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후배와의 글쓰기 코칭

혹시 MBTI가 ENFP인가요?

주드

2023.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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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공고가 올라갔다. 후배의 퇴사 통보 직후 바로였다. 대상은 3년 차 이상 대리급이었다. 이직을 하려는 대리급은 대개 첫 번째 직장에 아쉬움을 느껴 두 번째 직장을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을 이직하게 만든 아쉬움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증을 품은 채 이력서를 뒤적였다. 쉽게 그만두지 않을 사람을 찾아야 했다. 3개월 만에 그만둔 후배 덕분에 깨달은 사실이다. 그래도 내 니즈가 더 중요했다. 오자마자 바로 실무를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지원자를 뽑고 싶었다. 나의 니즈와 상대방의 니즈가 맞기를 바라며 면접에 두 명의 후보자를 올렸다. 

 

첫 번째 후보자는 교육컨설팅회사 출신이었다. 경력직 면접답게 경력사항을 묻고 답했다. 경력은 5년이었다. 일반적인 프로젝트를 일반적으로 수행한 듯 보였다. 준비가 잘 된 덕분인지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런데 면접을 보고 난 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색무취여서 그런 것 같았다. 흥미로운 답변은 없었다. 이래서 무플보다는 악플이 더 낫다고 하는가 보다. 마이너스 점수인 것도 있었다. 교육컨설팅 회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전임자가 교육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조직문화에 적응을 못한 탓이다. 운이 좋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첫 번째 면접을 마쳤다.

 

두 번째 후보자는 일반 기업 출신이었다. 1년의 영업 경험, 2년의 교육 경험이 있었다. 경력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교육 업무 경험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않았고 일반적이었다. 그래도 일반 기업을 경험해서 일의 진행 프로세스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이 후보자도 마이너스가 있었다. 공백기가 무려 8개월이었다. 보통 경력 이직은 환승 이직을 기본으로 한다. 갈 곳도 정해놓지 않고 퇴사한 배경이 궁금했다. 일보다는 휴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까. 보통 사람보다 퇴사가 더 쉬운 사람일 수 있다. 기약 없는 무직에 용기를 낸 배경이 궁금했다. 그만큼 참지 못할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고통이었을까. 이 모든 것들이 퇴사 안 하고 열심히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한 의문이다. 갑자기 못된 사측이 된 기분이었다. 

 

8개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궁금했다. 아니, 중요하다는 게 더 맞겠다. 면접관 입장에서 공백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중요했다.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놀았다면 놀려고 퇴사를 한 것이다. 개인의 입장이라면 응원할만한 일이지만 같이 일할 사람의 눈으로 보니 꼰대가 된다. 아니다. 나는 개인주의자다. 놀기 위해 갑자기 그만두면 그 일은 누가 다 하나. 난감하다. 반면 생산적인 활동을 했다면 쌍수 들고 환영할 준비가 돼있다. 같이 일할 사람이기에 능동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에 맴돌다 공백 기간에 무엇을 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었다. 

 

후보는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오픽 AL달성, 유튜브 개설, 바디 프로필, 꽃꽂이 자격증 등에 도전했다고 했다. 답변은 낮은 점수를 받지 않았다. 생산적인 일을 벌이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확인사살을 하기 위해 추가 질문을 하나 했다. "혹시 MBTI가 ENFP인가요?" 후보자는 맞다고 했다. 보통 ENFP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아한다. 열정적이고 공감을 잘한다고 하며 사교적이기도 하다. 한 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몇 가지 다른 일을 벌이고 계획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ENFP라는 MBTI 결과 하나로 많은 성향이 예측됐지만 면접장에서 지나친 억측은 안 됐다. 그러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은 나에게 중요했다. 이는 호기심이 많고 좋아하는 분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읽힌다. 퇴사한 후배에게 아쉬웠던 부분이다. 후배는 자신의 장점이 뭔지도 잘 몰랐고 좋아하는 일도 없어 보였다. 나보다 어린 친구니 트렌드에 밝아 내가 못 보는 관점을 주기를 원했는데 후배는 주기적으로 좇는 트렌드가 없었다. 그리고 꼼꼼한 사람과도 함께 일하고 싶었다. 꼼꼼해야 손이 덜 간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 손은 덜 가면서 나에게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을 가져다 줄 사람을 원했다. 물론 조용한 사직 시대에 회사에서 관심분야를 찾고 일 벌일 것을 요구하는 게 가당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개인을 위한 것이다. 내 삶을 얼마나 성의 있고 주도적으로 사는 문제다. 본인의 삶을 이끄는 동료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고 싶었다. 누구에겐 당연한, 누구에겐 과한 니즈였다. 나는 당연하길 바랐다. 

 

면접이 끝난 후, 두 번째 후보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후보자의 교육업무 경험은 부족해 보였지만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것이 나와 함께 일하기 좋은 성향일 것 같았다. 나는 회사 밖에서는 ENTP 안에서는 INTP인 성향이다. 둘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좋아한다. 회사 안과 밖을 두 얼굴로 살더라도 일벌이기 좋아하는 건 변함없다. 그동안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혼자서 하기에는 추진력이 아쉬웠다. 그래서 ENFP형 동료와의 합이 기대됐다. 그렇게 P님은 우리 팀으로 입사했다. 

 

 

출처: 뚝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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