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축구는 무엇인가
빌드업 축구라는 생소한 단어를 우리에게 친숙하게 만든 벤투 감독. 그의 축구철학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때 달라진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며 “와 이건 축구선진국의 모습이잖아.”라며 적잖이 놀랐다. 벤투는 뻥축구에 익숙해져있던 축구변방 한국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사진 : KFA 국가대표팀 공식 페이스북)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골키퍼와 수비수들간의 팀웍이 중요하다.
당연히 서로간의 미세한 습관이나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 패스를 받는 상대가 왼발 혹은 오른발 중 어떤 발로 첫 터치를 하고, 어떤 방향전환을 한 후 어떤 패스를 하는지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그 패스웍은 끊김없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볼이 계속 움직이면서 볼과 사람이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변화가 생기고, 상대 움직임과 우리 움직임에 따라 갑작스러운 혼돈이 생기면서 예상치 못한 찬스 공간이 열린다. 그 공간에 패스가 들어갈 때 골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계속되는 패스를 통해 열린 찬스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빌드업 축구의 실질적인 효과이다.
더불어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도 클 것이다. 높아진 볼 점유율은 주도감, 지배감이라는 긍정적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리액션이 아닌, 내가 스스로 결정한 판단에 의해 움직이면서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기분은, ‘허둥지둥’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 ‘흥미진진’과 ‘긍정적인 공격성’에 의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극단적으로 두더지잡기 게임에서 망치를 들고 때릴 때의 역할과 피하는 두더지의 역할만큼 스트레스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브랜드도 빌드업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브랜드 입장도 똑같다. 시장에서 항상 주도하는 브랜드가 있고, 이에 맞서 대응하는 브랜드가 있다. 주도하는 브랜드는 남의 계획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인의 계획과 보폭에 따라 다양한 시도와 가능성 테스트를 전개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되고, 득점과 함께 마켓리더십을 더욱 다질 수 있다. 대응하는 브랜드는 볼을 따라가기 바쁘다. 움직이는 선수를 놓치기 일쑤며, 뒤늦게 따라가서 체력만 소진하고 골을 먹은 후 경기장에 쓰러지고 만다.
브랜드의 빌드업도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티키타카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체크 리스트도 뽑아낼 수 있다. 그런 결과물이 모여 주도감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그런 경기를 보면서 그 팀만의 차별적인 색깔을 느낄 수 있다.

월드컵은 토너먼트 단판 승부기이게 우연이 가능한 곳이다. 두려워서 움크리고 있다가, 우연히 휘두른 펀치로 상대방을 KO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서있는 비즈니스라는 경기장은 종료 휘슬이 없는 더욱 무자비하며 냉엄한 곳이다. 그런 곳일수록 우연보다는 스스로 세운 가설을 검증하고 하나씩 에러를 줄이고 자기다움을 토대로 브랜드 색깔을 만들어가려는 것이 중요하다.
운이 좋아서 ‘원히트 원더’ 제품을 내놓고 성장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다음 성공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다양한 위치에서 시장과 고객을 조망하고, 획득한 정보는 구성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발견된 기회에 대해서는 과감히 결정하고 실행하는 문화. 실패하더라도 지워진 선택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또 다른 가설을 검증하려는 문화. 그런 철학이 결국 강팀, 파워 브랜드를 만든다.
경기를 주도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Summary 브랜드 빌드업
• 평상시 타깃 및 시장과 끊김없이 티키타카 소통을 하면서 기호와 취향을 파악하라.
• 흥미진진한 가능성이 발견되면, 최대한 정교하게 타깃팅을 한 후 쭉 밀어본다.
• 상대의 공격에는 우루루 몰려가거나 밖으로 걷어내기 보다는 다시 우리만의 리듬과 흐름을 만들면서 대형을 유지한 후 공격을 재개한다.
올림플래닛 CMO 신승호 : 메타버스 SaaS 플랫폼인 엘리펙스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