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경험에 따른 이해의 차이를 고려해 보세요
선한 영향력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참 좋다. 뭔가 높은 위치에서만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향력'이라는 단어와 '선하다'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단어 같지만, 그 두 개가 합쳐지니 ‘좋은 것을 전파하는 것’으로 의미가 달라진다. 가끔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그 소망을 내심 품고 있다.
5년 전, 열흘동안 베트남 봉사활동을 갔던 적이 있다. 하루는 베트남 유치원에 방문해 종이 장난감을 만드는 활동을 했는데, 네 살, 다섯 살 먹은 아이들이 다가와서 풀로 종이를 붙여주고, 가위로 테이프를 잘라주겠다며 우르르 몰려왔다. 작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난생처음 보는 나에게 먼저 웃으며 다가와 장난감 만드는 것을 도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벅차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로가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하는 것을 말이다.
작년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자, 유튜브 계정 하나를 개설했다. 요리 레시피 영상부터 여행 코스 추천, 영어 시험 꿀팁, 헤어 스타일링까지 다양한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인기 있던 영상은 헤어스타일링 꿀팁 영상과 영어 시험 꿀팁 영상이었다. 꿀팁 공유를 참 좋아한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영상에는 내가 해봤는데 좋았던 팁 들을 최대한 자세히 담으려고 노력했다. 자막과 음성이 설명에 최대한 도움 되도록 편집했다. 두 영상은 각각 조회수 7만 회, 2만 회를 넘었다. 사람들은 댓글로 추가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고, 유용한 팁을 얻어가서 고맙다고 하기도 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영상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얻어간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다. 물론, 유튜브 계정을 개설할 때 수익 창출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익창출의 기준이 되는 구독자 1,000명을 모으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수익보다는 점점 사람들에게 유익한 영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 더욱 즐거웠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나는 예기치 않은 힘을 얻었다. 주변인의 칭찬과 격려에도 힘을 받지만 때로는 얼굴도 모르는 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더 힘을 얻을 때가 있다. 선한 영향력은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시 받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작든 크든 그 영향력을 주고받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
생계형 J(주드)
이번에도 역시 성실하게 준비했네요. 잘하셨어요. 그러면 지난번 첫 시간을 보내고 느낀 점과 어느 부분 고쳤는지 들려주실래요?
P(후배)
일단 피드백 주신 내용 중 가장 주된 부분이 '왜 선한 영향력이 좋은지' 였잖아요. 그래서 ‘내가 선한 영향력에 대해 경험한 것이 뭐가 있을지’ 다시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 경험에서 좋다고 느꼈는지, 어떤 점에서 좋다고 느꼈는지 생각하려고요. 그래서 경험을 하나 추가해 봤어요.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말씀하신 대로 유튜브도 처음에 선한 영향력을 펼쳐봐야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고쳐봤습니다.
J
그랬군요. 지난번 글에서 '나는 이런 의도로 이렇게 썼는데 다른 사람은 이 글을 봤을 때 이렇게 다르게 느끼는구나' 하는 내용들도 있었나요?
P
네. 일단 유튜브를 시작한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ㅎㅎㅎ 사실 잘 짚으셨다고 생각해요. 의도가 그랬던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 보니까 선한 영향력과 연결해서 그렇게 써진 거였어요. 사실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냥 해본 거예요. 해보다가 도중에 그것을 느낀 거죠.
J
그러면 제가 잘 집어낸 거네요.ㅎㅎㅎ 의심하고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 건 아닌가 미안하기도 했었는데.. 제가 예리했던 걸로 ㅎㅎㅎㅎ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타인이 생각한 것의 간극을 알게 되는데요. 저는 이 과정에서 제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죠. P님도 글쓰기를 통해 이런 경험을 하길 바라요.
이번 글을 읽으며 제가 생각했던 부분을 피드백드릴게요.
독자의 경험에 따른 이해의 차이를 고려해 보세요.
