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수많은 마켓플레이스의 출현으로 우리의 생활에는 혁신이 일어났다. 아마존, 이베이, 쿠팡, 지마켓, 옥션 등과 같은 상거래 뿐만 아니라 우버, 유데미(Udemy), 에어비엔비 등과 같이 여행, 교육, 교통까지 여러가지 환경을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서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1년간 스타트업 리더들을 위한 교육 플랫폼 그로우앤베터에서 ‘플랫폼 성장전략, 서플라이 그로스’ 강의를 그로우앤베터 리더들과 함께 진행을 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강의나 콘텐츠는 많이 있었으나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의 공급자를 모으고 성장시키는 강의나 콘텐츠는 별로 없었다. 아마 교육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강의 중에서는 그로우앤베터 강의가 유일한듯 하다.
최근에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한다.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 간병인 요양보호사 돌폼 플랫폼 케어닥, 셀럽 후원 플랫폼 팬심 등 분야 또한 다양하다. 이렇게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할 때 많은 고민이 있지만 이용자를 모으는 것만큼 서비스를 온전하게 꽉 채워줄 공급자를 유치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공급자를 어떻게 모으고 성장시키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다.
치킨 게임: 이용자 vs 공급자 어느 쪽이 먼저?
그로우앤베터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매번 어김없이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
‘이용자와 공급자 둘다 너무 중요한데 어디에 먼저 집중해야 할까요?’
과연 무엇이 먼저일까?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 우리 브랜드와 잘 맞고 서비스가 지향하는 바를 잘 담을 수 있는 공급자를 먼저 끌어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공급자를 찾으려는 이용자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출판업계가 침체기에 빠져 있을 때 출판사로 시작해서 ‘오디오북’ 시장에 진출한 윌라는 2017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당시 국내에서 오디오북은 매우 생소한 영역이었다. 출판 시장은 장기간 침체로 패배주의가 팽배했었고,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또한 초기 샘플북이 아니라 책 한권을 통째로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기 위해서 선뜻 나서는 출판사들이 없었기에 공급자가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 런칭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윌라는 첫작품으로 인플루엔셜(윌라를 서비스하는 회사)이 직접 출판했던 ‘미움받을 용기’를 선정해서 오디오북으로 제작했다.
배달의 민족도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배달음식은 모두 전화로 주문했지, 앱에서 주문을 하지 않는 시대였다. 배달의 민족은 처음 6개월동안 직접 전단지를 모아서 5만개가 넘는 음식점 정보를 입력했다. 이 음식점 정보를 바탕으로 초기 서비스를 오픈하게 됐다. 이용자 이전에 먼저 플랫폼을 채워줄 초기 공급자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공급자 모으는 전략 또한 퍼널을 따라서
좋은 품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신규로 들어 오고 플랫폼을 통해서 더 많은 이용자들과 연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때 공급자를 공략하는 전략은 이용자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퍼널을 따라서 다양한 전략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아래는 에어비앤비의 Supply Growth팀에서 리더로 있었던 Lenny Rachitsky의 글에서 정리한 방법들이다. 그 중에서 강의 때 강조했던 몇 가지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자료: ‘Airbnb Supply Growth 28가지 전략’ 그로우앤베터 블로그)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
에어비앤비의 서플라이 그로스 전략에서 퍼널 최상단에서 해야하는 일 첫번째는 공급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내걸라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들이 에어비앤비를 운영함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전면에 내세웠다. 데이터는 너무 현실과 괴리감이 큰 수치가 아닌 실질적인 값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화면)
최근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렇게 수익과 관련된 광고를 많이 한다. 클래스101도 크리에이터 페이지에 이렇게 홍보를 했고, 식스샵 역시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직접적인 공급자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클래스101, 식스샵)
서비스의 가치를 이렇게 숫자로 표현해서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조금은 슬로건과 같은 형태의 카피를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모든 페이지, 광고, 뉴스레터 등을 통해서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 다른 플랫폼이 아닌 우리 플랫폼을 선택해야하느냐는 공급자들에게 중요한 선택의 요인이다. 그 가치를 만들어 내고 설득해야 한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브랜딩과도 연결된다.
