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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4월 0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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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과 스타벅스가 만난다면
지난 4월 8일, CJ와 신세계가 멤버십 통합 운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두 그룹은 이미 작년 6월에 전방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는데요. 이때부터 멤버십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었죠.
이들이 이렇게 손을 잡은 이유는 결국 쿠팡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신세계그룹 내에서는 쿠팡과 직접 경쟁 중인 이마트 계열이 강하게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고요. CJ 입장에서도 CJ제일제당 제품의 판매 채널을 다변화할 수 있고, 물류 부문에서 CJ대한통운이 쿠팡과 경쟁 중인 상황이기에 협력 제안이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선보일 '통합' 멤버십이 기대되는 건, 양측이 각자 ‘킬러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죠.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은 각각 전국에 천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기에, 일상 속 고객 접점이 강력한데요. 만약 올리브영에서 스타벅스 포인트를 쓰거나, 반대로 스타벅스에서 CJ포인트를 적립하는 식의 멤버십 연동이 이루어진다면, 고객의 체감 혜택은 분명 클 겁니다.
하지만 정말 쿠팡을 넘어서고 싶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는 압도적인 가입자 수와 혜택을 앞세운 ‘쿠팡 와우’ 멤버십이니까요.
쿠팡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렇다면 쿠팡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 바로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에 CJ ONE이 결합되고, 여기에 쿠팡처럼 ‘완전 무료 배송’ 혜택까지 더해지는 그림일 겁니다.
이마트는 쿠팡만큼의 물량은 아니지만, 자체 상품을 직접 유통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통사입니다. 게다가 주요 물류는 이미 CJ대한통운이 맡고 있죠. 마음만 먹으면 빠른 배송과 새벽 배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되면 로켓와우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프라인 혜택까지 얹힌다면, 쿠팡보다 더 매력적인 조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마트 상품을 무료로 받아보고, 티빙을 함께 즐기며, 올리브영과 스타벅스에서 포인트 혜택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이 쉬워지니까요.

이미 지난 1월, 이마트24에서 CJ ONE 포인트 적립·사용이 가능한 제휴가 시작된 바 있습니다. 본격적인 통합 이전의 테스트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런 형태의 협업은 시기만 정해지면 언제든 확대될 수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배송 통합도 현실성이 결코 낮지 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브랜드 ‘오네’를 기반으로 한 ‘스타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배송망이 이미 연결된 만큼, 양사 간에 비용 분담만 잘 조율된다면 실현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는 거죠.
빠른 양보가 정말 절실합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속도입니다. 쿠팡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지금, CJ와 신세계는 더 늦기 전에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단순한 포인트 적립 수준을 넘어, 더 진전된 협력 모델이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선 양측의 빠른 결단과 양보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쿠팡 와우처럼 강력한 혜택을 담으려면, 누군가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서로 일정 부분의 수익을 내려놓고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물며 완전히 다른 두 조직이라면 더더욱 어렵겠죠.
그럼에도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두 그룹 모두 오너 기업이고, 오너 간에 사촌 관계라는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죠.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과감하게 나선다면, 예상 밖의 통 큰 양보와 빠른 실행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결국 이번 멤버십 통합이 어떤 형태로 나오느냐에 따라 이 동맹의 향방도 갈릴 텐데요. 기존 멤버십의 연장선에 그칠지, 아니면 쿠팡을 위협할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를지. 시장은 그 선택의 순간을 주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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