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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체험 마케팅인데요, 제품은 없습니다 (feat.라네즈)

필힙레터

2022.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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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라네즈 <라이프 오아시스 2.0> 마케팅 비하인드

 

 

 

경험 소비를 즐기는 MZ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브랜드들이 이색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팝업스토어 핫플로 떠오르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에 유니크함 한 스푼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이색 경험을 주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몰입형 인터랙티브 전시’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잘 전달한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뷰티 브랜드 라네즈가 두 번째로 기획한 <라이프 오아시스 2.0> 전시입니다. 라네즈는 ‘회복, 또 다른 시작'을 주제로 코로나 19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달래줄 수 있는 무료 체험형 전시를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성수동 에스스토어에서 열었고, 전시 기간 동안 1만 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다녀가며 주요 고객인 2030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네이버 예매 전시 1위에 평점 4.87점을 달성하며, 빠른 속도로 바이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CX팀 김도연 마케터님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도연님 안녕하세요! 필힙레터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CX팀 김도연입니다. 2015년에 마케팅 전략으로 입사해서 5년 정도 전략 중심의 업무를 했었고, 라네즈에 와서 브랜드 고객 경험 마케팅 업무를 한지는 3년 차가 되었어요. 현재는 브랜드 전시회인 ‘라이프 오아시스 2.0’과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인 ‘비스포크 크림스킨’과 ‘비스포크 네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라네즈 라이프 오아시스 2.0 전시 외관

 

 

라네즈에서 라이프 오아시스 전시(1.0과 2.0)는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되셨나요?

 

가장 큰 목적은 고객이 있는 곳에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이제는 직접 고객이 좋아하는 곳을 찾아가서 라네즈가 고객들의 삶을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시라는 매개체를 선택하게 되었고, 전시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MZ 세대와 좀 더 가까이에서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라네즈가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하고, 아트를 통해서 고객과 소통한 건 꽤 오래전부터인데요. 2014년부터 푸쉬버튼, 플레이노모어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 해왔구요. 2020년에는 아티스트 사그마이스터, 그리고 2022년에는 아티스트 NOVO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마케터라면 KPI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이번 전시회에선 어떤 목표 지표가 있으셨을까요?

 

가장 큰 목표는 한 달 동안 1만 명이 넘는 고객을 직접 만나보자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예약제로 운영을 하면서 전시 수용 인원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고 싶었지만, 예약제로 운영할 수 있는 최대 수용 인원과 기간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1만 명이라는 목표를 잡게 되었는데요. 전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후반부에는 거의 모든 타임 매진이 되면서 1만 명이 훌쩍 넘는 고객과 교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라이프 오아시스 2.0> 전시회의 성과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나요?

 

이번 전시회는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웃음) 전시회 평점은 4.87점으로 전시 기간 내 네이버에서 예매된 전시 중 평점 1위를 기록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방문자 분들이 자발적으로 남겨주신 네이버 리뷰 역시 500개 이상이 작성되면서 오가닉한 바이럴이 잘 이뤄졌습니다. 브랜드가 대놓고 직접 말하지 않아도 고객들 사이에서 브랜드의 메시지와 회복에 대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긍정적인 영향력인 것 같아요.

 

 

<라이프 오아시스 2.0>은 라네즈의 여러 제품 중에서도 ‘워터뱅크 제품 라인’을 메인으로 스토리텔링하고 ‘회복, 또 다른 시작’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해당 제품과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워터뱅크는 라네즈를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인데요. 올해 3월 중국,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34개국에서 처음으로 동시 런칭을 진행하였습니다. 따라서 ‘워터뱅크’ 라인의 글로벌 런칭 일정에 맞추어 <라이프 오아시스 2.0>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오프라인 전시에 방문하지 못하는 글로벌 고객들을 위해 기존 가상 공간 체험과는 달리, 3D 형태로 구현한 온라인 전시도 함께 운영하였습니다.

