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이제 콘텐츠와 동의어가 될 것입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님의 저서 <그냥 하지 말라>에는 미래 인간의 업이 콘텐츠 크리에이터 or 플랫폼 프로바이더 둘 중 하나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금 이 아티클이 독자들께 읽히는 것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르코”와 플랫폼 프로바이더 “오픈애즈”가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는 현재 채널 5천만 개가 개설되어 있으며 전 세계인의 하루 시청 시간은 총 10억 시간입니다. 10억 시간을 연으로 환산하면 400만 년으로..네? 인류가 30만년 전에 출현했는데요.. 하루 10억 시간, “호모 콘텐티엔스”라 할만 합니다.
우리는 유튜브를 위시한 OTT, SNS, 뉴스 등의 콘텐츠 소비에 하루 평균 4시간 28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라면, 모든 일과를 통틀어 콘텐츠 소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수면 부족의 가장 큰 원인도 자기 전 보는 “쇼츠”입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아예 대놓고 “우리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수면 시간이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콘텐츠,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브랜딩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브랜드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우리를 이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라고 이미지를 유도해서 원하는 평판(거의 뜻대로 되지 않지만요)을 만들어야 하다보니 브랜딩은 광범위하고 복잡하고 모호하고 오래 걸립니다. “사업-재무=브랜딩”이라는 공식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미션과 가치를 수립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얼른 피하세요! 그는 당신의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솔로프리너에게는 수 백억의 마케팅 예산도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도 없으니까 말이죠.
브랜딩이 이렇게 복잡하고 모호해진 이유는 “사후”에 하기 때문에/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시점을 “사전”으로 돌리면 브랜딩은 심플합니다. 희소식이죠! 왜 그런지 볼게요.
브랜딩 1.0 구매하기
제조업 시대의 평판은 ‘구매’를 통해 쌓입니다. 이때의 브랜딩은 마케팅과 세일즈를 의미합니다.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면 소비자가 매장에 직접가서 구매를 합니다. 이것이 소비자의 의사표시죠. “농구화가 잘팔리니 농구화를 출시합시다!” 회사는 잘 팔리는/안 팔리는 제품의 데이터를 보면서 “Market Fit”을 합니다. 구매는 당연하게도 출시 “사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브랜드가 평판을 받기까지의 리드타임이 길고 판매량 데이터에 의존하므로 고객 니즈의 정확도가 낮습니다.
브랜딩 2.0 후기쓰기
온라인 커머스 시대의 평판은 ‘후기’를 통해 쌓입니다. 이때의 “후기”는 모든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자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의 변별력이 낮아졌고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며 검증할수 없다 보니 소비자는 사용자의 후기에 의존합니다. 1.0과 마찬가지로 제품 출시 “사후”에 후기를 받기 때문에 평판을 받기까지의 리드타임이 길고 소비자가 직접 말로써 전달하기 때문에 정확도는 높습니다.
1.0과 2.0은 출시 “사후”에 평판을 받습니다. 이미 제품이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앞둔 상태에서 마케팅/브랜딩을 하기 때문에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마켓 핏을 하려면 매몰비용도 추가됩니다. 그래서 대표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결정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결정을 그르치는 건 늘, 감정입니다.
브랜딩 3.0 콘텐츠 소통하기
SNS와 뉴미디어 시대의 평판은 ‘콘텐츠’를 통해 쌓입니다. “사전”에 할수록 효과는 극대화 됩니다. 3.0은 두 가지 케이스로 좀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볼게요.
1. 하루 1시간 일하고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을 벌다(feat. 예비 창업자 또는 솔로프리너라면)
저는 올 3월부터 뉴스레터를 시작했어요. 10개의 레터를 보내는 동안 오가닉 구독자는 15명 남짓이었습니다. 길게 보고 하자는 생각으로 1)디자인 외주 작업, 2)브랜드 컨설팅, 3)키노트 덱 제작, 4)공간 기획, 5)커리어 상담 등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습니다. 보다시피 5개의 제품은 모두 타겟이 다르고 유형도 제각각이라 시스템화/규격화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매번 새로운 공수가 들죠. 외주 일에 투입하는 시간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레터 퀄리티에 영향이 가기 시작했죠. 무엇보다 영업을 병행 해야하다 보니 지속가능성은 거의 제로였습니다.
