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덕질하기

가장 한국적인 것은 브랜드에서 나온다.

김태윤

2023.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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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고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다양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을 어필하고 있다. 내가 쓴 “브랜드가 잊혀지지 않기 위해 한 선택”에서 언급했듯이 돈으로 관심을 사기도 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소비자와 소통하게 된다.

 

오늘은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가진 힘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될 수 있을까?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겠지만,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를 언급할 때 긍정적인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용어로 "브랜드 연상"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보면, 브랜드 연상은 “특정 브랜드나 제품과 연관되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나 상징”을 의미한다. 만약 당신에게 특정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무엇이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떠오를 수 있다.  

 

“애플”하면 사과 로고가 대표적이며, “삼성”하면 파란색, “영국”하면 축구 또는 여왕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특정 브랜드와 연관된 이미지나 키워드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나의 기억장치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1. 스위스 하면 시계가 떠오르게 된 이유

 

브랜드는 기업이 만든 특정상품이나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와 지역, 유명인 등 어떤 고유명사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독일 하면 자동차, 스위스 하면 시계와 같은 특정 제품이 떠오른다. 나아가 스웨덴 이케아, 프랑스 샤넬처럼 나라에 관해 물으면 특정 기업의 브랜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어쩌다 “스위스 하면 시계”가 대표적으로 연상되는지 궁금해졌다.

 

 

스위스의 시계가 유명한 이유는?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에 올라온 콘텐츠를 보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스위스의 시계 산업의 발전은 기독교에서 시작되었다. 16세기 제네바 중심으로 활동한 장 칼뱅의 종교개혁운동으로 여성의 귀금속 착용이 금지된다.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공급업자인 보석세공인은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일을 찾았고, 시계제조업으로 전향하면서 제네바 중심으로 시계 산업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시계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증가한 생산성과 부품/시계 표준화로 스위스 시계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여기서 끝났을 것 같았으나 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자시계가 나온 후 일본의 카시오와 같은 브랜드가 선호되면서 스위스 시계업체는 대부분 망하게 된다. 부도 위기에 있던 2개의 대형 시계제조업체가 1983년 합병해 스와치 (Swatch) 그룹을 만들었다. 이전까지 스위스 시계는 고가 브랜드에 치중해 있었으나, 생존을 위해 중, 저가 제품을 만드는 승부수를 띄운다.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중저가 Swatch 제품을 출시하면서 수요를 창출하게 되었고, 다시금 스위스 시계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유튜브 폭스아이디어에 업로드 된 드위스 M3W 원더링 아워 손목시계 영상 썸네일 캡처

 

 

특정 국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 연상 키워드는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로 탄생하게 되었다. 하나의 스토리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며, 이런 이미지가 해당 브랜드에 대한 매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토리가 가장 스위스적인 것을 만들지 않았을까? 스위스 하면 시계라는 대표 브랜드 연상 키워드를 만들었고, 이것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쉽게 수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2. 외국에서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

 

먼저,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스위스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모호했다. 그 나라에 살기에 너무 많은 옵션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외국인의 시야에서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구글링 하던 중 예전 자료이긴 하지만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알아본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2018년)가 흥미로웠다. 한국을 포함한 16개국 8,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한 결과,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식(40%)’이 가장 높았다. 이어 케이팝(22.8%), 한국문화(19.1%), 케이-뷰티(14.2%) 순으로 나오고 있다. 즉, 외국에서 떠오르는 한국의 이미지는 한복과 한옥보다도 먹거리와 현대문화에 대한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출처: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방송 캡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을 보다가 기안84가 페루에 여행 갈 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흥미로운 인상을 받았다. 외국인들과 친근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한국 유명 연예인 이름을 부르며 아는지 묻는 장면이 있었다. 예전에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한국을 물어보던 단어가 이제는 BTS, 블랭핑크 제니로 바뀐 것을 보면서 확실히 현대문화를 통해 한국을 연상하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들었다.

 

 

3.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한국은 예전보다 국가적인 인지도나 명성이 높아졌다. 세계 199개국 중 여권 파워 순위 2위를 기록하는 한국. 여기서 여권파워는 사전 비자를 받지 않고 입국할 수 있는 나라를 의미하며, 우리나라는 192개국을 입국할 수 있다. 이렇게 국가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인 만큼 여러 가지를 브랜드 연상해 한국을 떠오르게 되었다. 

 

 

출처: 헨리앤드파트너스 '2023년 1분기 여권 파워지수(Henley Passport Index)' 갈무리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양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BTS, K-pop, 더 나아가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이제는 해외여행 가게 되면 아이돌이나 프로그램 이름으로 한국을 설명할 수 있듯 한국의 현대 문화 콘텐츠의 힘은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 문화 콘텐츠 특성상 특정 현대문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스위스의 시계라는 국가 브랜드가 탄생한 것처럼. 아직 외국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가장 한국다운 기업의 브랜드가 인식될 기회는 열려있다고도 생각된다. 이러한 한국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시도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Unsplash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출시 1년 만에 미국 시장 진출하는 원소주와 같은 브랜드도 있으며, 작년 해외 매출 2조 원 신기록을 달성한 라면 4사(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도 있다. 그리고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가장 한국적인 것을 고민하는 국내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손목시계 브랜드 해리엇워치스와 같은 브랜드도 존재한다.

 

스위스의 예시처럼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가장 한국적인 브랜드가 탄생된다면, 그 산업이 살아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가 그러한 역할을 조금이나마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지만,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까지는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BTS나 오징어게임 등 현대문화 콘텐츠가 대표 브랜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한국의 기업들이 만든 특정 브랜드가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로 떠오를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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