 

 


 

인터렉티브 요소가 가미된 3D 형태의 <라이프 오아시스 2.0> 온라인 전시 

 

 

<라이프 오아시스 2.0>의 주제인 ‘회복’은 워터뱅크 제품의 베네핏을 담고 있습니다. 워터뱅크 안에는 full repair 보습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피부에서 회복이 중요한 것처럼 일상 속에서도 회복을 직접 경험하고 오감으로 체험하면서, 워터뱅크의 메시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전시는 총 8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공간의 의미와 공간 흐름에 대한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ALL NEW 워터뱅크의 주요 베네핏인 ‘리페어’ 메시지가 담길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했어요. 8개의 공간은 회복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끌어내어 진정한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회복의 감각을 깨우는 ‘회복의 시작’, 내면 속 깊은 감정을 마주하는 ‘회복의 주체’, 회복의 에너지를 깨우는 ‘회복의 큰 물결’,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회복의 균형’, 나를 위한 세리모니 ‘회복의 축제’, 회복 에너지의 결정체를 마주하는 ‘회복의 완성’, 아티스트 NOVO와 함께하는 ‘회복의 영감’과 라이프 오아시스에서의 순간을 담은 ‘회복의 기억’까지 관람객이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체험형 전시를 기획하며 고객 경험 측면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가져가고자 했던 포인트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요즘에는 미디어아트를 비롯하여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라네즈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가 가장 고민되었어요.

 

고민 끝에 ‘몰입형 인터렉티브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닌 오감을 깨우고 소통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존에 새로운 요소를 신경 써서 구성했습니다. 이때, 새로운 기술에 전시 메시지가 묻히지 않도록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가장 신경 썼던 포인트였어요.

 

 


 

‘회복의 주체’ 존에서는 입장 전 포토부스에서 찍은 관람객의 얼굴 사진이 전시의 일부분으로 사용돼요. 태깅 존에 각자의 아이디 카드를 대면 AI 딥페이크로 재구성된 나의 얼굴이 벽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나타나 기쁜, 행복한, 사랑스러운, 설레는, 편안한, 놀라운, 호기심 많은, 자신감 있는 표정의 자신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요.  

 

 

특히, 내면을 마주하는 두 번째 존에서는 AI 기술을 도입해서 새로운 형태의 전시 경험을 제공했는데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만큼 준비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수없이 수정을 거듭한 만큼 가장 많은 고객분들께 호평을 받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과 예상치 못한 문제도 많았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저희 전시 공간이 500평이나 되는 규모였기 때문에, 미리 도면으로 작업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것과 현장은 또 다른 현실이었습니다. 전시 최종 오픈 전 고객 동선을 수없이 둘러보며 하나하나 수정을 했었는데요. 레이저, 조명, 포그, 음향 등등 사소할 수 있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서 전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전시 중 3번째 공간인 ‘회복의 큰 물결’ 존에서는 거울이 두 번이나 깨지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공감각이 너무 잘 느껴지지 않도록 잘 구성한 나머지(?) 고객분이 사진 촬영을 하시다가 구두굽이 거울에 세게 부딪혀서 거울이 깨져 버렸더라구요. 전시에 너무 몰입해서 발생한 사고이긴 하지만, 긴장을 절대 놓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웃음)

 

 

전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셨을 것 같아요!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이셨나요?

 

전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바이럴을 진행했지만, 가장 정성 들였던 부분은 NOVO 작가님과 함께 준비한 ‘작가와의 만남’ 사전 행사였어요. 저희는 라네즈가 진심으로 고객들의 일상을 응원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꼭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단순 팝업이 아닌 체험형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고, 전시회에 대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전시회 마지막 존에 전시된 네온사인은 고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인데요. 전시회 오픈 한 달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한 티징이벤트를 진행했고, ‘일상 속 나를 회복을 시켜주는 것은?’이라는 직접 추가 스티커로 국내외 고객들에게 다양한 답변을 전달받았습니다. 그 중 10분을 선정하여 본사로 초청했고, 그분들의 회복 메시지에 대해 NOVO 작가님과 직접 대화하며 네온사인을 작품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당 고객분들과 지인들에게 프라이빗 투어도 제공해 드렸어요.

