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상세 광고 이미지

브루스의 영감노트

경쟁력이 떨어진 야구는 어떻게 천만관중을 달성했나

브루스

2024.09.25 10:00
  • 986
  • 콘텐츠에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1
  • 0
지난 15일, 프로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누적 관중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중복을 포함한 수치이긴 하지만, 한 해 동안 찾아온 관중의 총합이 인구의 20%를 넘었다는 사실은 프로야구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한다.

사실 올해 프로야구의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야구 팬들은 잘 알겠지만, 최근 프로야구에는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았다. 2020 도쿄 올림픽과 2023 WBC에서 대표팀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야구 종목 내 자국인 스타 선수도 부족했다. 베이징 올림픽 세대의 선수들은 대부분 은퇴했고, 류현진 이후 MLB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줄어들었다. 리그 최고의 스타였던 이정후는 큰 기대를 받고 MLB로 진출했으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더불어 온라인 중계 플랫폼의 변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네이버 스포츠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던 중계가 OTT를 통한 유료 구독으로 전환되면서, 중계의 접근성은 더 떨어졌다.

이러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는 2024년 최고의 흥행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야구가 1천만 관중을 달성한 의미를 콘텐츠 소비자의 관점에서 분석해보았다.

 

1. 가성비 체험의 시대 
  

 

프로야구 흥행의 첫 번째 이유는 야구가 '가성비 체험형 콘텐츠'라는 점이다. 영화 티켓이 1인당 3만 원, 뮤지컬이나 콘서트 등은 수십만 원에 이르는 고물가 시대에, 야구는 1만 원만 내면 4시간이 넘는 콘텐츠를 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 교대 시간과 클리닝 타임에 진행되는 이벤트,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공간이 아닌,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오프라인 체험을 갈망하는 Z세대에게 야구장은 가성비가 좋은 공간이다. 온라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Z세대에게는 오프라인 체험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Z세대는 가성비 좋은 오프라인 공간을 찾게 되는데, 야구장 방문은 성수동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여겨질 수 있다.

 

2. 객관적인 수준보다 나만의 재미를 추구  

 

부진한 국제 성적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가 1천만 관중을 달성한 것은, 야구 팬들에게는 객관적인 경기의 질보다 주관적인 재미가 콘텐츠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성기를 경험한 팬들과, JTBC의 '최강야구' 등 예능을 통해 최근 입문한 팬들 사이에는 경기를 즐기는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이나 2006, 2009년 WBC 같은 국제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Z세대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역시 부진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손흥민, 이강인과 같은 스타 선수들의 팬덤을 앞세워 최근까지 5만 명 이상의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왔다. 영화 시장에서도 ‘범죄도시’ 같은 흥행이 보장된 시리즈물이나 ‘탑건’과 같은 블록버스터가 성공하고 있지만, 영화제에서 수상한 ‘헤어질 결심’ 같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은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이는 콘텐츠 시장에서 남들의 평가보다 재미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데 익숙한 Z세대에게는, 야구 대표팀의 부진이 야구를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2차 활용을 내주고 바이럴을 얻어라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2차 콘텐츠 활용 권한을 허용한 점도 흥행에 기여했다. 과거에는 중계 영상의 2차 활용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고, 팬페이지에서 중계 화면을 활용한 콘텐츠를 올리더라도 페이지가 커지면 저작권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디지털 중계권 사업자로 선정된 CJ ENM(TIVING)은 기존과 달리 팬들이 40초 정도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시즌 초반에는 티빙이 팬들의 2차 활용을 제지해 논란이 있었지만, 정규리그가 시작되면서 이를 허용했고, 다양한 숏폼 콘텐츠가 양산되었다.

이러한 숏폼 콘텐츠는 신규 팬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야구에 익숙하지 않은 Z세대나 예능을 통해 야구에 입문한 팬들에게 입문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었고, Z세대들이 야구를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야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야구의 1천만 관중 돌파는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온라인 네이티브 세대에게 가성비 좋은 체험을 어떻게 제공할지, 그리고 객관적으로 높은 수준의 콘텐츠보다 스스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2차 활용을 허용할지 여부가 중요해졌다.

콘텐츠 시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진 및 영상= 유튜브 채널 갈무리
  • #프로야구
  • #야구
  • #천만관중
  • #콘텐츠

추천 콘텐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