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 한 해에도 수십 팀의 아이돌들이 각자의 꿈을 가지고 데뷔하지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데뷔 한 달도 안돼 하루 26만 장의 앨범이 팔리고, 최근 3년 기준 데뷔곡이 최고 순위로 멜론 실시간 차트에 진입한 걸그룹이 있습니다. 바로 어도어의 민희진 디렉터가 기획한 ‘뉴진스’입니다.
물론 ‘민희진’이라는 이 세 글자 자체가 케이팝의 아이콘이 된 지금, 소위 민희진 빨을 받아 서라 치부할 수도 있는데요, 데뷔 한 지 약 보름이 지난 지금에도 대중들은 여전히 뉴진스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더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고요. 이처럼 뉴진스의 어떤 점이 기존 아이돌판을 흔들 정도로 다른지 살펴보았습니다.
(1) 대세를 거스르는 콘셉트
2010년대 여자 아이돌이 순수함/청순함을 무기로 성장했다면 2020년대부터는 당당함, 도전을 키워드로 성장해왔습니다. 많은 여자 아이돌들의 앨범 커버가 당당한 포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표되었습니다.
2010년대 말부터 우먼파워가 대세가 되며 여성스러운 모습만을 강조한 콘셉트의 아이돌들에 대중들은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처럼 주체적이고 당당한 자신을 노래하는 아이돌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죠.
모두가 힘을 준 시대에 뉴진스는 힘을 빼고 데뷔했습니다.
걸 크러쉬 콘셉트가 아닌 그 나이 대에 볼 수 있는 청량함과 풋풋함을 무기로 내세웠습니다. 뉴진스의 대표 사진이 각 잡힌 포즈로 서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아닌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뛰는 모습인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멤버들의 애교스러운 모습을 강조하거나 유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10대인 멤버들, 그 나이 대만 가질 수 있는 풋풋한 모습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칼군무가 아닌 웃으면서 무대를 즐기는 모습, 대중들은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뻔하지 않은 신선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입 보이 무대 시작을 각 잡힌 준비동작이 아닌 웃고 떠들면서 시작하는 부분도 인상깊습니다.)
또한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는 얼마나 촘촘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도 했습니다. 가상세계의 또 다른 내가 존재하기도 하고 혹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기도 하고요. 알고 보니 3번째 앨범이 첫 번째 앨범에서부터 이어진다 등의 이야기는 숨겨진 의미를 찾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기도 합니다. 한 아이돌을 계속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뉴진스는 이렇다 할 세계관도 복잡한 능력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하입 보이 뮤비에서도 각자의 러브 스토리를 라임, 사탕, 후드 등의 매개체로 재미있게 풀어냈을 뿐 숨겨진 의미는 찾기 힘듭니다. (물론 모두가 모여 춤을 출 때 멤버들이 각자의 보이들에게 시선을 주는 디테일은 있습니다.)
이러한 느슨한 세계관은 특정 연령대 타깃이 아닌 30-40까지 겨냥한 콘셉트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10대 친구들도 세계관 분석하느라 힘들이지 않고 3040도 복잡한 세계관을 알 필요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뉴진스의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구세대와 신세대를 모두 잡다
뉴진스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살펴보면 하이틴과 뉴트로의 결합입니다.
신세대들이 좋아하는 하이틴 콘셉트에 레트로 무드를 얹혀 또 하나의 뉴트로를 탄생시킨 것인데요, 00년 시대 때의 문화를 힙하게 풀어내 구세대에게는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도어의 뉴진스의 홈페이지에도 엿볼 수 있습니다.
00년대 스타일의 폰트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마치 예전 시대의 컴퓨터/휴대폰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콘텐츠는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한 Z세대에 맞게
멤버들 무대의상 선택하기, 무빙 포토, 다이어리 꾸미기 등 놀 수 있는 콘텐츠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를 SNS에 공유할 수도 있고요.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익숙함과 함께 잊혀진 10대 시절의 풋풋함을 떠오르게 하고 Z세대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신선함을 주어 모든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죠.
뉴진스 앨범이 CD를 넣을 수 있도록 원형 가방에 넣어 출시된 부분도 이와 일맥상통하는데요, (일명 뉴진스백) 뉴진스가 구세대와 신세대를 연결해주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란 게 아닐지 민희진 디렉터와 10대 멤버들의 관계를 뉴진스 콘셉트에 투영한 것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3) 새로운 프로모션 방법
뉴진스의 프로모션 방법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통상 데뷔 일자를 확정 후 카운트다운 콘셉트로 짠! 하고 나타나거나 혹은 멤버 한 명씩 순차적으로 공개하던 기존의 틀에 벗어나 뉴진스는 과감히 티징을 생략하고 뮤직비디오부터 공개했습니다.
이 또한 대세를 거스르는 프로모션 방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민희진 디렉터의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뜰 수 있다는 자신감. 뉴진스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이렇게 바로 공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 tvn 유튜브
또한 뉴진스는 프로모션 영상 기획을 유튜브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걸로 보이는데요, 뉴진스 노래 중 하나인 하입 보이는 민지, 하니, 혜인 그리고 다니엘+해린의 이야기로 나누어 총 4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하입 보이 오피셜 인트로 영상 맨 끝에 ‘누구로 할래? 골라봐’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이 4가지 버전의 뮤비가 추천 영상으로 뜨게 됩니다. 멤버가 5명이지만 다니엘과 해린을 묶어 4가지 버전으로 제작한 이유도 이를 고려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민희진 디렉터의 정말 세심한 기획역량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추천 영상은 4개까지 가능)
저는 또 개인적으로 단발 멤버나 염색머리 멤버가 없이 모두 긴 생머리로 나왔다는 점에서 민희진 디렉터의 멤버들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느껴졌습니다. 굳이 튀는 머리스타일을 할 필요 없이 모든 멤버들이 뇌리에 박힐 거라는 자신감! 저 또한 몇 편의 영상만 보았을 뿐인데도 모든 멤버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처럼 뉴진스가 다른 아이돌과 다른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았는데요, 시대의 흐름을 잘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스르는 것 또한 새로운 기획이 된다는 점, 민희진 디렉터의 세심한 기획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뉴진스 이름의 뜻처럼 NEW Genes이 될 그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