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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즐거운 인생>으로 본 '밴드-붐', 마케팅적 경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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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아침,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즐거운 인생>으로 본 '밴드-붐', 그리고 '경험 경제'의 포효

 

 

이어폰 너머로 흐르던 개인의 플레이리스트가 잠시 멈춰 서고, 공연장의 함성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요즘입니다. 문화 트렌드 분석 채널 머니그라피는 토스 금융 플랫폼에서 출발해 경제적 관점으로 문화 현상을 날카롭게 해석하는데요, 음악 유튜버 '우키팝'과 '룩삼'이 진행하는 '머니 코드' 시리즈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며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밴드-붐💥’을 지목합니다.

 

수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스트리밍 사이트 장르별 점유율에서 최근 2년간 밴드 음악은 1.8%에서 3.7%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인기 밴드의 공연 티켓은 평균 23분, 심지어 단 3분 만에 ‘솔드 아웃’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열기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 인디 밴드의 Spotify 청취자 중 63%가 해외 리스너이며, 권위 있는 해외 음악 매체 피치포크(Pitchfork), NME 등도 한국 밴드 신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밴드-붐’은 단순히 특정 장르의 부흥을 넘어, 현대 소비 트렌드의 거대한 흐름인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확산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외부 활동에 대한 갈증, 디지털 세상의 피로감, 그리고 소유보다 ‘경험’ 그 자체를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는 공연뿐 아니라 전시, 스포츠 관람 등 전반적인 ‘체험형 소비’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약 1조 2697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약 8709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는 비단 대중음악 콘서트뿐 아니라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역시 2023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뜨거운 현장 열기를 입증했습니다. 영화 티켓값이 다소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스크린 밖의 ‘날것 그대로의 경험’, ‘함께하는 순간의 가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 갈망’의 시대에, 2007년 개봉작 <즐거운 인생> 속 ‘활화산’ 밴드의 이야기는 현재의 ‘밴드-붐’과 그 이면에 숨겨진 소비자의 열망을 마케팅적 관점에서 이해할 중요한 단초를 제공합니다. 중년이 된 ‘활화산’ 멤버들을 통해, 이 뜨거운 현상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1. '활화산' 멤버들: '잊힌 열정'을 갈망하는 X세대와 그 이후 – ‘경험 세대’의 귀환

 

기영, 성욱, 혁수는 한때 뜨거웠으나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꿈을 접은 중년들입니다. TV 리모컨, 대리운전 호출음, 자동차 엔진 소리가 그들의 일상을 채우던 중, 밴드 리더였던 상우의 죽음과 그가 남긴 기타는 잊고 지낸 ‘나’를 되찾는 기폭제가 됩니다. 이들은 ‘안정’과 ‘책임감’이라는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개인의 ‘열정’과 ‘자아실현’을 유보해 온 세대, 특히 밴드 음악의 황금기를 직접 경험했거나 청춘의 로망으로 간직한 X세대 및 현재의 4050세대를 대변합니다.

 

마케팅 인사이트

이들에게 ‘밴드-붐’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노스탤지어 소비’이자 ‘자기 보상적 소비’입니다. 과거의 뜨거웠던 기억을 소환하고, 현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죠. 밴드 음악은 단순한 청취를 넘어, 잊고 지낸 젊음, 순수한 열정, 그리고 ‘나다움’을 회복시켜주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이들을 타겟으로 할 때는 단순히 트렌드를 좇기보다 그들의 경험과 추억을 섬세하게 자극하고, 자존감을 충족시켜주는 메시지와 경험 설계가 중요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당신의 무대", "다시 한번, 심장이 뛰는 순간을 경험하세요"와 같은 키워드로 잃어버린 열정을 상기시키고, 현재의 삶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2. 밴드 재결성 & 라이브 공연: '날것 그대로의 경험'과 '진정성'에 대한 갈망

 

기영의 “니들, 그게 사는 거야?”라는 절박한 질문은 밴드 재결성의 동기가 됩니다. 그들에게 밴드 활동은 서툴고 불협화음 가득할지라도, 계산되지 않은 감정의 분출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행위입니다. 함께 악기를 조율하고, 합주하며 만들어내는 사운드, 그리고 관객 앞에서 펼치는 라이브 공연은 디지털로 완벽하게 가공된 콘텐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과 ‘진정성’을 선사합니다.

