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뉴스피드에 게시물이 표시되는 이유를 알려주는 기능을 선보인다. 사용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지난 5월15일 페이스북코리아 역삼동 본사에서 열린 ‘뉴스피드 미디어 세션’에서 람다 세두라만 페이스북 뉴스피드 랭킹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는 신기능 ‘이 게시물이 표시되는 이유는(Why Am I Seeing This Post?)’을 소개하며 “사용자들은 ‘내가 왜 이 게시물을 뉴스피드에서 먼저 보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뉴스피드 경험 자체를 원하는 대로 조정하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이 표시되는 이유는’은 기존 페이스북 광고에 적용돼 왔던 기능을 일반 게시물까지 확장한 것으로, 페이스북에 따르면 사용자는 해당 기능을 통해 뉴스피드에서 접하는 다양한 게시물이 왜 자신에게 보이는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게시물 순서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파악하고 ‘먼저 보기,’ ‘팔로우 취소’ 등의 옵션을 통해 보고 싶거나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를 세부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명성, 선택권, 그리고 통제권
“궁극적으로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성, 선택권, 그리고 통제권이다.”
올해 1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정보 활용 방식을 투명하게 밝혀야 하고, 이용자들이 보다 쉽고 명확하게 자신의 정보를 관리 및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그가 투명성, 선택권, 그리고 통제권을 언급한 이유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를 비롯해 페이스북에서는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랐다. 결은 다르지만 그간 페이스북은 뉴스피드 알고리즘과 관련해 크고 작은 구설에도 시달려왔다.
대표적인 예로 △이용자가 무엇을 볼지 페이스북이 결정한다 △이용자 데이터를 판매한다 △허위뉴스로 이익을 본다 △정해진 숫자의 친구 글만 뉴스피드에 보인다 등이 있다.
페이스북은 모두 오해라고 말해왔다. 물론 사용자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이 게시물이 표시되는 이유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작동원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능은 단순하다. 이미 광고에 적용되던 기능이기도 하다. 세두라만 매니저는 광고 외 일반 게시물에 적용되는 뉴스피드 순서의 작동 원리를 전체 이용자에게 직접 공개하는 것은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서는 처음 이루어지는 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두라만 매니저는 “기능 도입에 앞서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통제 기능 없는 뉴스피드 알고리즘은 충분한 투명성을 갖출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라며 “신기능의 도입으로 20억명 이상의 사용자는 뉴스피드의 경험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 같은 거대기업이 제품에 투명성을 심고 여기에 접근까지 할 수 있도록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왜 지금에야 적용한 걸까. 기자의 질문에 박상현 페이스북 홍부부장은 “뉴스피드가 가까운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심으로 하게 됐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서 기업, 언론이 올린 콘텐츠보다 지인, 가족과의 소통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뉴스피드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상현 홍보부장은 “이전이었으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이익을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두라만 매니저 역시 “모든 정보를 알려줬을 때의 위험이 존재했다”라며 “로직을 알려주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이를 역이용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퍼뜨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뉴스피드 순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 순위를 매긴다. 이를 ‘뉴스피드 랭킹’이라 부른다. 사용자들은 그 알고리즘에 따라 순서대로 배치된 게시물을 확인하게 된다. 뉴스피드 랭킹에는 △인벤토리 △시그널 △예측 △관련성 점수 등 4가지 요소가 반영된다.
인벤토리는 사용자의 페이스북 친구, 그룹, 페이지 등이 올린 모든 포스트를 말한다. 매일 수천 개 게시물이 인벤토리에 쌓이지만, 사용자가 보는 게시물은 수백개 수준으로 제한된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보내는 시그널을 수집한다. 누가 올린 게시물인지, 게시물의 종류는 무엇인지, 인기 있는 게시물인지 등등. 예를 들어 내가 철수가 올린 게시물, 특히 사진에 댓글을 더 많이 남겼다면 페이스북은 철수가 올린 사진을 먼저 보여주려고 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뉴스피드에서 보이는 게시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한다. 또 각각의 게시물에 관련성 점수를 매겨 뉴스피드 순서에 반영한다. 세두라만 매니저는 “랭킹에는 원칙이 있다. 뉴스피드에서 어떤 게시물을 봤을 때 나쁜 경험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 경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용자는 게시물을 누르고 ‘이 게시물이 표시되는 이유’를 택하면 자신이 어떤 시그널을 보내 이 게시물이 뜨게 됐는지 그 맥락을 알 수 있다. 먼저 해당 게시물이 친구, 가입한 그룹 또는 팔로우하는 페이지에 게시된 것인지 여부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3일 전 OOO님의 동영상을 좋아함’처럼 사용자가 언제, 어떤 유형의 게시물에 반응을 했는지도 보여준다. 세밀하지는 않지만 관련된 콘텐츠를 더 또는 덜 볼 수 있도록 별도 설정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소통(좋아요, 댓글 등)’을 할수록 특정인의 게시물이 자주 보이게 된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소통이 편중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단적인 예로 누군가는 페이스북 활동을 쉬다가 오랜만에 글을 올릴 수도 있다. 또 누군가와 페이스북에서 교류를 한다고 해서 해당 인물들의 게시물만 계속 보게 된다면, 페이스북 활동은 금세 지루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대해 세두라만 매니저는 “뉴스피드 전체에서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연결되지 않은(언커넥티드)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수준 높은 콘텐츠는 추천도 해주고 친구, 그룹, 페이지 중에 볼 만한 콘텐츠를 제안해주기도 한다”라며 “교류를 많이 하는 인맥 외에도 확장된 정보를 같이 주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상현 홍보부장은 “그러한 의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균형있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이 표시되는 이유는’ 기능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시범적으로 적용됐다. 17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로 확대 출시된다. 세두라만 매니저는 “이번 기능은 이용자에게 더욱 풍부한 맥락과 통제권을 부여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투자와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피드백에 귀기울이며 기능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