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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메이커 콘텐츠, 웹예능에 대한 모든 것

고구마팜

2022.08.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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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도 역사가 있습니다. 소재와 포맷부터 기획, 배치, 편성에 이르기까지 당대 흐름과 트렌드를 따릅니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전후로는 코미디쇼가 주를 이뤘고, 제작 시스템이 안정화된 2000년대는 스튜디오 예능이 제패했습니다. 시청자 참여가 가능해진 2010년대에는 버라이어티나 서바이벌에 시즌제가 도입됐고요.

 

2022년 예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힌트는 온라인, 새로운 키워드가 계속해서 접합하고 낯섦과 익숙함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곳. 우린 지금 웹예능 전성기에 살고 있습니다.

 

웹예능, 그게 뭔데?

TV 예능과 다른 소수정예 특별판

 

 

출처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 주식을 소재로 큰 호응을 얻음

 

웹예능은 웹(web)에 맞춰 기획되고 웹에서 송출되는 웹 전용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TV 예능이 뉴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와는 다릅니다. 가령 <런닝맨-스브스 공식 채널> 콘텐츠는 SBS <런닝맨>의 편집본이지만, <문명특급>은 SBS디지털뉴스랩이 제작하는 웹예능입니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나 티빙 <여고추리반>처럼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10분에서 30분으로 편당 호흡이 짧고 하나의 에피소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공공성이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 소재나 출연진도 다양합니다.

 

 

출처 유튜브 달라스튜디오 / '네고왕'은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시즌4까지 제작 

 

웹예능은 기존 예능의 ‘다음 단계’라기보다는 ‘다른 영역’입니다. TV는 10대부터 80대까지 보편적 대중을 대상으로 합니다. 투자 인력과 제작비가 상당하다 보니 시청률처럼 가시적인 지표가 필요합니다. 반면 웹예능은 소수의 타깃을 팬덤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시청자층을 먼저 모으고, 이들을 발판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팬덤을 기반으로 한 참여와 확산

 

 

출처 유튜브 플레이유 PLAYou : 카카오TV / 인터랙티브 예능을 표방

 

웹예능의 팬덤은 브랜드의 로열 오디언스와 같습니다. 정기적 시청자이면서 콘텐츠 방향을 좌우하는 관여자이기도 합니다. 카카오TV <플레이유>는 유재석이라는 메가 IP의 팬덤을 전제하고 기획된 인터랙티브 예능입니다.

 

<플레이유>는 라이브 방송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편집하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여기서 팬덤의 역할은 작가에 가깝습니다. 유재석이 의상과 콘셉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시청자가 투표로 이를 결정합니다. 그가 어디서 무얼 할지에 대한 지령도 시청자의 몫입니다.

 

 

출처 유튜브 익명_ᄑᄉfantube / 약 3만 여명의 구독자 보유

 

댓글을 남기는 대신 ‘퍼나르기’에 진심인 팬덤도 있습니다.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는 시트콤부터 패러디까지 다양한 웹예능 시리즈가 있는데요. 한 편이 공개되면 이를 가공한 2차 콘텐츠가 화수분처럼 쏟아집니다.

 

공식 채널 못지않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채널 중 하나가 <익명_ㅍㅅfantube>입니다. 하이라이트만 편집해 ‘커뮤깔’의 제목을 붙이는데 짧고 뾰족해서 공유하기도 참 좋습니다. <피식대학>이 화제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런 팬덤의 기여가 큽니다.

 

 

브랜디드 웹예능이 있다고?

팬덤이 곧 고객이 되는 통합 마케팅 

 

 

출처 유튜브 일일칠 - 117 / 마켓컬리의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담아낸 '냉터뷰' 시리즈

 

구독자 87만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와 100만 조회수 콘텐츠를 보유한 <일일칠 - 117>의 공통점은? 바로 브랜드가 운영하는 웹예능 전용 채널이라는 겁니다. 전자는 GS25가 리뉴얼한 공식 채널이고 후자는 마켓컬리의 서브 채널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게 브랜드 노출이 없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예능에 진심입니다.

 

두 예시를 보면 브랜드가 웹예능에 뛰어든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리오너라>는 편의점 소비층인 2030과 접점을 만들어 니즈와 트렌드를 읽고자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GS25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신상품 개발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젊은 구매층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절실한데, 그걸 웹예능으로 해소하고 있는 겁니다.

 

<일일칠 - 117>의 경우는 출연진의 냉장고를 보여주면서 자사 판매 제품의 노출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누가 무얼 먹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곧 마켓컬리의 타깃이라는 걸 생각하면 영리한 접근입니다. 매회 다른 성격의 출연진이 등장하다 보니, 출연진의 팬이 채널 구독자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델을 선정하지 않고도 고객을 창출하는 셈입니다.

 

 

 

시청자가 크리에이터로 기능하고, 브랜드가 제작사가 되는 시대. 뒤섞인 경제적 경계를 뜻하는 빅블러의 개념이 어느덧 예능 콘텐츠까지 확장됐습니다. 스튜디오를 떠난 웹예능은 콘텐츠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팬덤화된 시청자는 광고 시장의 새로운 화두가 될 수 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이 웹스러움 참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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