 

마케팅 인사이트

‘밴드-붐’의 핵심에는 ‘라이브 경험’에 대한 소비자의 폭발적인 열망이 자리합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음원보다 뮤지션의 숨결, 예측 불가능한 현장의 에너지, 관객과의 즉각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더욱 강화되는 ‘휴먼터치(Human Touch)’와 ‘실재감(Authenticity)’에 대한 깊은 니즈를 반영합니다.

 

마케터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매력, 예측 불가능한 라이브의 희열, 아티스트와 팬 간의 직접적이고 인간적인 소통을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닌, ‘백문이 불여일험(百聞不如一驗)’의 시대입니다.

 

 

 

3. 현준(장근석)의 합류: '세대 통합'과 '새로운 해석'의 시너지

 

아버지 세대의 밴드 ‘활화산’에 젊은 피 현준이 합류하면서, 낡은 연습실에는 새로운 활기가 돌고 음악은 신선한 색채를 띠게 됩니다. 그의 존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기성세대의 문화가 젊은 세대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재의 ‘밴드-붐’이 특정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향유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뉴트로(New-tro)’ 현상의 확장판임을 시사합니다.

 

마케팅 인사이트

‘밴드-붐’은 단순한 과거의 유행 반복이 아니라, 젊은 세대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재해석되며 소비되는 현상입니다.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과 ‘힙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콘텐츠가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앞서 언급된 한국 인디 밴드의 해외 리스너 증가 역시, 특정 지역이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밴드 음악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브랜드는 과거의 헤리티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거나, 세대 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폭넓은 소비자층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 기획, 레전드 밴드의 곡을 젊은 아티스트가 커버하는 프로젝트, 혹은 과거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현대적 기술로 세련되게 구현하는 제품/서비스 출시 등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4. "차가운 현실" 속 "즐거운 인생": '소확행'을 넘어 '의미 있는 몰입'으로

 

영화 속 멤버들은 가족의 반대, 경제적 어려움 등 ‘차가운 현실’의 벽에 끊임없이 부딪히지만, 밴드 활동이라는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갑니다. 이는 단순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넘어,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깊이 몰입함으로써 얻는 ‘성취감’과 ‘자아실현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합니다.

 

마케팅 인사이트

소비자들은 이제 수동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 활동에 큰 가치를 둡니다. ‘밴드-붐’ 역시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직접 악기를 배우거나, 밴드 굿즈를 수집하고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팬슈머(Fansumer)’ 혹은 ‘프로슈머(Prosumer)’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브랜드 스토리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브랜드의 열정적인 지지자이자 공동 창조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하고, 자발적인 입소문을 유도하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워크숍,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활성화,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벤트 등이 좋은 예입니다.

 

 

 

5. 마케터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경험'을 연주하고 있는가?

 

영화 <즐거운 인생>과 현재의 ‘밴드-붐’, 그리고 그 기저에 흐르는 ‘경험 경제’ 트렌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 ‘잊힌 열정’ 또는 ‘경험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자극하고, 어떤 ‘진정성 있는 순간’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가?


디지털 시대, 어떻게 하면 ‘날것 그대로의 현장감’과 ‘인간적인 유대감’의 가치를 제품/서비스에 담아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해석’과 ‘연결고리’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할 방법은 무엇인가?


소비자가 단순 관객을 넘어, 브랜드의 ‘능동적인 참여자’이자 ‘열정적인 스토리텔러’가 되도록 어떤 ‘무대’와 ‘악기’를 제공할 수 있을까?

 

 

 

<즐거운 인생>의 멤버들이 낡은 악기에서 새로운 삶의 하모니를 찾아냈듯, ‘밴드-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소비자의 열망, 즉 ‘경험’에 대한 깊은 갈망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들의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무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살아남고 깊이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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