“왜 내 레터를 구독하지 않을까?”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어요. 5월부터 스터디를 하기 시작합니다. 잘나가는 레터는 왜 잘되는지, 지식정보 콘텐츠에 대한 독자의 니즈는 무엇인지, 시장에는 현재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등 하루 18시간을 투자하며 가설/검증을 했어요.
그로부터 40일이 지났습니다. 스레드에서는 3,900명이 저를 팔로우했고, 뉴스레터는 6개의 레터를 발행하는 동안 500명이 저를 구독해 주셨습니다.
120만명이 제 글을 봤고 저는 120만명의 니즈를 봤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PMF구나”했습니다.
콘텐츠를 매일 배포하고 고객과 소통하면서 “월 구독형 CBO”가 작동할 수 있음을 알게 됐어요. 당시 컨설팅 계약을 논의 중이던 클라이언트가 있어, 이런 방식으로 계약해보면 어떻겠나 제안했고 함께 세부적인 서비스의 형태를 설계했어요. 계약을 하고나서 깨달았어요. 제품을 고객과 같이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고객이 만들어 준 제품이다보니 성과가, 저도 좀 놀랐습니다. 랜딩 페이지도 없고 개인 미디어에 홍보를 하지도 않았음에도 연말까지의 계약이 모두 성사되었습니다. 이전 직장 소득과 동일한 수익으로요. 더 놀라운 것은 이 소득을 위해 제가 투입해야 하는 시간은 하루 1시간 남짓 합니다. 게다가 모두 비대면입니다. 직장을 다닐 때보다 하루 10시간 적게 일하고(출퇴근시간 포함) 같은 돈을 벌게 된 것입니다.
2. 발작 버튼을 찾으세요.(feat. 제품 출시를 앞둔 초기 창업자 & 회사는 돌아가고 있고 제품을 계속 출시 해야하는 창업자라면)
이미 사업을 시작하고 제품 출시도 앞둔 대표님도 “브랜딩=콘텐츠”의 공식은 유효합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때문입니다. 출시 이후에 ‘짜잔’하던 것이 당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 처음 선보였을 때, 보수적인 전문가는 다음 날이면 문앞에 배송이 오는 시대인데 누가 몇달을 기다려서 제품을 구매하냐고 비아냥 댔었죠.
기능은 시야를 제한하고 가치는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에서 구매한 것은 제품(결과물)의 편익이 아니라 서사의 진정성이었습니다. 제품이 다 고만고만하면 사람들은 진정성있는 서사를 찾습니다. “진정성 있는 서사=평판 좋은 브랜드” 서사는 쌓일수록 가치가 복리로 불어나니 빨리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만약 제품이 이미 계획되어 있거나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을 경우 제품을 건드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현재 제가 컨설팅하는 회사의 케이스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품은 그대로 두세요. 매몰비용을 아껴야죠. 대신 타겟의 정밀성을 높이세요. 그러면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정확도가 올라가요. 아시다시피 같은 제품이라도 카피 하나에 매출이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타겟에게만 소구되는 “발작버튼” 같은 키워드가 있어요. 그걸 발견해내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콘텐츠를 손에 쥐고(홍보물 아니예요.) SNS의 세상에 뛰어들어 발작버튼을 찾읍시다! (예 : 스레드에 ‘생산성’을 키워드로 콘텐츠를 만들면 좋아요가 터집니다.)
Ai가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의 변별력 거의 사라졌듯, 콘텐츠의 변별력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 자명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콘텐츠가 만들어 낸 서사는 “유일”하며 그로인한 평판은 “고유”합니다.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사후 브랜딩은 할일이 오백 가지입니다.High risk, Long-term return.
사전 브랜딩은 할일이 한 가지입니다.Low risk, Short-term return.
바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