이번 글에는 사례 하나가 더 보완돼서 그런지 지난번에 비해서는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이 사람이 선한 영향력을 다른 사람한테 주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좀 더 와닿았죠. 지난번과 같은 의심의 크기는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렇지만 궁금했던 부분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글이 제 피드백대로 '선한 영향력을 왜 좋아했을까'라는 것을 고민한 결과라고 했잖아요. 그 고민을 거쳐서 해외봉사라는 다른 경험을 가져오는 의도까지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거기에서 더 생각을 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아이들을 도와주는 게 왜 좋았는지, 이 사람한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게 좋은 건지, 단순히 영향력을 주는 게 좋은 건지 또 궁금하더라고요.
가령,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니까 그 사람에게 변화를 준 권력이 좋은 걸 수도 있잖아요. 아, 제가 또 나쁘게 생각하고 있네요.ㅎㅎㅎ 나 비판적인 사람이네 ㅎㅎㅎㅎ 저도 이렇게 제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네요. 어쨌든 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았을까요?
좀 더 생각을 해보죠. 권력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권력이 어떻게 보면 리더십과 비슷한 뜻이기도 해요. 많은 리더십 강의에서 리더십이 영향력과 똑같은 뜻이라고 말하거든요. 내가 가만히 있어도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이 나의 영향을 받고 행동이 바뀌는 것, 그게 리더십인 거죠.
P님이 여태까지 권력을 행사해 본 경험이 많이 없었잖아요.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바뀐 경험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위치와 환경에 갔고 그런 것을 체험한 거죠. 위치에서 일어나는 영향력과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과의 차이점이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P님이 아니라서 정확한 내면을 잘 모르니까 반대쪽으로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보는 거지 진짜 계속 의심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ㅎㅎㅎ
해외 봉사활동에 대한 경험이 달라서 제가 의구심을 갖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 네팔에 2주 동안 봉사활동을 갔어요. 해외 봉사활동이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었죠. 봉사를 간 마을에 봉사팀이 저희 팀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그곳은 타국인들의 봉사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마을이었어요. 그래서 봉사가 익숙했죠. 우리 팀이 이 닦는 법 알려주고, 학용품을 선물하고, 같이 민속춤을 춰도 마을에서 크게 좋아하는 반응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도 뿌듯함을 느끼지 못했죠. 그래서 허무하고 황당한 감정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런 반응이 의심이 되는 거죠. 생각해 보니까 제가 정말 비판적이네요. 동생이 기자였는데 언니 같은 사람이 기자해야 된다고 했었죠. ㅎㅎ
충분한 고민을 통해 독자가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자세하게 써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글의 마무리가 어렵다면 주제에 대해 더 생각해 보세요.
P
이번 글을 쓰며 마무리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될까요?
J
제 생각엔 P님이 이 글을 통해서 뭘 말하고 싶은지 명확하지가 않아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 메시지를 향해서 달려갈 수 있도록 구조가 좀 더 짜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구조에 따라 삭제될 부분이 삭제되고 문단과 문장이 방향성 있게 나왔을 것 같아요.
지금은 단순히 '선한 영향력'이라는 주제에서 뻗어 나가는 단상들이 나열되고 있어요. 그래서 목표가 두루뭉술하게 설정되다 보니까 마무리가 어렵지 않았을까요? P님이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P님은 뭘 말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이것들에 대해서 집중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P
아, 제목을 한번 바꿔볼게요. '선한 영향력' 제목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주제가 느껴지도록 제목을 바꿔야겠어...
J
맞아요. 그렇게 짓는 거죠 제목은 ㅎㅎㅎ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번에는 퇴고 시간이었고 다음에는 새로운 주제를 하려고 했는데 이 글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P님이 좋았던 것은 왜 좋았을까요? 한번 더 고민하면 큰 성장을 할 것 같습니다.
J
오늘이 벌써 두 번째 시간이었네요. 지금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괴롭죠? 말은 안 해도 괴로울 것 같아요.
평소에 안 하던 생각을 하고 계속 이유를 생각해야 하니 어렵고, 머리 아프죠. 그래도 다른 누구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P님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거니까 힘들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이런 과정이 너무 힘들다면 언제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해주세요. 솔직하게요. 언제든 중단할 수 있어요.
P
그러면 브런치 독자들은 어떡하나요?
J
어쩔 수 없죠. 이 연재 시리즈는 정말 리얼이고, P님이 괴롭다면 그만둬야죠. 저는 후배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도와주고 싶어서 시작한 거니까요. 독자님들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어요.
다음 시간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