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미의 매거진

마르쉐프렌즈의 농업, 멋진 플랫폼이 되다.

최연미

2019.06.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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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는가, 어떻게 먹는가, 누구와 먹는가? 이 세가지 질문은 ' 어떻게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말과도 같다. 결국 인간은 좋은 것을 잘 먹고, 행복하고 의미 있게 하루를 채워나가고 싶은 존재일 것이다. 죽음이라는 유한함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기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잘 살아낼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 없이 안고 살고 있다.

 

얼마전 TV에서 우연히 귀농하여 농사를 배우고 장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마르쉐프렌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마르쉐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지만 TV로 보니 더 반가웠다. 여러 명이 모여서 농사를 짓는 폼새가 아직은 서툴었지만 열정은 대단했다. 프랑스어로 마르쉐(marché)는 '장터','시장'이라는 뜻인데, 마르쉐 프렌즈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 모여 이루는 커뮤니티이다. 2012년 대학로 혜화동에서 열린 마켓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마르쉐@혜화, 마르쉐@명동, 마르쉐@발효등의 이름으로 장터가 열리는데, 그 지역 이름이나 의미에 따라 다양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곳, 시장

한 번 행사를 하면 800~1,000명이 다녀가는 마르쉐 장터의 특징으로는  그 안에 '다양한 고민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이 장터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사람'이다. 그리고 판매자, 직거래 소비자, 요리사, 공예가, 자원 봉사자들이 함께 모이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마르쉐의 농부팀은 유기농 공법에 대해 연구하며 키워낸 농작물에 대해 하나씩 설명한다. 토종 벼와 토종 콩, 팥,  옥수수, 고구마, 감자, 호박 등을 내놓기도 한다. 프랑스 품종인 칸탈로프 멜론을 팔기도 한다. 요리팀은 칸탈로프 멜론에 프로슈토 햄을 올려 와인과 함께 장터에 내 놓기도 한다. 처음에는 40여명의 텃밭을 일구는 작은 농부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장터가 지금은 전국에서 다양한 모던 파머들이 참가하는 연결의 장으로 성장하였다. 요리팀은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다양한 2차 식품 가공물과 요리들을 만들어 판매한다. 잼, 발표식품, 빵, 쿠키, 샌드위치 등의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만들어 참여한다. 그리고 수공예팀은 투박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예쁜 수공예품을 들고 장터에 함께 참가한다. 마르쉐에 참가하는 팀은 소정의 신청과 심사를 통해 자격이 주어진다. 소비자들이 모든 멤버들과 직거래를 틀 수 있도록 마르쉐 웹사이트에서 각각의 연락처와 간단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어쩌다 한 번 열리는 장터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참여의 기회를 열어 놓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국식 개방형  파머스 마켓 플랫폼을 구축했다.

 

 

 


 

 

나는 마르쉐의 여러 행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마르쉐, 서울시등이 참여한 시민 시장 관련 소규모 포럼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날의 주제는 시민이 만들어 가는 '시민 시장'에 대한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에 대한 고민이었다. 포럼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양한 제품과 형태의 판매자(Seller)들이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과 사업 모델로서의 '시민 시장'에 대한 사뭇 진지한 고민들이 오고 갔다. 관찰자 시점에서 그 포럼을 들으면서 나는 잘만 기획한다면 '농업', '시장', '수공예'가 앞으로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가 될 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슐랭 셰프와의 협업

 

마르쉐프렌즈는 마르쉐가 키워낸 제철의 채소를 주제로 '밍글스'의 강민구, '주옥'의 신창호, '오프레'의 이지원 이상 세명의 셰프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나는'쉐이크쉑' 국내 1주년 런칭을 기념하여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 특별 협업을 진행한적이 있었기에 마르쉐와 협업이 더 없이 반가웠다. 특히 한식을 주제로 한 청담동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Mingles의 강민구 오너셰프는  국내 사찰 음식과 한국의 '장'을 깊이 연구하면서,  로컬 농가들과 교류를 이어가며, 한국의 제철 채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각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농사와 요리를 연결한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있다.

