻어 있어야 효과가 더하는데, 이용자들이 신춘문예 응모 후 바로 자신의 응모작을 이미지로 다운받아서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해서 MZ세대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진행된 신춘문예 작품들은 명예의 전당과 같이 수상작을 모아서 제공하고 있다. 이중에서 2017년 대상작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쩌요”는 광고 카피로도 쓰였다.
코로나로 2020년과 21년에는 진행되지 않았던 신춘문예는 2022년 다시 진행되었다.
배민의 AARRR 퍼널 따라가기
이렇게 키치한 B급 마케팅은 퍼널에서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브랜드 마케팅과 퍼널의 상관관계는 어떠했을까?
스타트업 마케팅에서 많이 활용하는 AARRR관점으로 퍼널과 브랜드마케팅을 한번 연결시켜보자.
1) Acquisition (고객유치)
배민다운 마케팅을 초기부터 꾸준하게 진행한 결과 배달의 민족은 배달주문앱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로 자리를 잡았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배달 주문앱 월간 MAU 기준으로 2천만 명이 배민을 이용하고 있고 월간 36만건의 주문이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기요와 쿠팡이츠가 많이 따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이다.
자료: 모바일 인덱스 ‘식음료 업종분석 리포트4
배민스러운 마케팅을 꾸준하게 펼친 결과 타겟이 되는 MZ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배달앱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다.
2) Activation (활성화)
활성화는 고객들이 들어와서 전환, 즉 실제 구매나 액션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민에 가입했더라도 첫 주문을 바로 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들을 위해서 처음 배민을 통해서 주문하는 고객을 위한 1만원 할인 쿠폰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친구 초대 그리고 신규 서비스 이용 확대를 위해서 처음 이용하는 서비스 할인 쿠폰 제공 프로모션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에 접속할 때마다 “당신은 아직 구매 경험이 없는데, 싸게 써보세요”라는 메시지를 계속 준다면 고객의 첫 구매전환을 위해서 매우 유용할 것이다.
3) Revenue (수익화)
‘수익화’의 핵심은 CLV(Customer Lifetime Value, 고객평생가치)를 높이고,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고객확보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고객 한 명을 가입시키는 비용을 줄이려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오는 고객들을 늘려가야 한다.
배달이라는 욕구(needs)가 필요한 시점에 배민앱이 떠올랐다면 그 시점에 앱에 들어갔을 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점의 노출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용자 뿐만 아니라 배민에 가입된 공급자가 많아야 한다.
예전에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배민 앱을 켜고 충격적인 결과를 봤다. 내가 묶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근처에 배민 배달 가능 업체가 하나도 없어서 ‘텅’이라는 페이지를 본 것이다.
수익화의 중요 시점은 바로 고객이 욕구가 필요한 그 시점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쇼핑몰이라면 쇼핑화면 그 페이지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그 페이지에서 고객의 구매를 설득할 수 있는지이다.
배달이라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점이 내 주변에 많이 있어서 그 플랫폼에서 배달이 가능한지 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배민은 외식업 사장님들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배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 아카데미 이미지)
배민과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매출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고객의 욕구를 채워줄 양질의 공급자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적인 비즈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4) Retention (유지)
리텐션은 한번 구매한 고객이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규고객 유치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바로 리텐션이다. 신규고객 확보하는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5~25배 정도 높다.
구매가 한번 일어난 고객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푸쉬 마케팅으로 쿠폰을 제공하고 이벤트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민은 월 5회 이상 주문을 하는 고객들을 VIP 분류하고 있다. VIP는 귀한분, 더귀한분, 천생연분으로 다시 분류하고 고객등급에 따라서 차별화된 쿠폰북을 제공한다.
5) Referral (추천)
마지막으로 중요한 추천. 간과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이 추천 지표를 많은 고객들이 선택의 중요한 지표로 삼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배민 내에서 중요한 지표가 되는 업체 리뷰는 고객들이 다른 고객에게 남기는 추천의 의미이기 때문에 업체 사장님들도 많이 신경 쓰는 지표이기도 하고 배민에서도 마찬가지로 관리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배달을 완료하고 나면 꼭 리뷰를 써 달라는 푸쉬 알림이 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또 배민에서 자연스러운 추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배민 선물하기 서비스는 광고부터 감동을 주며 큰 화제가 되었고, 주변인에게 배민 선물하기를 통해서 음식 배달을 간접으로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인에게 특별한 ‘밥의 힘’을 모티브로 한 광고가 참 인상적이었다.
(배민 너에게 밥을 보낸다 선물하기 광고 캠페인)
막대한 물량의 마케팅 보다 ‘배민다움’
배달의 민족은 대기업이 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마케팅이 아니라 배민만의 컨셉으로 마케팅에 성공해 왔다.
장인성 이사는 사업 초기 초년생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B급, 키치, 패러디” 등을 콘셉트로 기본적인 설계를 해 나갔다고 밝혔다.5
100만원 밖에 들지 않았던 지하철 광고로 화재를 모으며 많은 이들의 참여를 불러 일으켜 큰 홍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치믈리에, 배민 신춘문예 등은 배민만의 조직 문화와 어우러져 모든 직원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배민다움을 추구하며 일한 결과물로 만들어진 프로모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절대 대기업과 같이 마케팅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 전략과 전술들은 대부분 큰 대기업들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이론들이 만들어지고 검증되어 왔다. 그러나 절대적인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 마케팅에서는 반드시 ‘다움’이 필요하다.
배달의 민족은 그 ‘배민다움’을 일찍부터 만들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본질이 변하지 않고 이어져 왔다고 본다.
스타트업에서는 막대한 물량의 TV광고와 같은 마케팅 보다 ‘우리만의 가치’를 담은 작은 마케팅이 훨씬 더 잘 맞고 오래간다. 12년차를 향해 가는 배달의 민족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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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_아주 경제 https://www.ajunews.com/view/20191113083027905
2_“배민다움 유지하며 브랜딩하기”, <퍼블리>,(2018.5.31) <https://publy.co/content/2022>
3_“배민다움 유지하며 브랜딩하기”, <퍼블리>,(2018.5.31) <https://publy.co/content/2022>
4_ 모바일인덱스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naver.me/FvWbg1Mt)
5 _“배달의민족이 성공한 저비용 마케팅 비법 6개” <지디넷코리아>,(2018.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