 

 


 

작가와의 만남 행사 현장  

 

 

프라이빗 투어 이후에도 투어에 참여한 고객들과 함께하는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며 좀 더 깊이 있게 소통하고자 했는데요. ‘저에게 성장과 회복의 경험을 주신 작가님과 라네즈 정말 감사합니다.’와 같은 메시지들을 받으며 라네즈의 찐팬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코로나 지침과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 함께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인 10명과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마케팅을 하는 입장이지만, 단순 홍보 바이럴이 아닌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네즈 X NOVO 작가와의 만남 오픈 채팅방   

 

 

<라이프 오아시스 2.0>에 활용된 다양한 굿즈들이 인상깊었는데요. 전시의 굿즈는 어떻게 선정하셨는지, 그리고 굿즈 제작 과정에서 어떤 포인트에 신경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라네즈 인스타 스토리 이벤트 이미지 | 블루투스 스피커와 와인 백 굿즈  

 

 

이번 전시회에서 활용된 굿즈는 워터뱅크의 메시지에 잘 맞는 것들로 구성되었어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회복할 수 있는 아이템들로 선정을 했는데요, 실제로 고객분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음악, 반려동물, 맛있는 음식을 회복 아이템으로 대답해 주셨어요. 이처럼 실제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전시의 주제에 맞게 회복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도록 미니 블루투스 스피커, 와인 백, 피크닉 매트가 최종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번 <라이프 오아시스 2.0>을 통해 도연 님께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8년째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고객을 직접 마주하고 살아있는 피드백을 직접 들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최근 디지털/온라인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주는 강렬함은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 오프라인이 여전히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리고 고객분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느낀 점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포인트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는 것이에요. 전시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을 콕 집어 칭찬하는 고객들의 후기를 볼 때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그만큼 알아주니 뿌듯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

 

<라이프 오아시스 2.0>은 제품 팝업이 아니라, 브랜드 전시이기 때문에 제품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메시지는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어요. 어떻게 하면 대놓고 말하지 않으면서 ‘repair’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회복의 과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요. 저희도 직접 도슨트로 뛰면서 더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잘 느끼고 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고객 리뷰에서 ‘정말 회복이 된 것 같다’ ‘회복을 오감으로 느끼고 왔다’ ‘다른 건 몰라도 블루 히알루론산, 회복은 이제 알겠다’ 등 저희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직접 언급해 주시더라고요.(웃음) 네이버 예약 후기와 블로그/인스타 후기가 자발적으로 수없이 쌓이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노력한 결과이구나’하고 뿌듯했어요.

 

 


 

 


 

마지막으로, 체험/전시 마케팅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케터를 위해 알려주실 만한 팁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 최대한 많은 체험/전시 마케팅을 경험해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수없이 많은 공간을 직접 경험해 보았는데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체험/전시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유명 전시의 유사 전시 정도로 평가가 될 수 있거든요. 이런 평가를 피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스스로 많이 경험하고 찾아다니면서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

 

두 번째로, 공간을 경험해 보고 나서 오가닉 한 고객 반응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팁이에요. 정말 잘 구성된 공간/전시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고객들도 그걸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느낀 것과 다른 사람들이 느낀 바가 동일한지, 혹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고 주최 측에서 원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이 맞을지 체크해 보는걸 추천해요.

 

세 번째 팁은 관람 후에 전시 리플릿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인데요. 제가 직접 전시 준비를 해보니, 리플릿 문안 하나하나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담아내기 위해 정말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처럼 주최 측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의 핵심은 리플릿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리플릿만큼 전시/공간의 핵심 메시지를 잘 요약해 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전시/체험 마케팅을 준비하는 마케터라면 최대한 많은 공간/전시를 직접 경험해 보신 후, 고객들의 오가닉 한 리뷰와 전시 리플릿을 한 번 더 살펴보시면 전시에 대한 본인만의 시각을 키우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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