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이유 SLOWWOWSLOW

'오이뮤'가 요즘 애들의 방 안에 옛 것을 들이는 이유

주넌

2023.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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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 답할 질문들

1 ‘오이뮤’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2 ‘오이뮤’는 어떻게 과거의 것을 젊은 세대의 일상에 녹였을까?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저는 꽤나 오랜 고민 끝에 물건을 소비하는 타입입니다. 이런 제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마음을 뺏긴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성수 ‘LCDC’에서 마주친 ‘오이뮤’의 물건들입니다. 

 

책갈피, 향분낭부터 색을 모아놓은 책까지 단번에 3개의 물건을 제 방에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춘포 책갈피와 춘포 머리끈을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죠.

 

‘오이뮤’는 과거의 물건을 재해석하여 젊은 세대에게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오이뮤’가 어떻게 젊은 세대들의 방 안에 과거의 것을 녹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소개해볼게요.

 

 

 

| 과거의 가치를 방 안에 

‘오이뮤’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오이뮤’는 성냥, 향, 민화 등 젊은 세대들의 일상에서 벗어난 물건에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는 브랜드입니다. 잊힌 과거의 물건을 발굴하고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히죠.

 

‘오이뮤’는 ‘성냥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또 ‘민음사’, ‘카카오프렌즈’, ‘뉴발란스’와 함께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죠.

‘LCDC’에 위치한 ‘오이뮤’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으며, 결제 후 고객에게 건네는 귀여운 영수증은 SNS 상에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

 

 

이미지 출처 : 오이뮤

 

‘오이뮤’는 디자이너 ‘신소현’ 님과 기획자 ‘전민성’ 님이 2015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지역성을 잘 보존한 문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해외의 물건을 더 선호하는 한국에서 한국만의 문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브랜드에 담았습니다.

 

‘오이뮤’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한국적인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수명을 연장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과거의 것을 더 오래 곁에 두기 위해 스토리를 발견하고 디자인을 입히며 과거의 물건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것이죠.

 

‘오이뮤’라는 이름에도 이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이뮤’는 ‘Oneday I met you’의 첫 글자를 딴 줄임말로, 과거의 쓰임, 경험, 만남 등을 소중히 여기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다룬다고 해서, 전통적인 것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들이 다루는 과거는 전통적인 물건뿐 아니라 우리가 알게 모르게 놓치고 있던 가까운 과거의 물건도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에서 비롯된 민화나 노방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사용했던 성냥과 지우개도 다루는 것이죠.

 

‘오이뮤’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대를 관통하며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을 과거의 물건에 더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이들은 반세기 가량 성냥을 생산한 '유엔상사', 국내에서 오랫동안 향을 만들어 온 전통 향방, 70년간 국산 지우개를 생산해 온 '화랑고무'와 협업하는 등 과거의 물건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물건에 ‘오이뮤’만의 디자인을 입혀, 과거의 물건이 간직한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죠.

 

 

 

 

과거의 것을 현재에 제안하는 이유

 

 

미지 출처 : 오이뮤

 

‘오이뮤’가 과거의 것을 우리에게 제안하는 이유는 ‘과거의 물건에 담긴 가치를 소중히 여기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잊혀 가고 있는 과거의 가치들을 함께 향유하자는 것이죠.

 

과거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은 '잊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 공부를 하는 이유와 같죠. 그리고 과거의 것을 잊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이뮤'는 우리의 방 안에 과거의 것을 들이고, 지속적으로 과거의 물건들을 우리의 시선에 둡니다.

 

‘오이뮤’는 사라져 가는 과거의 물건을 현재에서도 괴리감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재해석합니다. ‘오이뮤’는 더 쉽고 재밌게 과거의 것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죠

 

고객들은 ‘오이뮤’라는 브랜드를 통해 일상에서 사용하면 기분 좋은 물건들을 들임과 동시에 과거의 문화적 가치를 경험하고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고객 스스로가 옛 것을 보존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경험이 되기도 하죠. 누군가에겐 향수를, 또 누군가에겐 새로움과 배움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단순 과거 회상이 아닌 문화적 가치를 담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이 점이 과거를 조명하는 다른 브랜드와의 차이점입니다. 단순히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굿즈와 레트로라는 트렌드에 편승한 브랜드가 아닌 것이죠.

 

이들은 일상 곳곳에 과거의 것 녹아들 수 있도록, 한국적인 과거의 톤과 세련된 현대의 톤의 균형을 잘 맞춥니다. 그리고 한국적인 것이 더해진 물건들은 ‘old is new hip’이라는 말처럼, 오히려 더 감각적으로 느껴집니다.

 

 

 

‘오이뮤’가 발굴한 과거의 것들

 

오이뮤가 발굴하여 재해석한 물건들을 먼저 소개해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오이뮤


Project 1. Match project

 

‘오이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오이뮤’를 알린 프로젝트이기도 한 ‘성냥 프로젝트’입니다. 1950년대부터 무려 반세기 가량 판매됐던 ‘유엔팔각성냥’을 생산한 ‘유엔상사’와 협업한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유엔상사’는 한국에서 하나 남은 성냥 공장이자, 폐업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성냥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디자인이 잘 되어있는 실용적인 생활용품'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성냥이라는 물건의 가치가 잊히지 않도록 수명을 연장시킨 것이죠. 

 

이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생소한 성냥의 매력을 선사하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감각적인 디자인을 지닌 성냥을 구매하여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오이뮤


Project 4. Eraser project

 

약 70년 간 국산 지우개를 생산해 왔고 ‘점보’ 지우개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화랑고무와 협업한 오이뮤의 네 번째 프로젝트, ‘지우개 프로젝트’입니다.