귀농 10년차 '프로 농부' 정광하, 오남도 부부는 논산에서 직접 키워낸 제철 채소를 이용해 요리를 하는 '꽃비원홈앤키친'운영하고 있다. 마르쉐프렌즈로 오래 활동하며 마르쉐에서 만난 요리사들과 협업, 자연 친화적인 식당을 열었다. 낡은 벽면에 하늘색 페인트로 칠한 '꽃비원홈앤키친' 외벽에 새겨진 'No farm, No Food'(농장이 없으면, 음식도 없다)라는 슬로건은 우리의 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혹시 마크로바이오틱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매크로바이오틱 또는 마크로바이오틱은 가급적이면 채소나 과일의 뿌리와 껍질을 요리에 그대로 사용하여 먹는 것을 말한다. 최근들어 매크로바이오틱을 실천하는 식당도 생겨나고 있다.

 

 

  
꽃비원키친앳홈

 

 

자급 자족 공동체 커뮤니티

마르쉐에는 별도 운영팀이 있다고 한다. 농사를 함께 배우고 수확하는 것, 시장을 열고 운영하는 것 외에도 함께 책을 내거나, 셰프, 기관단체, 브랜드와 협업을 기획 하기도 한다. 수익을 나누기도  하고 집을 짓는데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세계 여러 도시의 모던 파머들끼리 만나는 다양한 글로벌 포럼, 모임, 교류 행사에도 참여한다. 이제는 하나의 직업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적인 문화와 지역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마르쉐는 인스타그램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젊은 층과의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에도 뛰어나다. 이미 마르쉐라는 브랜드를 잘 만들어 내었고,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외부 소통이야말로  대안적인 삶에 대한 공감을 키워가고 그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킬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70대 중반인 나의 친정 아버지는 현재도 활발한 현역 농부로 활동하고 계신다. 아버지가 보내오는 사시사철 농작물은 매번 격한 감탄을 자아낼 만큼 하나 같이 싱싱하고, 실하고,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사실 내가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의 농부로서의 직업 정신에 감탄하고 찬사를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 나에게 비춰진 아버지의 농업은 취미가 아닌 생업으로서의 피나는 현장이었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끊임없는 노동의 집약체였다. 어쩌다 태풍이 심하게 지나가면 아무런 잘못 없이 비닐하우스 시설물이나 한해 가꾼 밭을 통으로 날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다시 꿋꿋하게 농사를 이어갔다. 부모님은 늘 키워내는 농작물을 후하게 친척들이며, 옆집 이웃,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곤 하였다. 양이 많을 때는 친척들이 와서 실어가지만, 손으로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양은 어린 나에게 심부름으로 쥐어 주곤 했다.  어렸을 때는 그점이 참 싫었다. 철이 들고 나서야 그것이 내게도 얼마나 큰 자산인지 알게 되었다. 남에게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맛있는 농작물을 함께 한다는 것. 가장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눈다는 것.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그런 부모님의 마음의 씨앗을 조금은 물려 받았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늘 이유없이 작은것이라도 나눌때 느끼는 행복함이 있다.  

 

TV에서 본 마르쉐프렌즈의 아직 서툴은 농사 실력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내 아버지가 농사를 시작했을 때에도 그맘때쯤의 나이가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하지만, 은퇴가 없는 농업, 요리, 수공업 아트이기에 이들이 앞으로 구축 해 나갈 대안적 농법, 자급 자족 생태계, 수공예 산업들이 기대된다.

 

 

    
마르쉐 시장의 다양한 포스터 

 

 

몇 해전에 뉴욕 출장에서 유니언 스퀘어 공원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을 본 적 이 있다. 유기농 채소들도 있었고, 치즈, 잼, 햄과 같은 여러 2차 가공품, 꽃 화분, 과일 등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점심 시간에 잠깐 나가 간단하게 파머스 마켓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이 유니온스퀘어 바로 옆에는 세포라와 같은 대형 화장품 매장, 스위트그린이라는 핫한 샐러드점, 뉴욕의 어느 패션 모델 에이전시, 쉐이크쉑 본사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매장과 회사가 있었다. 나중에는 주말 장터가 아닌 주중 도심 장터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기획해 보면 더 활기를 띌 수 있을것이다.

 

   

 

마르쉐 프렌즈는 해외 선진국형 농업을 둘러보고 교류하면서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라는 귀여운 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농업과 문화가 펼쳐지고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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