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4년 12월 2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분명 더 크고 화려해지긴 했습니다
컬리푸드페스타가 어느덧 2회 차를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7월이 아닌 12월로 시기를 옮기며, 앞으로 매년 겨울에 열릴 예정인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장을 직접 방문해 분위기를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무엇보다 첫 행사가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이번에는 규모를 크게 키운 점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요. 참여 브랜드 수가 작년 130개에서 올해는 230개로 100곳이나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대형 브랜드 부스는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컬리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는 듯했죠.
무엇보다 올해 컬리푸드페스타는 컬리뷰티페스타와는 달리, 컬리 브랜드 자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기획된 부스들이 돋보였는데요. 작년에도 유사한 부스가 있었지만, 주로 전시 위주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콘텐츠를 강화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체험형 요소가 더해지면서 방문객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규모와 화려함은 커졌지만, 그러다 보니 운영적 결함들이 일부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대형 브랜드 부스 중에서는 비비고가 가장 돋보였는데요. 곧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을 활용한 기획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프레시지 부스에서는 유명 셰프를 초청해 직접 요리 시연을 선보이며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고요. 겨울이라는 시즌에 맞춰 보물섬에서 방어회 시식을 선보인 것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먹거리와 체험 모두 작년에 비해 한 단계 진화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불만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규모를 확장한 데 비해 방문객들의 경험은 오히려 부족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컬리푸드페스타 티켓 후기들만 보더라도, 긴 대기 시간과 붐비는 인파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체험을 즐기지 못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는데요. 입장 자체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행사장 내부에서도 주요 부스를 제대로 체험하기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입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부터 대기줄에 서야 했고요. 내부에 들어가서도 대형 브랜드 부스들은 대부분 줄이 너무 길어 체험하는 걸 상당수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중소 브랜드 위주로만 둘러볼 수밖에 없었죠. 이는 단순히 방문객 수가 많아서라기보다는 동선 관리와 인원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는 점은 특히나 아쉬웠습니다.
또한, 부스별 체험 내용 역시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와의 교감은 SNS 팔로우나 카카오톡 친구 추가 같은 단순한 참여에 그쳤고, 시식 정도가 체험의 전부인 경우가 많았는데요. 특히 컬리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준비한 <컬리베이커리>조차 디저트를 조금 맛보게 하며, 뉴스레터 에피큐어를 기계적으로 구독시키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대로 경험이 잘 기획되어 있었던 <컬리에그팜>이나 <컬리델리>는 너무 몰려든 인파로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했고요.
결국 방문객 수를 늘리고 규모를 키우는데 치중하다 보니, 개개인에게 제공되는 경험의 밀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밀도와 확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한 건데요. 이처럼 1회 차의 성공에 힘입어 규모는 확장되었지만, 세심한 디테일이 부족했던 부분이 두드러지며, 컬리가 일종의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은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소포모어 징크스: 원작 넘어서는 속편 없다는 말과 비슷한 표현으로, 운동선수나 작품 등이 데뷔할 때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부담감으로 처음과 같은 퀄리티 혹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를 뜻하는 말
기본부터 다시 잡아야 합니다
그간 컬리는 늘 탁월한 고객 경험을 기획하며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컬리푸드페스타에서는 확장된 규모와 더불어 기본적인 디테일 관리에서 아쉬운 점들이 두드러졌습니다. 작은 부분들이 모여 전체적인 경험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번 행사는 여러 면에서 미흡함을 드러냈는데요.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방문객 수를 받아들인 점이었습니다. 입구부터 과도하게 붐비는 모습은 행사장 내부로 그대로 이어졌고, 대기줄 관리와 동선 설계 역시 미흡하여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심지어 일부 후기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웰컴 기프트마저 수량 부족으로 인해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였죠.
또한, 공간 활용과 편의성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방문객들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고요. 이는 특히 공간 자체를 여유에 두어서, 관람을 편하게 만들었던 컬리뷰티페스타와도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컬리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디테일에 집착하다시피 했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상품 페이지의 작은 언어 표현부터 배송 경험까지, 고객 입장에서 하나하나 뜯어고친 덕분에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데요. 그런 컬리도 성장의 압박 속에서 조금은 조급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공적인 고객 경험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디테일에서 시작해 그것이 하나의 완성된 경험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죠. 물론 여전히 컬리푸드페스타는 특별합니다. 기존 미식 박람회와 다르게 고객에게 집중한 행사는 컬리푸드페스타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인데요. 컬리가 이번 페스타에서 드러난 아쉬움을 발판 삼아, 본연의 장점으로 돌아가 더욱 완성도 높은 행사를 선보이며, 푸드 트렌드 전체를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