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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정말 억울할까요? 반박글을 뜯어보았습니다.

이재훈

2024.06.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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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 ChatGPT-4o (편집 : 이재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쿠팡 간의 기싸움이 굉장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온라인상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쿠팡은 이례적으로 자체 뉴스룸을 통해 여론전에 나서며 아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두 입장에 대한 내용을 천천히 뜯어보았는데요.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명확히 가릴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제가 논할바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쿠팡이 시도하고 있는 여론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공정위는 무엇을 문제 삼았나?

쿠팡의 반박을 들어보기 전에 공정위에서 쿠팡의 어떤 문제를 제재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보도자료 그대로를 캡처했으며, 원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은 보도자료의 제목입니다. 공정위는 "쿠팡의 검색순위("쿠팡랭킹") 조작 등을 통한 소비자 기만행위 엄중 제재"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및 임직원의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중개상품보다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내용을 행위(1)로 지칭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자기 상품(직매입상품+PB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기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이 설정되어 있었으며, 검색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구매후기 또한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작성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1) 자기 상품의 노출수 및 총매출액이 증가됨
2) 입점업체는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어려워짐
3)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 선택이 저해됨 
4) 검색 순위 조작으로 상품들의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함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이어진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내부 임직원으로 하여금 PB상품에 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도록 유도한 내용을 행위(2)로 지칭했습니다. 특히, 1차 현장조사('21.6월)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위계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계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1) 소비자는 임직원이 작성한 구매후기와 별점을 토대로 구매하여 합리적 구매 선택이 저해됨
2)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남긴 PB상품은 판매량이 증가한 반면, 다른 상품의 판매량은 감소됨
3) 입점업체는 임직원을 이용하여 구매후기를 작성할 수 없게 하여 공정한 경쟁을 저해함


참고로, 해외 경쟁당국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노출과 관련한 불공정행위 적발·제재하는 사례를 포함시키며 이번 제재가 공정한 일이었음을 알렸습니다. 

 

쿠팡의 반박(1) : 6월 13일 "알려드립니다" 

쿠팡은 공정위의 보도자료가 발표된 바로 당일 자사의 뉴스룸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반박글을 게시했습니다. 이 역시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보도자료를 그대로 캡처했으며, 원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쿠팡 뉴스룸

 
제목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정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쿠팡의 검색순위("쿠팡랭킹") 조작 등을 통한 소비자 기만행위 엄중 제재"이며, 제목을 포함해 글 전반에는 '검색순위 조작'이라는 행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로켓배송 상품 추천 금지에 대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즉, 해당 반박글은 공정위가 제재한 내용의 논지에서 벗어나 로켓배송으로 시선을 돌려 소비자를 아군으로 만들기 위한 여론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보도자료에 해외의 불공정행위 제재 사례가 기재되어 있음에도 "전 세계 유례없이"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반박(2) : 6월 14일 "알려드립니다"

쿠팡은 바로 다음날 두 번째 반박글을 게시합니다. 해당 반박글은 직원들이 남긴 리뷰에 조작이 없었다는 5가지 증거를 나열했습니다. 보도자료는 아래와 같으며, 원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쿠팡 뉴스룸

 
이번 반박글은 공정위가 제시한 행위2(긍정적 구매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에 대한 반박으로 보이나, 뜯어보면 내용이 부실합니다. 5가지 증거에 대해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태어나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 없다. 절대 추천 못해요..." 솔직 리뷰에도 공정위는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19.2월부터 '23.7월까지 총 7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누구라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후기를 긍정적으로 적지는 않았을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긍정적인 후기와 부정적인 후기의 비율을 공개했다면 더욱 납득이 되는 증거였을 겁니다. 하지만, 임직원 구매후기 전체 평점이 4.8에 달한다는 사실로 보아 긍정적인 후기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별점 1점을 지속적으로 준 임직원도 리뷰 작성에 어떤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어떤 정황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는지 파악되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쿠팡의 반박이 더욱 신빙성을 가지려면 지속적으로 1점을 준 사례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직원의 인사평가가 다른 직원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3. 임직원 체험단 평점은 일반인 체험단 평점보다도 낮았습니다. 

> 일반인 체험단 평점과의 상대적인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4.79점이라는 수치를 봤을 때 소비자가 충분히 신뢰가 갈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공정위가 제시한 4.8점과 불과 0.0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공정위의 자료에 신빙성을 더해준 꼴이 됐습니다. 

또한, 쿠팡에서 제시한 수치의 기준은 '19.2월부터 '22.6월까지의 자료로 공정위가 제시한 기준과도 다릅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같은 기간을 기준을 제시했어야 더욱 신뢰가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4. PB상품 리뷰 중 임직원 리뷰는 고작 0.3%에 불과합니다.

> 리뷰와 판매 추이는 J자 커브를 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판매 초반에 리뷰가 어느 정도는 확보되어야 검색순위 상위에 들 수 있고, 검색순위 상위에 들면 판매가 늘어나 리뷰가 급증하는 선순환이 그려진다는 의미입니다. 판매가 안정 궤도에 든 순간 임직원 리뷰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임직원의 리뷰가 적은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5. 임직원은 체험단을 통해 객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해왔으며, 본인의 작성 사실을 고지하고 있습니다. 

> 아무리 객관적으로 남겼다고 하더라도 임직원 구매후기 전체 평점의 평균이 4.8점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적인 후기보다 긍정적인 후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입니다. 그 후기들로 인해 입점업체들과의 공정 거래가 저해가 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본질은 구매후기의 '진실성'이 아니라 구매후기를 '조직적'으로 남겼다는 사실입니다. 

 

선택과 판단은 소비자의 몫

쿠팡이 내세운 두 가지의 반박글을 기반으로 그들의 논리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로켓배송은 자기 상품(직매입상품+PB)만 가능함
- 로켓배송 시스템이 잘 운영되려면 자기 상품 판매가 원활해야 함
- 자기 상품의 인지도가 낮은 초기에 다른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구매후기 작성이 불가피함
- 구매후기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 수 없음
- 작성된 후기의 숫자도 상대적으로 봤을 때 많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함
- 자기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며 해외에서도 이 내용으로는 문제 삼지 않음
- 만약 제재가 계속된다면 로켓배송 시스템은 붕괴될 수 있음


이상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어느 정도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관행처럼 행해지는 문제임에도 유독 제재의 강도가 크며,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어떠신가요?

저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쿠팡의 반박글을 보면서 문제에 대해 속 시원히 해명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의문만 더욱 쌓였고, 오히려 공정위가 제기한 문제가 정확했구나 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논리입니다. 설사 조작이 있었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느끼기에 좋은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했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플랫폼의 독점적인 지위 아래, 불공정 거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켓배송을 그대로 인정해도 되는 것인지는 한 번쯤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례가 나쁜 선례로 자리 잡게 된다면, 과연 누가 공정한 거래를 시도하려 할지 걱정이 됩니다. 

소비자인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고민 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위 글은 'Tech잇슈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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