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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깨우는 호텔 아트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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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여행의 공간이자 쉼의 공간이며, 감각의 공간이다. 취향에 따라 호텔을 고르기도 하지만, 호텔에서 취향을 습득하기도 한다. 사랑받는 호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과 노고로 구석구석 공간을 채워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아트와 협업한 호텔은 ‘아트캉스’라는 이름으로 세계적 미술관이나 갤러리급의 전시를 보여주고 있다.

올여름, 취향의 호텔에서 아트의 세계에 빠져보자.

 

 

 

호텔 취향의 시대

현대인에게 ‘호텔’은 쉼과 여행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숙박과 쉼의 공간을 넘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른바 ‘호캉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 또한 이것이다. 사람들은 호텔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고, 특별한 추억을 쌓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체험을 선사할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공간을 맞추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취향을 호텔 안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수영에 대한 흥미를 호텔 수영장에서 찾거나, 미식의 즐거움을 호텔에서 식사하며 깨닫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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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로비 한가운데에 설치된 프랑스 현대 예술가 그자비에 베이앙의 모빌 작품 ‘Le Mobile N°25’

 

 

호텔 취향의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 호텔들이 노력하는 지점도 바로 이 ‘취향’에 있다.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향을 찾아주고자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과 노고로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호텔 자체의 품격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만 고객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다. 세계는 지금 감각을 깨우는 ‘아트캉스’와 사랑에 빠졌다.

 

 

 

대세 아트캉스, 전시부터 도슨트까지

아트와 협업한 호텔은 ‘아트+호캉스’를 합쳐 만든 신조어 ‘아트캉스’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갤러리에서나 볼법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로비를 갤러리처럼 꾸미거나 근처 갤러리와 협업해 투숙객들에게 프라이빗 도슨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호텔이 ‘아트’에 매진하는 이유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텔을 찾는 고객과 전시를 관람하는 고객이 겹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나 대형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유명 작품으로 로비와 객실을 채우는가 하면, 도슨트가 호텔을 돌며 고객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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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스페인 출신의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과 손잡고 지난해 대대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2. 팔라초 베르사체 두바이는 베르사체를 상징하는 예술품과 컬러를 공간 곳곳에 비치하고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지난해 스페인 출신의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과 ‘사계절Four Seasons’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펼쳤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 대한 사랑과 경험을 표현한 작품을 호텔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게 한것. 오는 9월에는 키아프·프리즈 서울 주간을 맞아 국내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로비 디스플레이와 식음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의 아트화

호텔이 내세우는 아트의 영역은 그림과 조각에 국한하지 않는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호텔과 협업해 브랜드의 정신과 신념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건축과 색감, 디자인 등 다양한 오브제를 아트로 승화시키고 있다.

 

종합 패션 브랜드 불가리는 라이프스타일의 아트화를 내세워 전 세계에 불가리 호텔을 론칭하고 있다. 2004년 럭셔리 브랜드 하우스 중 처음으로 브랜드 이름의 호텔사업을 시작한 불가리는 세계적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협업해 불가리만의 철학을 품은 호텔을 선보였다. 치테리오는 호텔을 지을 때마다 현지 건축자재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텔이 세워지는 지역의 장인 정신과 예술성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다. 이런 고집 덕분에 불가리 호텔에서는 그 장소 특유의 정취가 묻어난다. 또 디자인은 다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욕실의 비누 하나까지 모두 불가리 뷰티 제품을 사용해 호텔에 머무는 내내 불가리만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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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배경도 예술품으로 승화하는 LVMH의 호텔 슈발블랑 파리

 

 

모든 객실에서 프랑스의 심장과 같은 ‘센강 뷰’를 볼 수 있는 슈발블랑 파리. 세계 ‘명품 공화국’을 이룬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가 2년 전 야심 차게 내놓은 첫 5성급 숙박 시설이다. 슈발블랑은 프랑스 파리의 역사가 그대로 담긴 사마리텐 백화점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복원 기간만 무려 16년이 걸렸다. 백화점 건물 크기에 맞지 않게 호텔은 단 72개 객실로 이뤄졌다. 모든 방이 넓은 스위트룸이기 때문이다. 지하에는 LVMH의 또 다른 대표 브랜드 디올의 이름을 내건 스파가 자리 잡고 있다. 파란색 모자이크 타일을 소용돌이 웨이브 무늬로 시공한 수영장이다. 프랑스계 이스라엘 아티스트 오요람Oyram이 마치 센강에서 수영하는 듯한 경험을 주기 위해 디자인했다. 

 

외관부터 화려함으로 무장한 명품 호텔도 있다. 베르사체가 두바이의 인공 섬 팜주메이라에 지은 팔라초 베르사체 두바이가 그것이다. 2016년 겨울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유럽 궁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콘셉트를 자랑한다.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베르사체의 수석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손길이 닿았다. 객실은 베르사체의 핵심 컬러인 민트와 블루, 레드 등 강렬한 컬러와 과감한 패턴으로 장식했다. 호텔 로비 등 곳곳에는 베르사체의 상징인 메두사 조각과 그림이 걸려 있다.

 

아트캉스는 호텔에서의 경험을 보다 고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에 호텔은 공감 경험의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꼭 투숙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예술의 영역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영역까지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글. 최지희(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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