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지의 매거진

B2B 마케팅은 B2C의 마케팅과 어떻게 다를까?

정예지

2022.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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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B2B 마케터가 하는 일이 뭔가요?”

 

저는 사실 B2B 마케터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걸 좀 어색하게(?)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굳이(!?)'랄까요? 일단 마케터라고 하면 대부분 B2C 시장의 서비스를 팔 거라고 지레 예상하기도 하고... B2B 마케터라고 소개하는 순간, 저한테 질문한 상대방의 눈빛이 느낌표에서 물음표로 바뀌는 게 보이거든요. 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회사를 떠나는 순간, 단체가 아닌 개인이기 때문에 B2C 서비스가 훨씬 익숙한 건 사실입니다. 일상 속에서 B2B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은 오직 사무실에서 일할 때 뿐이니까요. 

 

 

 

B2C와 B2B의 차이는 타겟 오디언스에서 오는 것이지, 서비스에 엄청난 다름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B2B에 대해 설명하는 건 심플합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B2C의 서비스를 기업에 팔면 B2B거든요(물론 날 때부터 B2B인 프로덕트도 존재합니다. 많은 SaaS가 그런...). 어떤 것이든 B2B 프로덕트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커피머신은 일반 소비자한테(B2C) 팔 수 있지만, 기업에 렌탈 서비스로 제공하면 B2B 프로덕트가 됩니다. 요새 많이 사용하는 노션(Notion)도 무료로 개인에게 제공(B2C)하지만, 기업 사용자에게는 한 달 혹은 연간으로 일정 구독료를 받고 판매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개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B2C) 교육을 팔고 있는데요. 이걸 기업교육(B2B)으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동료 마케터 : B2B 마케팅이라고요? 아... 잘 모르겠네요.

| 나 : 별 거 없어요. 기업교육을 파는 거죠!

| 동료 마케터 : 그러니까요. 그걸 잘 모르겠네요. 

| 나 : ...

 

 

 

B2B 마케팅을 하면서 가끔씩 외롭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제품에 있어서는 훨씬 심플해졌습니다(과연?). 문제는 'B2B로 무언가를 판다'는 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냐인데요. B2C 비즈니스에서 마케팅을 할 때는 제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했습니다(쉬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목표는 제가 담당하는 상품에 대한 광고 캠페인을 운영하여 결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광고비 대비 매출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광고를 보고 들어온 유저가 실제 결제까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등등을 고려해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그렇다면 B2B 비즈니스에서는 어떨까요? 일단 B2B의 타겟 오디언스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1. 구매 의사결정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릅니다.

2. 브랜드의 인지부터 구매까지의 여정이 B2C에 비해 훨씬 깁니다.

3. 구매는 마케팅이 아닌 영업(세일즈)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4. B2C에 비해 평균적으로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5. (그밖에 많지만 제품의 성격별로 특정하기 어려워서 생략...)

 

1. 구매 의사결정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릅니다.

B2B 프로덕트를 마케팅하는 것이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인데요. B2B 프로덕트는 기업 간 계약 체결을 통해 구매가 이루어집니다. 제품에 관해 문의하는 사람은 기업의 관련 부서 담당자(ex. 인사/경영지원)이나, 실제 구매를 위한 승인은 기업의 C-Level에게 받아야 하죠. 그리고 나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은 기업의 임직원 전체 혹은 관련 부서의 특정 직원들입니다. 기업 대 기업으로 프로덕트를 판매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B2B 비즈니스의 마케터와 세일즈 부서는 이 전체 여정의 각기 다른 사용자들을 모두 고려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2. 브랜드의 인지부터 구매까지의 여정이 B2C에 비해 훨씬 깁니다.

회사에서 비용 지원을 받아 무언가를 결제해 본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텐데요. 기업 간 거래는 원래 오래 걸립니다. 특히 B2B 프로덕트는 고객사에 재직 중인 다수의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매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도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습니다. 기업의 관련 부서 담당자가 우리 브랜드 또는 서비스를 인지하고, 여러 업체 중에 우리 프로덕트를 후보 중 하나로 고려하며, C-Level의 승인을 받아야 하죠. 따라서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말한 고객사가 이 길고 긴 구매 여정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서 담당자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데, 최종 컨펌을 얻지 못할 수도 있죠. 내외부의 설득이 모두 필요한 의사결정입니다.

 

3. 구매는 마케팅이 아닌 영업 단계에서 이루어집니다.

가끔 제가 푸념처럼(?) 하는 소리인데요. B2B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케터가 가장 싫어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3번이 아닐까 싶습니다. B2C의 고객은 대부분 마케팅 부서에서 운영하는 캠페인 전략을 따라 유입되어 최종 구매까지 갑니다. 세팅만 해놓으면 애널리틱스에 신청 및 결제가 찍히죠. B2B에서는 완전히 반대인데요. B2B 비즈니스에서 마케팅 부서는 잠재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우리 사이트로 유입되는 단계까지만 관리합니다. 이후 실질적인 구매를 유도하여 계약을 체결시키는 건 영업팀의 관리 대상이죠. 이는 단순히 영업팀이 모든 성과를 가져가기 때문에 마케터가 B2B를 기피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하). 문제는 마케팅 부서에서 진행한 액션이 실제 구매 전환에 기여했는지를 트래킹(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죠. 때문에 세일즈와 마케팅 부서의 통합 관리를 위한 솔루션(SaaS)이 또 왕왕 있습니다. 

 

4. B2C에 비해 평균적으로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회사에서 쓰던 툴이나 대행사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업체나 소프트웨어를 서칭하고 다시 구매하기까지의 여정은 마케터에게도 길지만, 고객사 입장에서도 피곤한 일입니다. 만족도가 아주 낮다면 구매할 때마다 새로운 서비스로 교체하겠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한 번 전사에 도입한 프로덕트를 2번, 3번, N번 다시 구매하여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B2B 마케팅은 신규 고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기고객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이러한 B2B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에, B2B 마케팅의 접근 방식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B2C에서는 사용자의 획득과 그들의 실질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마케터가 했다면, B2B에서는 영업팀이 구매 전환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를 모으고, 고객 관점에서 관리(CRM, Customer Relations Management)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인 것이죠. 

 

B2B 비즈니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부터 한 가득이네요... 쓰다 보니 B2B 마케터가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소 뭉뚱그려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진짜로(!) 보다 세세한 B2B 마케터의 실무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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