 

1950년부터 화랑고무에서 만들어 온 453개의 지우개들을 아카이빙 한 ‘ERASER 453’이라는 책을 만들었으며, 성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오이뮤


Project 5. Color project

 

오이뮤 다섯 번째 프로젝트, 색이름 프로젝트입니다. ‘불그스레하다’, ‘희끄무레하다’ 등 색을 표현하는 색형용사가 풍부하게 발달된 우리나라 언어에 주목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은 1991년도 초판 발행된 ‘우리말색이름사전’을 재해석하여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물 이름과 구체적인 색깔을 우리말로 정의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옥수수색’, ‘파도색’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실제로 마주치는 사물의 이름을 딴 색이름을 붙인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해당 색을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RGB값과 CMYK값을 삽입하였습니다. 한국판 ‘팬톤 컬러북’을 제안한 것이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우리말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 새롭게, 익숙하게, 쉽게

‘오이뮤’는 어떻게 과거의 것을 젊은 세대의 일상에 녹였을까?

 

 

브랜드의 메시지를 잘 전해 설득하는 과정

 

‘오이뮤’가 전하는 메시지인 ‘과거의 물건에 담긴 가치를 소중히 여기자’는 사실 많이 들어온 메시지입니다. 어릴 적 역사 수업에서 자주 들어왔으며, 많은 미디어 매체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그러나 이 메시지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것을 돌아보기보단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있으며,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고 있죠. 과거의 물건을 과거의 가치로만 보존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 과거의 물건에 담긴 가치와 마주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물건은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위치해야 합니다. 우리가 과거의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선 과거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재에 새롭게 향유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오이뮤’는 과거의 가치가 고객의 일상에 닿도록, 그들의 입맛에 맞춰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은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죠. 브랜드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증명하고 설득하여, 고객의 삶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게 된 계기는 ‘무인양품’입니다. ‘무인양품’의 물건들에 매료되고, 물건에 담긴 삶에 대한 메시지에 설득당한 것이죠. 이후에는 ‘무인양품’의 철학인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제 삶에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 그리고 삶에서 덜어내는 삶을 살고 있죠.

 

이처럼 브랜드의 메시지는 고객의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고객의 삶에 스며든 메시지는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인 오랫동안 고객 곁에 남아있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가끔 본질과 형태의 균형을 맞추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다운 메시지’라는 본질에 너무 치중해 고객에게 해당 메시지가 잘 전해지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먹기 좋은 음식도 먹기 쉬운 식기로 먹어야 잘 먹을 수 있습니다. 라면을 숟가락으로 먹는 경우가 생겨선 안되죠. 메시지도 잘 전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브랜드는 메시지를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도 말한 적이 있습니다. 브랜드는 고객의 삶에 자신의 메시지를 잘 건넬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딩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철학과 시각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계속 말을 걸어야 하며, 브랜드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연적으로 필요합니다. 즉 브랜드의 본질을 담을 형태에 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이뮤’는 본질과 형태의 균형을 잘 맞춘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잘 전해지지 않은 메시지를 젊은 세대가 먹기 쉽도록, 또 일상 속에 녹일 수 있도록 제안하는 브랜드이죠. ‘오이뮤’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어떻게 과거의 것을 젊은 세대에게 제안하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섞어, ‘오래됐지만 새롭게’

 

‘오이뮤’라는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과거와 현재의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것이지만 세련됐으며, 오래됐지만 새롭죠. 

 

실제로 ‘오이뮤’ 대표님의 세대 융합에 관한 말에서 이들의 디자인 방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이해와 답습이 융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는 창조가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세대가 또 다른 하나의 세대를 창조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오이뮤

 

'오이뮤'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과거의 것에 현재를 섞어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브랜드입니다.

 

'오이뮤'는 한국적인 색 외에도 분홍색, 검은색, 민트색 등을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이들이 패키지에 녹이는 일러스트에는 학, 거북이, 소나무 등 전통적인 소재가 아닌 고양이, 눈사람, 화병 등 현대적인 소재들이 그려져 있죠.

 

또한 이들은 한국어만을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인의 일생에 걸쳐 함께 하는 문자인 ‘복’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초의 패키지엔 ‘FORTUNE’이라는 텍스트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으며, 영어를 사용하는데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한국', '과거', '전통'하면 떠오르는 제한적인 디자인이 아닌 '오이뮤'만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과거의 물건에 섞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한국적이고 옛 것의 이미지를 챙기는 것이 ‘오이뮤’의 디자인 방향성입니다.

 

이들이 다양한 디자인적 시도를 해도 반감을 사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가치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왜곡된 가치를 전하지 않기 위해, 다루는 소재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한국사 데이터베이스를 자주 들어가 참고하며, 브랜드 채널에서 글과 이미지를 통해 이들이 공부한 과거의 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하죠.

 

 

이미지 출처 : 오이뮤

 

오이뮤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에어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향을 만들며 천연 향의 명맥을 유지해 오던 전통 향방과 협업한 프로젝트입니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 외세의 수난 속에 잊힌 우리나라의 향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젝트이죠. 

 

과거에는 향을 나누는 모임인 '향회'나 향을 즐기는 방법을 연구하는 '향도'라는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소개합니다. 패키지 안에 향과 관련된 우리말 시를 삽입하는 등 단절되었던 전통 향의 문화를 새로 알리곤 합니다. 

 

동시에 형형색색의 색깔을 활용하고, 계절을 나타내는 귀여운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과거와 현재를 섞어 새롭게 제안한 상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