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질문이다. ‘직업인’은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 일을 주도하는 사람, 반면 ‘직장인’은 회사의 일을 대신 수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최근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안성재 셰프의 발언이었다. 손석희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안성재 셰프는 “젊었을 때 워라밸을 챙기면 미래의 워라밸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요리사로서 수련 과정에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워라밸을 포기하라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 경제 성장 과정에서 과도한 노동 착취가 빈번했던 사회다. 그래서 ‘많이 일한다’는 말은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 ‘정당한 대우 없이 노동을 착취당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업무 효율화 툴이 등장하면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인식도 생겨났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지혜롭지 못한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회사에서 몇 년을 일해도 임원이 될 확률은 극히 낮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내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에 헌신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직장인들이 많다. 오히려 적당한 수준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개인 생활을 즐기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면 어떨까?
"회사의 일을 내가 주도할 수 있다면, 회사 생활은 달라질 수 있다."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이자 ‘최인아 책방’ 대표인 최인아는 저서『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일의 주도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회사에서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가진다면, 회사 생활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업종이 완전히 다른 ‘책방’을 창업했다. 그리고 창업 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회사에서 했던 모든 경험이 결국 자신의 자산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즉,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히 남의 일을 해주는 시간이 아니라, 돈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다시 워라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일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고, 내가 이 일을 통해 배우고 싶은 것이 명확하다면, 시간과 방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회사의 이름으로 하는 일이지만, 이 일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직업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일에 대한 목적과 사명감 없이 업무에 끌려다니는 사람은 ‘직장인’이 될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는 지금을 ‘핵개인’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제는 대체되지 않는 개인이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조직에 의존하는 직장인의 시대가 저물고, 스스로 일의 주인이 되는 직업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당신은 직업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직장인으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