영업과 다이렉트 마케팅 통한 초기 공급자 만들기
공급자가 0인 상태에서는 서비스와 직결된 다양한 시도와 더불어 직접 발로 뛰는 영업은 필수다. 에어비앤비도 호스트를 다른 플랫폼에서 데려와서 가입시키고 교육을 시켰는데 이는 공급자가 없는 초기 상태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특별히 초기에 들어온 공급자와는 돈독한 관계가 되도록 신뢰를 쌓고 함께 서비스를 키워 나간다는 자부심 또한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급자를 로열티를 심어주면서 동시에 그 공급자와 함께 파트너 관계로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련 DB를 모으고 직접 아웃바운드 영업콜과 콜드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다이렉트 마케팅까지 해서 초기에 공급자를 모을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무엇보다 이런 공격적인 방법이 매우 유효하다.
공급자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홍보
수많은 공급자들은 다른 공급자들의 사례를 궁금해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서 성공한 스토리를 접하게 되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성공 신화를 따라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플랫폼에서 성공한 이들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면서 우리 플랫폼을 함께 홍보하는 것. 이것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공급자들에게는 그들의 스토리 자체가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주는 도구가 되고 잠재 공급자에게는 플랫폼으로 새롭게 가입하고자 하는 니즈를 불러 일으켜 준다.
클래스101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컨퍼런스를 개회하고 그들의 이야기로 스토리를 만들냈다.
(클래스101 크리에이터 컨퍼런스)
네이버 역시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서 광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성공을 이루게 사례를 꾸준히 사이트를 통해서 홍보하고 있다.
(네이버 광고주 성공사례)
공급자를 락인시키고 성장시키는 교육
공급자의 규모가 커졌을 때 잔잔하게 지속하는 마케팅과 함께 이제는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왜 교육을 해야할까?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시스템에 가입하고 관리를 위해서 수시로 접속해야 한다. 초기에 이런 시스템이 공급자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진입장벽을 무너뜨리고 서비스에 락인시키기 위해서는 친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필자가 네이버에서 광고주 교육을 시스템화하여 만든 것은 검색광고가 소상공인들이 혼자서 운영하기에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광고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게 되면 똑 같은 돈은 쓰면서 더 많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을 하게 됐다.
이런 네이버의 교육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 배민아카데미이다. 배민 사장님들 대상으로 시스템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면서 사장님들의 사업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통해서 배민에 입점한 많은 공급자들이 더 성장하고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되는데 이는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 배민아카데미)
결국 플랫폼과 공급자의 동반 성장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 없이 이용자만 많다고 성장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많은 이용자를 모으는 것 이외에 더 많은 공급자를 모으고 공급자들이 그 안에서 더 많은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플랫폼과 공급자의 동반 성장이다. 배민아카데미에 참석한 사장님들의 수치를 보더라도 교육을 통해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사업과 관련된 많은 것들 것 배우면서 매출이 함께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배달의 민족)
최근 무신사의 사례를 보면서 무신사가 이 동반 성장이라는 전략을 정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디자인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입점 브랜드를 위해서 브랜드 판매기획, 홍보,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과 관련된 활동들을 지원하면서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실질적인 생산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혜택도 제공중이다. 타쇼핑 플랫폼에서 감히 상상하기 힘든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신사 동반성장 소식)
플랫폼 비즈니스는 결국 공급자와 함께 성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이용자가 공급자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플랫폼을 찾게 된다. 수많은 플랫폼 서비스가 계속 출시하고 있는데, 우리 플랫폼 공급자들이 성장하기 위해서 또 우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공급자가 플랫폼을 마지못해 이용하거나 플랫폼을 이용할수록 마이너스가 된다면 결국 플랫폼도 망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윈윈하는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