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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우절 재미없었죠?

이재훈

2025.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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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줄요약!

1. GPT-4.5가 튜링 테스트에 통과하며 대화만으로 AI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열렸어요.
2. AI 콘텐츠 생성이 쉬워지면서 디지털 세상이 가짜 콘텐츠로 넘쳐나기 시작했어요.
3. 가짜가 진짜가 되는 시대, 신뢰와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연인으로

최근 ChatGPT를 '감정쓰레기통'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다정하게 위로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상대가 AI라는 사실을 잊고 몰입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만약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오래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용자를 위로해 주는 ChatGPT (출처 : 작가 / 생성 : ChatGPT-4o)

 
비슷한 맥락에서 'AI와 바람을 피운다'는 식의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AI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해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처럼 설정하고 대화를 나누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데요. 이 역시 AI의 대화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대화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AI의 대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AI와 인간을 구분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오랜 시간 쌓인 인식의 관성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확신조차 조심스러워졌는데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AI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튜링 테스트란?

튜링 테스트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에 제안한 실험으로,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입니다. 실험자는 컴퓨터와 사람을 각각 채팅으로 인터뷰하며, 누가 인간이고 누가 컴퓨터인지를 맞추게 됩니다. 만약 컴퓨터가 일정 비율 이상 인간으로 오인된다면, 그것을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다'라고 간주하게 됩니다. 

그동안 수많은 인공지능이 이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허점을 드러내며 한계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GPT-4.5가 최초로 이 기준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 기준을 넘어선 조건도 흥미롭습니다. AI에게 특별한 설정을 하지 않았을 때는 실험 참가자 중 약 '36%'만이 AI를 사람으로 오인했지만, 특정한 페르소나를 입힌 후에는 그 비율이 무려 '73%'까지 상승한 것입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아니대 튜링 테스트 결과 (편집 : 작가)


예를 들어, '게임과 인터넷 문화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10대 후반'이라는 설정을 부여하면, AI는 줄임말이나 슬랭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문장 끝에 마침표를 생략하는 등 실제 청소년처럼 대화를 이어갑니다. 기존 AI들이 정답만을 말하거나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면, 이제는 정말 사람의 말투, 반응, 감정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단순히 채팅창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지금은 텍스트에 한정하여 AI를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앞으로는 음성 통화나 영상 통화에서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아직도 사람으로 보이니? 

"이 중에서 AI가 만든 이미지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은 이제 너무 흔해진 질문입니다. 누군가가 하나를 골라 '이게 가짜야'라고 답하면, 곧이어 '사실 전부 AI가 만든 이미지입니다'라는 반전이 이어지곤 하죠. 이제는 하나의 클리셰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건 AI가 만든 이미지입니다"라고 말하면, 어딘가 어색한 디테일이나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져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경계마저 거의 사라졌습니다. 아래 이미지들도 방금 AI를 활용해 뚝딱 만든 '가짜 사람들'인데요. 심지어 만든 저조차도 실제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줬습니다. 즉, 가짜라고 말해줘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ChatGPT로 생성한 가짜 이미지 (출처 : 작가 / 생성 : ChatGPT-4o)


특히 정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영상과 목소리조차 AI가 만든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처럼 생성된 콘텐츠들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일상 속에서 말 그대로 '범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는 AI가 만든 가짜 게시물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은 X(구 트위터)에서 인증 마크를 받은 계정 중 50%가 AI 봇임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시대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와 영상이 창작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큰 우려는 신뢰의 붕괴입니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며, AI가 만든 콘텐츠는 점점 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 만우절 풍경 (출처 : 나무위키)


올해 만우절에 특별한 이슈 없이 지나간 것을 체감하셨나요? 이는 우리가 평소에 이미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콘텐츠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해지지 않은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거듭될수록 무엇이 진짜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피로감이 쌓일 수 있는데요. 피로감이 누적될 경우 아예 정보에 무관심해지거나, 검증 없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도 커집니다. 

또 하나의 우려는 인간관계의 단절입니다. 고도화된 AI와의 대화가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해지면서, 오히려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의 소통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AI는 내가 원하는 대로 답변해 주기 때문에, 비판이나 갈등이 있는 인간관계보다 더 쉽게 정서적 의존을 불러일으킵니다. 즉,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민을 해야 할 때

사실 오늘 다룬 주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다뤘던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다시 이 이야기로 글을 쓴 이유는, 이 문제가 특정 기술 업계나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마주해야 할 고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작가 (생성 : ChatGPT-4o)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앞으로는 AI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겁니다. 채팅창 속 대화부터 사진, 영상, 심지어 목소리와 감정까지, 우리가 '인간답다'라고 느끼는 것들이 이제는 기술로 복제되고 때로는 그것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이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이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는 더욱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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