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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문화, 모두가 평등한 것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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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일개 구성원이

임원이 하시는 말씀에 반대 의견을 내?”

 

우리는 조직에서 이런 모습을 흔히 만난다. 직급이 낮으면 의견은 쉽게 무시된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직급 낮은 구성원들은 차츰 침묵을 선택한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심리적으로 ‘편안함’이 전혀 없는 문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국내외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넘쳐나는 정보에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속수무책이 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뽑아내지 못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른바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수평적 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관련 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조직문화가 온다)

 

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 조직은 수평적인 문화로 바뀐다고 공표하면 끝날까? 서열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면 될까? 위아래 구분 없이 ‘님’ 자를 붙여 부르고 서로 존댓말을 쓰게 하면 될까? 물론 다 필요한 변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오랜 습성이 바뀌려면 어림도 없다.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경영자가 하나 더 챙겨야 할 것은 바로 ‘관계’의 정리다. 무슨 말일까?

 

 

 

 

 

권력관계 중심에서 인간관계 중심으로

모든 관계는 ‘권력관계’와 ‘인간관계’로 나뉜다. 전자는 지시를 주고받는 관계, 후자는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묶인 관계다. 군대는 권력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친구 사이에는 인간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관계’와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되는 관계’다.

 

지금 우리 조직은 어떤가?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권력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 수직적인 문화였기 때문이다. 수평적으로 문화를 바꾸자는 것은 권력관계에 쏠린 중심축을 인간관계 쪽으로 기울여보자는 것이다. 구성원도 임원의 의견에, 경영자의 의견에 ‘감히’ 반대할 수 있고, 누구나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개진할 권리를 갖자는 거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권력관계와 인간관계의 균형을 찾자는 것이지, 인간관계만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난 사적 모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어떨 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관계’이고 어떨 때 ‘따르지 않아도 되는 관계’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구성원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실행은 수직적, 문화는 수평적

구성원들은 묻는다. “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하라고 해놓고 정작 의사결정은 리더가 마음대로 하나?” 결국 ‘답정너’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회사는 ‘역할 게임’을 하는 곳이다. 대학 동아리라면 모두의 의견을 듣고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맞다.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역할이 필요하고, 리더가 이를 맡는다. 구성원의 역할은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피력하되, 일단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그 결정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견을 주고받을 때는 ‘인간관계’,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권력관계’를 따른다는 의미다. 

 

때문에 경영자는 처음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의견은 참고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리더가 내리겠다고 말이다.

  

 

 

리더의 권한과 책임은 지켜라

리더가 묻는다. “구성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말하게 하려면... 리더는 할 말이 있어도 가급적 참아야 하나?” 

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수평적 문화를 이끄는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의 본질은 직급에 따른 권위를 내려놓는 것이지,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다. 성과에 대한 책임도 내려놓을 수 없다.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면 리더도 마찬가지다. 다만,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것과 아닌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편의점 알바생이 에어팟을 끼고 일해도 되는지’를 두고 온라인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 적이 있다. ‘서비스업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고객의 월권’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어느 쪽이 맞을까? 사무실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것을 ‘개취’로 받아들여 줄 수 있다. 즉, 사적인 영역이라고 판단된다면 ‘인간관계’에서처럼 그냥 인정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만약 업무의 특성상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이는 명확히 짚어줘야 한다. 권력관계로서 ‘따를 것’을 주문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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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문화는 모두가 평등한 조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의견을 주고받을 때에는 '인간관계',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에는 '권력관계'를 따른다는 의미이다. 혹시 위로 올라갈수록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조직은 권력관계가 지나치게 내세워진 수직적인 문화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관계를 통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자.

 

>> 글쓴이: 「새로운 시대 조직의 조건」 HSG 휴먼솔루션그룹 김미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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