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아닌 머리가 되기 위한 디자이너의 능력
디자이너에게 단 하나의 능력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색을 예민하게 보는 능력도 아니고, 손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닐 것이며, 인간의 눈높이에 맞는 예쁜 그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분명 '문제해결능력'일 것입니다.
사실 이 능력은 디자이너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인간이 지금까지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이라 말할 수 있겠죠.
결국,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문제해결능력은 인간이 앞으로도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기술적 능력의 기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역은 학습을 통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즉, '학습능력'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바로 문제해결능력입니다. 결국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능력은 본질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여러분께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인 문제해결능력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겠습니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다른 고민을 갖고 있는 모든 디자이너분들에게 이 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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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과거와 현재의 생존을 이뤄 준, 그리고 미래의 생존을 이뤄 줄 능력
인간의 문제해결능력은 자연으로부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민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주 먼 과거부터 인간은 이미 문제해결능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선조들과 다른 점은 우린 그들의 다양한 해결법을 태어날 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선조들과 한 가지 공통점은 우리도 현재에 있는 그리고 미래의 있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문제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죠.
"날씨와 짐승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석기 시대에 인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엔 넓은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고, 사냥 기술의 발달로 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옷을 만들어 몸을 보호했습니다. 그러나 이 해결법으론 부족해 동굴 생활을 하게 됐고, 불을 사용하게 됐으며 집과 무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 모든 결과물은 생존이란 문제를 당시 최고의 지식과 기술로 해결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훌륭한 디자이너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도 생존이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때와는 다르게 생존이란 문제의 기준점이 많이 바뀌었을 뿐이죠. 회사의 생존은 비즈니스 성장일 것이고, 자신의 생존은 경제적 자유와 건강 등이 있을 겁니다.
즉 인간은 시대에 맞는 문제를 안고 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최고의 지식과 기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능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디자이너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남들과 다르게 보려는 노력을 통해 관찰력을 기르며, 새로운 문제 해결법을 찾아내 유의미한 경험을 만들고, 이를 통해 경험을 누리는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해야 합니다.
프로젝트의 전략적인 부분은 기획자, 전략가 등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만의 일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사업 전략과 시각 결과물의 완성도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디자이너입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디자이너는 손이 아니라 머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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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싶은 핵심 경험, 그 하나를 이루기 위한 능력
현재로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의 문제해결능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싶은 핵심 경험, 그 하나를 온전히 이뤘을 때입니다. 핵심 경험을 만들기 위해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핵심 경험을 만들기 위한 디자이너라면 이러한 점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 이 프로젝트는 어떤 문제를 계기로 시작한 걸까?
- 이 프로젝트는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걸까?
- 우리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해결법을 찾아야 할까?
- 우리는 이 해결법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시도들을 해야 할까?
- 우리가 찾은 해결법이 실제로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을까?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모든 브랜드는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장점을 모두 말하고 싶어 합니다. 많은 말을 할수록, 많은 것을 보여줄수록 이와 비례하게 사용자는 이 브랜드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뾰족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게 되죠.
물론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도 충분히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당장의 매출과 직결되기에 포기하기 힘든 전략입니다. 그러나 뛰어난 브랜드는 많은 것을 가졌어도,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뛰어난 브랜드의 공통점은, 브랜드의 시작과 끝 이 모두를 일관되게 그리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단 하나의 핵심 경험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관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다양한 사례를 찾고, 우리에게 맞는 문제 해결법이 무엇인지 설계하는 노력. 이것이 곧 핵심 경험 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힘입니다.
핵심 경험 그 하나를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개발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자가 알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제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세요. 많은 말을 하지 마시고, 많은 것을 보여주지 마세요. 핵심 경험 그 하나를 말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의미하게 확장하시기 바랍니다.
