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콘텐츠의 대세는 '술방(술 먹으면서 하는 방송)'이다. 유튜브 인기의 척도 중 하나인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보면, 술방 콘텐츠가 매일 1개 이상 리스트에 오른다. 대표적인 술방 채널인 신동엽의 '짠한형'이나 이영지의 '차쥐뿔'은 방송에서 보기 힘든 배우나 게스트들이 출연해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듯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술방 콘텐츠가 유튜브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Z세대의 술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음주율은 대체로 우하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감소폭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컸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남학생 음주율이 20%를 넘고, 여학생도 15% 전후였던 것과 비교하면, 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청소년 음주율 감소는 단순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며, 서구권 국가들에서도 20% 가까이 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BBC 등 국내외 언론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술을 줄이려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됐다고 분석한다. Z세대는 웰니스 트렌드의 확산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경제 위기로 인해 유흥에 돈을 쓰기 어렵다고 느낀다. 무엇보다도 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사회적 문제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여 술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술방 콘텐츠의 시청자 중 많은 수가 Z세대다. 콘텐츠 제작자들도 이를 의식해 게스트를 섭외하고 있다. 이영지의 '차쥐뿔'에는 BTS, 블랙핑크, 에스파, 아이브 등 1020세대가 좋아하는 아이돌들이 주로 출연한다.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술방을 즐겨보는 Z세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세 가지로 분석해봤다.
1. 술은 싫어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해
Z세대와 대화를 하다 보면 "술은 잘 못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로 대학내일이 2020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술은 싫어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하는 비율이 25.6%에 달한다.
술에 취해 숙취를 겪는 건 싫지만, 술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술방은 이러한 Z세대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내가 직접 술을 마실 필요는 없고, 연예인들이 나온 술자리의 재밌는 부분만 뽑아내는 콘텐츠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2. 도둑 맞은 집중력 세대가 가져온 영상의 오디오화
Z세대는 집중력이 낮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데다, 최근에는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긴 시간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빠르게 콘텐츠를 보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를 1.5배속으로 시청하고, 책이나 영화는 유튜브의 요약 콘텐츠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최소 30분이 넘는 술방 콘텐츠를 Z세대들이 즐겨보는 이유는 귀로만 들어도 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마치 주부들이 가사일을 하면서 아침 드라마를 듣는 것처럼, 요즘 유튜브 콘텐츠는 화면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침착맨이나 유재석의 '핑계고' 등 토크쇼 위주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술방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영상의 핵심은 호스트와 게스트의 대화이기 때문에 특별한 연출이 없어도 귀로 들으며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30분 넘는 영상을 틀어놓고 SNS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높은 텐션과 재미를 제공하면서도 집중력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술방 콘텐츠가 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다.
3. 희소성과 동질감
사진=Unsplash, 각 채널 갈무리, 질별관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