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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술의 마지막 챕터, 1가구 1휴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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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에서 글로벌 주요 가전·로봇 업체들이 앞다투어 가정용 로봇의 판매 시기와 기술을 공개했다. 단순한 청소나 물리적 작업을 넘어 AI로 구동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의 새로운 가전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의 진화와 혁신

장난감처럼 보이는 데 그쳤던 로봇이 인간을 닮은 로봇으로 정교해지더니 마침내 인간화된 로봇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사람을 도와주는 보조적 도구에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개체로 고도화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이자 차세대 물결로 지목했다.

 

그는 “어느 기업이나 손쉽게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로봇 훈련 플랫폼 ‘코스모스’를 출시한다”고 밝히며, “코스모스를 활용하면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간과 돈이 대폭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2년 전 챗GPT처럼 로봇의 대중화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행보로 보인다. 특히 황 CEO는 AI 에이전트,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로 로봇을 구분하며 마지막 퍼즐인 ‘휴머노이드’가 완성돼야 로봇 산업이 꽃피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12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CES 2025에서 12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라인업을 공개하고, 로봇공학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기술력과 비전을 제시했다. ©한경DB

 

 

휴머노이드 로봇은 초기 실험적 시도에서 시작해 기술적 정교함을 더하며 진화해왔다. 특히 2020년 이후 기술 발전은 세 가지 요인으로 가속화했다. 첫째, 강력한 전기모터의 개발이다. 2010년대 중반, 김상배 MI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고토크 모터로 로봇의 동작 속도와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둘째, 병렬 연산 장치와 기계 학습의 활용이다. 가상 환경에서 수백 대의 로봇을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환경 변화에도 강건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거대 언어 모델 등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존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작동하며, 맥락적 지능 구현을 가능케 했다. 이로 인해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기계장치를 넘어 인간화된 반응을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다.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가능성과 한계

모건 스탠리는 2030년경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40년에는 약 800만대, 2050년에는 약 6,300만 대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2030년까지 제조 공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우선적으로 활용한 후 양산 시스템이 갖춰지고, 기술 고도화가 이루어지면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보고서 ‘휴머노이드: AI 액셀러레이터’에서 휴머노이드를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처럼 ‘차세대 필수 폼팩터’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5년 약 380억 달러약 5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출하량은 14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모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장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제조 산업에서의 활용 성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로봇의 환경 인식 능력과 작업 지능이 요구되는 수준에 도달했는지가 관건이다. 사업적으로는 동일 작업을 인간이 수행할 때와 비교해 비용 효율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소수 기업이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X가 개발한 ‘네오’ 모습 ©1X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산업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격적 사업 아이템으로 내세운 기업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1X가 개발한 ‘네오Neo’와 독일 뉴라Neura의 ‘4ne1’이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선보였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가정용 휴머노이드를 차별화된 사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집’이라는 환경은 공장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다양한 조건과 오류 가능성으로 인해 로봇이 충돌하거나, 물건을 파손하는 등 직접적 위험이 발생할 수있다. 제조 산업에서의 초기 성과와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다면 휴머노이드는 미래의 일상 속에서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휴머노이드의 새로운 정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범위를 확장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휴머노이드를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능동적 환경 인식을 통해 보행과 물체 조작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른 인간 혹은 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로봇’으로 본다면 외형적 요소는 필수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을 준비하거나 청소와 설거지는 못 하더라도 울고 있는 당신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출근길 옷차림을 조언하는 등 감정적 상호작용과 조언을 제공한다면 이를 ‘인간형 로봇’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MIT 미디어랩의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가정용 소셜 로봇 ‘지보’

 

 

이러한 관점에서 소셜 로봇은 인간-로봇 상호작용HRI을 강화하려는 연구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MIT의 ‘지보Jibo’ 같은 소셜 로봇은 감각적 디자인을 활용했지만, 대화형 AI 기술의 한계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많은 이가 소셜 로봇과 스마트폰의 차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단순히 음성을 기반으로 대화를 한다면 스마트폰도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지닌 다감각적 객체 인식능력이다. 예를 들어 대화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음성을 듣는것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상대를 보고, 촉각적으로 접촉할 때 더 높은 실존감을 느낀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 손자국을 찍어 ‘윌슨’을 만들고 대화하는 장면은 이러한 인간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단순히 말소리만으로는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하며, 시각적·촉각적 요소를 결합했을 때 대상을 실재감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 점이 바로 소셜 로봇이 스마트폰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의는 인간과의 감정적·사회적 연결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소셜 로봇이 스마트폰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임을 보여주며, 로봇의 미래 발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로봇 기술의 마지막 챕터, 가정용 휴머노이드

가정용 휴머노이드는 로봇 기술의 마지막 챕터가 될 것이다. 이는 환경 인식·판단·구동·제어 등 첨단 기술의 궁극적 집합체이며, 가정이라는 공간이 지닌 비정형성과 비동일성이 로봇에게 극한의 난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정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장소로, 로봇에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적응력과 유연성이 요구된다. 더불어 ‘가정용’이라는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감성, 몰입감, 유대감 같은 심리적 요소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심리학적 메커니즘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하며, 이는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인간의 삶 속에서 진정한 동반자로 자리 잡는 데 필수적이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 같은 다양한 기술 요소가 완벽히 통합된 형태를 필요로 하며, 이는 로봇 기술 발전의 정점이 될 것이다.

 

 

테슬라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 ©Tesla

 

 

휴머노이드 로봇과 소셜 로봇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인공지능 모델의 발전에 달려 있다. 챗GPT 같은 AI 모델이 변화를 이끌었지만, 이는 ‘비전 언어 모델Vision Language Model, VLM’이 가져올 변화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VLM이 로봇과 결합해 ‘비전 언어 행동Vision Language Action, VLA’ 모델로 발전하면 환경 인식, 대응 결정, 행동 수행이 하나의 세트로 통합된다. 이는 로봇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과 사회적 변화의 접점에 서있다. 인공지능, 기계공학, 심리학이 융합한 혁신을 통해 이들은 단순한 기계를 넘어 인간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 간의 새로운 관계와 상호작용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가정용 휴머노이드는 로봇 기술의 최종 목표이자 인간-기계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글. 임세혁(KIST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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