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8일 먀 AI 뉴스레터로 발행한 글입니다.]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휴먼
인간의 모습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과 생활을 도우러 온다면, 이론에 빠삭한 '공부벌레'가 나을까요, 아님 산전수전 다 겪어본 '실전파'가 나을까요?🤔
작년 3월,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휴먼> 레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왜 만들고 그 간략은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는데요. 거의 정확하게 1년 4개월이 지난 오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와 AI 시스템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바로 피규어AI의 헬릭스(Helix)와 1X 테크놀로지의 레드우드(Redwood)입니다.
BMW? 그거 내가 만들었잖아
현재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은 단연 미국의 피규어AI(Figure AI)입니다. 2022년에 설립한 피규어AI는 BMW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시험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자동차 제조 현장에 인간형 로봇을 활용하는 첫 사례입니다.

BMW 공장에서 시험 운영 중인 로봇 Figure02(피규어02)는 키 약 170cm에 몸무게 70kg 수준으로, 사람과 비슷한 체격입니다.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어 섬세한 작업도 해낼 수 있는데요. 피규어AI 로봇의 강점은 이러한 신체적 성능 위에, AI 기반 통합 제어 시스템인 ‘Helix(헬릭스)’를 탑재했다는 점입니다. 헬릭스가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두 가지 뇌를 한 번에 쓰는 AI, 헬릭스
헬릭스는 시각과 언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 행동을 생성할 수 있는 AI 모델입니다. 헬릭스를 탑재한 덕분에 피규어02는 사람이 말로 내리는 지시와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을 이해하고, 팔, 손가락, 시선 등을 동시에 조정하며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몸과 머리, 행동과 생각을 모두 작동시키는 AI인 헬릭스는 두 가지 사고 체계를 동시에 활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본능'인 System1과, 보다 느리지만 깊이 있게 사고하는 '두뇌'인 System2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지요. 덕분에 피규어AI의 로봇은 복잡한 장면에서도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시각과 언어를 해석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이해한 후, 하위 제어기로 바로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일까'까지 계산하는 것이지요.

로봇에게 매번 물건과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면 번거롭겠지요? 헬릭스는 로봇이 간단한 언어 지시만으로도 즉흥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듭니다. 헬릭스를 탑재한 로봇에게 '책상 위에 있는 개구리 장난감을 치워줘🐸'라고 말하면, 오늘 처음 본 물건이어도 로봇은 장면을 이해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습니다. 실제 피규어AI 로봇도 처음보는 다양한 물건을 이해하고 집을 수 있다고 해요!

사람이 말하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헬릭스는 피규어AI 로봇의 두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헬릭스는 세상을 책으로 공부하는 AI입니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대규모 데이터로 시각과 언어의 개념을 익히고, 그 위에 사람이 직접 보여주는 몇 개의 고품질 시연을 통해 정밀하게 조정되지요. 이는 헬릭스가 처음 보는 물건이나 작업도 어느 정도 유추해 실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간 열심히 공부한 이론이 있으니, 낯선 물건을 봐도 당황하지 않고 배운 원리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해 보는 것이지요.
BMW 제조 멋지지. 하지만 난 살림꾼이야
피규어AI의 헬릭스가 '이론파 공부벌레'라면, 1X의 레드우드(Redwood)는 그야말로 몸으로 부딪혀 배운 실전형 AI입니다.🔧
1X는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로보틱스 기업으로, 사람과 함께 실생활에서 일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정, 사무실, 복도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움직이며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하고, 문을 열 수 있는 ‘살림형 로봇’을 지향하지요. 따뜻하고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만 보아도 추구하는 바를 알 수 있겠지요?

1X의 대표 로봇 NEO(네오)는 키는 약 167cm 정도로 피규어02와 비슷하지만, 몸무게는 30kg 남짓으로 훨씬 가볍습니다. 가정 환경에 맞게 몸체에 부드러운 직물 커버를 씌워 부딪히더라도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며, 안정적이고 유연한 관절 설계를 통해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졌지요.
네오는 복도 사이를 걸어 다니고, 무릎을 굽히고, 책상을 정리하는 등 전신을 자유롭게 활용합니다. 피규어02가 조립공장에서 정밀하게 작업하는 로봇이라면, 네오는 거실에서 어질러진 장난감을 치우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등 일상에서의 적응과 이동 능력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신으로 배우고 움직이는 AI, 레드우드
네오의 지능을 담당하는 AI의 이름은 '레드우드'입니다. 레드우드도 언어와 시각, 행동을 모두 이해하는 통합 모델로, 사람의 지시에 따라 로봇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동작을 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지요. 하지만 헬릭스와는 약간 다릅니다. 이론을 중심으로 학습하는 헬릭스와 다르게, 레드우드는 수천 번 몸을 움직이며 시행착오를 겪고, 반복해서 실전 경험을 쌓아온 현장형 AI에 가깝습니다.
레드우드는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작하는 시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요. 사람이 직접 로봇을 움직이며 물건을 집고, 바닥에 무릎 꿇고, 문을 여는 영상을 수천 시간 분량으로 보고 배웁니다. 단순히 비디오만 보는 게 아니라, 팔, 다리, 손, 허리까지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센서 데이터와 함께 익히지요.🤓
레드우드는 단순히 '팔을 이렇게 뻗으면 컵을 집을 수 있다'라는 동작의 방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컵이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무릎을 꿇고 몸을 숙여야 하는구나'라는 동작의 전략까지 스스로 익히게 됩니다. 결국 네오는 특정 상황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전신을 사용하는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되지요. 복잡한 언어 추론이나 계획 없이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원리입니다.

두 로봇 모두 사람처럼 걷고, 보고, 듣고, 손으로 무언가를 조작할 수 있지만, 그 능력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다릅니다.
헬릭스에 기반한 피규어02는 먼저 이론을 쌓고, 상식으로 판단한 뒤, 빠르게 손을 움직이는 두뇌 중심형 로봇입니다. 반면, 레드우드에 기반한 네오는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고, 자연스럽게 전신을 활용하는 몸 중심형 로봇이지요.
어느 쪽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정확한 조작과 판단이 필요한 제조 현장에서는 헬릭스가,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집 안에서는 레드우드가 더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로봇이 사람 곁에서 일할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부벌레든 실전파든, 로봇을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