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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열풍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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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제로, O 칼로리, 제로 콜라, 제로 맥주 등 사람들은 제로 먹거리에 열광하고 있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2025년의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대두된 개념 ‘제로 유저 인터페이스Zero UI’와 ‘제로 리스크Zero Risk’까지 지금은 제로Zero가 넘쳐나는 시대다.

에 열광하는 시대라니 이 무슨 일일까?

 

 

 

제로 식품 전성시대

한동안 유행처럼 제품명을 수식했던 ‘다이어트’ 키워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제로’로 바뀌었다. 제로 트렌드 열풍을 반영한 대표적인 상품군이 제로 탄산음료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탄산음료 시장에도 제로 칼로리cal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제로 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630억 원에서 2023년 1조2,780억 원으로 8배 가까이 커졌다. 제로 음료는 맛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점차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제로 열풍은 탄산음료에서 시작해 주류 시장으로까지 번졌다. 무알코올 맥주에 이어 과당을 사용하지 않는 소주 제품들도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술을 즐기며 건강까지 챙기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지갑도 함께 열리게 된 것이다.

 

 

 

칼로리 부담도 없으면서 맛까지 챙긴 제로 칼로리 식품이 대세로 떠올랐다.

 

 

디저트도 예외가 아니다. 다이어터는 물론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당과 칼로리다. 그렇다고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먹자니 우유의 부드러운 텍스처와 풍미가 부족하거나 달콤함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저칼로리라고 맛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면 그 또한 디저트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채워주는 저당 아이스크림이 최근 출시되기도 했으며, 이 아이스크림은 국내 유명 브랜드와 전통의 강호들을 제치고 편의점 입점 아이스크림 중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제로 UI와 제로 리스크의 대두

식품의 제로 시대가 제로 칼로리에 있다면 우리 일상의 제로 시대는 ‘제로 UI’와 ‘제로 리스크’로 말할 수 있다. 제로 UIUser Interface는 간단히 말해 스크린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는 사용자의 움직임, 음성, 손짓, 생각 등을 시스템이 인지하고 사용자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AI 진화의 본질도 바로 제로 UI라고 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우리는 이제 글자를 타이핑하거나 마우스 클릭조차 필요 없는 AI 시대에 살고 있다. 목소리, 제스처, 얼굴 인식과 시선만으로도 필요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통의 매개체가 사라져가고 불필요해지는 제로 UI 시대로 들어서며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시간과 수고로움도 덜게 되었다.

 

 

 

AI 스피커는 대표적인 제로 UI 제품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구글 홈 미니’ ©Kevin Bhagat on Unsplash

 

 

제로 리스크는 오픈 서베이에서 젊은 세대의 변화된 가치관을 설명하기 위해 제로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사용했다. 즉, ‘안 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제로 리스크로 표현했다. 결혼과 출산을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것,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 팀장을 할 수 있지만 중역을 맡지 않는 것 등이다. 여러 가지 일이나 관계의 책임으로부터 생길 수 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보다 현재의 나에 더 집중하려는 경향을 조명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부터 배리어 프리까지, 제로의 시대정신

제로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쓰인다.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운동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 부른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사야 한다면 최소한으로 쓰고, 되도록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며 자연 분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자는 실천 전략들을 포괄한다.

 

보통 복잡한 의사 결정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해보자’라는 말을 한다.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하는 것은 본디 이 일을 시작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찾기 쉽게 돕는다. 제로 베이스 사고방식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인 반면, 제로 웨이스트는 유에서 무를 향해 가는 것, 남기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같은 제로가 포함할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1 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 과정에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늘고 있다. ©Anna Oliinyk on Unsplash

2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 버스’는 배리어 프리의 한 예다. ©Freepik


 

이제껏 자주 언급된 적은 없지만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야말로 제로의 시대정신이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는 현장이 아닐까?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이며 제도적인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을 말한다.

 

1974년, 국제연합UN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배리어 프리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본래 건축이나 도로, 교통 시설 등에서 ‘물리적 장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배리어 프리는 현재 시험이나 자격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벽’과 서비스 결여에 의한 ‘정보, 문화적 장벽’까지 허물자는 운동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DEIB는 조직의 생산성과 혁신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가치다. DEIB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 소속감Belonging의 영어 앞 글자를 딴 표현으로, 미국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전 세계에서 연구 중이다. 이 DEIB개념이 곧 제로 배리어, 제로 장벽, 배리어 프리에 가깝다.

 

 

 

진정한 의미의 제로 정신

제로의 시대는 불편과 불안, 낭비를 줄여주는 시대다. 제로 콜라처럼 달콤한 탄산음료를 마시는 즐거움은 유지한 채, 살이 찔까 염려되는 불안함은 없앤 편의가 제공하는 시대다. 제로 UI나 제로 리스크처럼 통과의례와 같던 결혼, 출산을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당연한 것에서 선택지로 바꾸는 것도 제로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제로 상품, 제로 개념은 내 생각과 다른 취향의 사람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은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게 돕는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쓸데없는 폐기물을 줄이고 불편함과 부당함을 제거한 제로 배리어 시대로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제로 정신이다. 헝클어진 머릿속을 멈춰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소비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는 결국 본질을 고민하고 핵심을 고르는 능력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제로의 시대다. 불필요한 것은 걷어 내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취향과 선택은 존중하고 공존하며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제로 시대가 아닐까?

 

 

글. 송수진(고려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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