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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4년 10월 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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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복합하게 만든 걸까요?
스타벅스가 첫 구독 서비스인 '버디 패스'를 출시했습니다. 구독료는 월 9,900원이며,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개월간 시범 운영한다고 하는데요. 구독 시 여러 혜택이 주어지지만, 핵심은 매일 발급되는 제조 음료 30% 할인 쿠폰입니다. 스타벅스는 "평소 톨사이즈 카페라테(5,000원)보다 비싼 음료를 즐기는 고객이라면, 일주일만 사용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라고 홍보하고 있죠.
그런데 이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2시 이후라는 제한이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출근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스타벅스를 주로 방문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시간대는 다소 애매해 보입니다. 물론 최근 편의점들도 구독 고객에게 추가 할인 혜택을 일정 횟수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복잡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지만요. 스타벅스의 시간제한은 주요 이용 시간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불편하며, 구별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듯 다소 무리한 정책 설계는 스타벅스가 자신이 가진 브랜드의 힘을 지나치게 믿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마저 줍니다.
알고 보면 엄청난 고민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시간제한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스타벅스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피크타임에 주문이 지나치게 몰린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고객 경험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과중한 업무로 인해 직원 이탈까지 늘어날 위험이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 숙련된 직원의 유지가 매우 중요하기에 이러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스타벅스는 버디 패스를 출시하기 두 달 전인 8월, 월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사이렌 오더로 제조 음료를 주문하면 50% 할인해 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 역시 테스트했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시간대에 스타벅스 앱 사용자 비중이 다른 요일보다 약 10%p 증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하였는데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고객의 습관을 바꿀 수 있음은 확인했지만 지속 가능한 수단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피크타임 주문을 분산시키고자 해도 이렇게 높은 할인율을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주문하는 고객들이 손해를 본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할인율을 낮추고, 구독료 수입을 통해 일부 손익을 보전하는 구독 서비스 형태를 선택한 것입니다.
고객의 행동을 진정 바꾸고 싶다면
브랜드가 고객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면, 적절한 유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전략이 장기적으로 브랜드에도 이익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면 브랜드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브랜드 역시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와 같은 접근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재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스타벅스 특유의 매장 운영 정책입니다. 얼마 전, 한 개인 카페에서 손님이 30분간 주문 없이 쉬고 있자 주인이 조심스레 물었고, 손님은 "카페는 쉬는 곳 아니냐, 스타벅스는 아무 말도 안 하던데"라고 대답했다는 에피소드가 기사화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주문하지 않아도, 심지어 외부 음식을 가져와도 제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요. 결국 이러한 정책 덕분에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집과 일터가 아닌 편안한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버디 패스' 구독 서비스는 너무 브랜드 입장에서만 이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객은 구독료를 내고 불편한 시간 조건마저 감수해야 하는 반면에, 스타벅스 입장에선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구독 서비스가 피크 타임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솔루션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오히려 3개월 시범 운영 후 개편되거나 종료될 가능성마저 있어 보이고요.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나우 브루잉'이 더 세련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우 브루잉은 특정 시간대에 일부 정해진 음료를 사이렌 오더로 주문할 경우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주문 자체를 분산시키기보다는, 고객이 보다 처리하기 쉬운 메뉴를 선택하도록 유도해 운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데요. 고객은 더 빨리 음료를 받을 수 있고, 스타벅스는 콜드브루나 오늘의 커피처럼 미리 원두를 우려낼 수 있는 메뉴로 주문을 유도하여, 보다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양쪽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버디 패스'와 '나우 브루잉' 중 어떤 서비스가 더 오래 살아남고, 스타벅스의 피크 타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까요? 앞으로 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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