라인웍스(네이버웍스)를 예시로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라인웍스의 핵심 경험은 "현장형 근로자를 위한 협업 툴"입니다. Desk-less, PC-less 등. Non-Desk Worker를 위한 협업 툴인 거죠. 그렇기에 라인웍스는 이 핵심 경험을 극대화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협업 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형은 단순히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 일하는 영업 사원, 건설업, 의료/간호업, 택배/배달 그리고 우리가 아는 오피스 직원도 현장형 근로자입니다. 서로 어디에 있든 모바일폰 하나로 일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 라인웍스의 미션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Mobile Front-End Platform"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브랜드의 핵심 경험입니다. 라인웍스는 이 하나의 핵심 경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사용자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전략적이고 실제 사업에 영향을 주는 뾰족한 핵심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 문제해결능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뾰족한 방향을 설정한 디자이너는 분명 유의미하고 완성도 높은 시각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생각 위를 걷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이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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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성장의 길에 놓인 많은 장애물로부터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
브랜드는 초기에 뛰어난 아이디어와 사용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이 중요합니다. 사업을 초기에 경쟁력 있게 개발할 순 있으나, 사업을 성장하는 일은 또 다른 능력이 요구됩니다.
디자인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 브랜드를 런칭할 경우, 충분히 매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단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개발 후 브랜드 이미지가 실제로 유의미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냐는 것입니다.
혹은 기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매력적으로 개선했다고 하더라도(흔히 리브랜딩이라고 하죠), 실제로 이 디자인이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줬을 때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절대로 만들고 완성시키는 것에만 집중하면 안 됩니다.
이 순간 필요한 능력이 바로 문제해결능력입니다. 사업 성장을 위해 기존에 방식이 방해가 될 경우 새로운 해결법을 찾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속한 브랜드의 사업 성장의 흐름과 사용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문제를 찾고 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인웍스(네이버웍스)를 예시로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라인웍스는 매년 사업 성과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음 사업 전략을 설계합니다. 사용자 가입률 증가 일 수도 있고, 매출 상승 일 수도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유무료 가입자 가입률, 지역별 사용자 가입률, 전년도 대비 매출 상승률, 경쟁사 대비 SMB(Small Medium Business) 가입률 상승 등. 사업 성장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여기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 목표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디자인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회사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디자이너가 직접 문제가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찾아 나서야 합니다. 라인웍스 브랜드 디자인팀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제 해결법을 찾았습니다.
-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를 위한 브랜드 메시지 개발 및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프레시(Visual Identity Refresh) 진행. 이를 광고 캠페인,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에 적극 적용.
- 수도권 외에 지역 사용자 가입률 상승을 위한 로컬라이징 캠페인 진행. 이를 통해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 할 수 있는 SMB 시장을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선점.
- 라인웍스 제품(App)의 사용성 자체가 개선되기 위해, 내부 생산자들(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 시스템 구축
이처럼 자신이 속한 브랜드가 가진 문제와 목표를 확실히 이해한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어떤 결과를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해야 하며, 실제로 유의미한 경험으로 도달했을 때 비로소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이를 다시 잡기 위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법을 찾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결국 사업을 성장시키는 디자이너는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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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이 디자인을 왜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능력
많이 돌아왔습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결국 문제해결능력은 자신이 디자인을 왜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능력입니다.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정확히 디자인이 뭔지 모르는 디자이너. 디자인을 감성적인 영역으로만 생각하는 디자이너. 디자인은 어도비, 피그마 시네마4D 등에 툴로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 등.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이 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하는 디자이너'와 '부족한 디자이너'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정의 내려집니다. 그렇기에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되세요. 이를 이해한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을 왜 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에게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능력을 길러줄 것입니다.
혹은 본인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변화합니다. 육체부터 시작해 생각과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들까지도. 결국 문제해결능력은 시간 안에 있는 우리를 앞으로도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힘이자,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의 모든 욕구 속에서 올곧음을 만드는 힘입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 디자이너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 디자이너인지, 내가 사는 시대는 어떤 디자이너를 원하는지 등. 늘 우리의 주위를 관찰하고 내가 책임지고 있는 이 디자인이 유의미한 경험이 될 수 있기 위해 늘 생각 위를 걷는 디자이너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믿음)
한계점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요. 절벽에 떨어져 봐야 뭐가 위험한지 알 수 있죠. 제약의 한계를 정의해야 하고 사용자의 니즈를 이해해야 해요.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들 중에 우리가 고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내는 거죠.
- 이언 스폴터 Ian Spa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