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속 디자인이 제품 성공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제한된 환경에서 프로덕트 핵심 기능과 브랜딩을 잘 녹여내야 한다.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설치하기 위한 첫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 공간에서 별점과 리뷰 같은 프로덕트의 사회적 지표와 만나며 다양한 선입견을 형성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인스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까지는 다양한 시각/문자적 차원의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관적인 카피라잇과 매력적인 기능 설명, 이 모두를 포괄하는 시각화 전략이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제약은 디자이너에게 묘한 도전 욕구를 자극시킨다. 앱스토어 내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녹여낸 사례들을 살펴보며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하다.
HUJI CAM의 '레트로 전략'
후지캠의 카피라잇은 "Just Like The Year 1998"이다. 세계적인 레트로 콘셉트 흥행과 잘 맞아떨어진 문구라고 생각된다. 개인 라이브러리 접근권한과 카메라 기능에 대한 몇 가지 승인을 거치면 필름 카메라와 닮은 인터페이스가 액정 위로 펼쳐진다.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면 피사체가 확대되고 비로소 촬영이 가능해진다. 필름 카메라의 사용자 경험을 디지털로 번역한 흥미로운 사례라고 생각된다. 촬영을 마치면 오늘 날짜와 함께 1998년이 하단에 함께 찍힌다. 빛바랜 필터가 더해져 과거 향수가 진하게 담긴 사진이 생성된다. 참고로 후지캠은 '후지 필름'사의 공식 앱이 아니다. MANHOLE사가 제공하는 독자적 앱이다.
스크린샷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썸네일은 후지가 연상되는 필름 카메라 형태를 띤다. 레트로 콘셉트답게 디자인 형식이 플랫 하기보다 스큐어모픽한 점도 인상적이다. 스크린샷에 사용된 녹색 컬러는 필름시대때 자주 보던 후지필름의 정체성을 연상시킨다. 생각해보면 코닥은 노란색이다. 이 당시 필름 비즈니스는 컬러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던 것 같다. 두 번째 스크린샷부터는 별 다른 설명 없이 앱을 통해 촬영된 사진들이 쭉 나열된다. 빛바랜 느낌과 아날로그한 날짜 정보, 저채도의 서늘한 색온도로 촬영된 사진들이 후지필름의 시각적 지향성을 잘 보여준다. 앱스토어 속 후지캠의 모든 시각/문자적 요소들이 '레트로'라는 키워드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레트로 컨셉은 필름 사진의 애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거부하기 힘든 설득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Over의 '권위 끌고 오기'
오버는 비전문가의 쉬운 브랜드 구축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필요한 아름다운 디자인 템플릿을 제공하는 앱이다. 사용자는 오버를 통해 간단히 전문가적 시각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간단한 핸드폰 조작 몇 번만으로 말이다.
오버 스크린샷 특징은 애플에서 수상한 "BEST OF 2019"를 썸네일 첫 번째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2019년 가장 트렌디한 앱이라고 애플이 말하는데 이보다 더 강한 권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일상에서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권위 있는 누군가가 특정인을 평가한 것은 대부분 신뢰한다. 오버는 '권위 끌어들이기'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그 외 문자/시각적 체계는 오버의 기능 설명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다.
제목에 쓰인 Over: Design/Flyer/Story Maker와 Wallpaper, ad & card creator는 오버의 정체성을 말한다. 두 번째 스크린샷 부터는 프로덕트 내 상세 페이지를 미리 감상할 수 있다.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프로덕트기 때문에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기능 설명에도 스타일리시한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했다. 오버 앱스토어 내 모든 시각/문자적 요소들은 '트렌디함'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덕트는 트렌디함이 정체성 그 자체일수도 있다.
Tinder와 ‘섹슈얼리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팅 앱인 '틴더'의 앱스토어 전략은 다름 아닌 '섹슈얼리티'다. 톡톡 튀는 여성이 바에 앉아 잔을 들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화면에는 'Match, Chat, Date'라는 틴더의 주요 키워드 세 개가 타이포그래피 되어있다. 그중에서도 'Match'의 시각적 위계가 가장 높다.
금발 여성 신체 위로 앱 상징 요소중 하나인 'LIKE'가 찍혀있다. 두 번째 스크린샷에는 금발 여성이 매력적인 흑인 남성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스크린샷에는 매칭된 금발 여성이 남성의 대화 목록에 저장된 모습이 연출된다. 다음 스크린샷부터는 새로운 매칭 가능성이 있는 여성 사진으로 마무리되고 금발 여성의 존재는 사라진다. 스크린샷 노출 수위가 높지 않음에도 섹슈얼리티 한 느낌이 나는 이유는, 페이지 연결이 철저하게 남성적 시선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금발 여성은 톡톡 튀고 개성 넘친다. 하지만 광고에서 볼 수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미인은 아니다. 특정 국가가 느껴지는 외모도 아니다. 이러한 여성 이미지는 틴더의 상위 키워드인 'Match'와 연관 지어 보면 추측이 가능해진다. 틴더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남/녀는 무의식적으로 낯선 이성과의 '섹스'를 염두에 둔다. 남/녀 대부분 지키고 싶은 일상이 존재할 것이며, 틴더는 비일상으로 남길 바란다. 틴더를 연구한 통계를 보면 높은 확률로 사용자가 와이프나 애인을 사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일상'과 '새로운 만남'이라는 원초적 욕망을 시각화할 때, 스크린샷 속 금발 여성은 복잡한 레이어들로 구축된 이미지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UBER와 '라이프 스타일 제안'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를 제안하는 우버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스타트업 중 하나일 것이다. 각국의 택시 관련 법령과 정면으로 충돌해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3월 6일 부로 우버X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럼에도 2019년 5월 10일 뉴욕증시 거래소에서 우버는 상장했고, IOP전 우버의 기업가치는 135조 였다.
우버 스크린샷은 온통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으로 가득하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스크린샷은(웹 앱스토어 기준) 'Forget About Driving. Request a ride.'라는 카피와 함께 친구로 추정되는 남녀 사진이 함께 연출된다.(모바일 스크린샷 첫 번째는 프로덕트 전체 기능을 알 수 있는 튜토리얼 영상이다.) 다음 썸네일은 호출자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알 수 있는 우버의 실제 인터페이스가 연출된다. 세 번째는 호출자가 막 차를 탑승하기 직전의 인사 모습이다. "Pay with your phone. not your wallet."이라는 카피가 함께 연출된다. 마지막 스크린샷은 드라이버 별점과 관련된 인터페이스로 마무리된다.
지갑도 필요 없고, 운전할 필요도 없는 '라이프 스타일 제안'은 우버가 세상에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LINE의 '캐릭터와 다인종을 활용한 무국적성'
메신저 라인에서 발생하는 매출 대부분은 일본에서 발생한다. 일본 내 가장 점유율이 높은 메신저도 라인이다. 2019년 기준 라인을 이용하는 일본인 사용자 수가 8천만 명이며(일본의 전체 인구는 1억 2천만 명),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라인 이용자 수는 1억 6500만 명이다. 대만과 여러 동남아 국가에서도 라인을 많이 이용한다. 2019년 기준 카카오톡의 한국 내 월간 사용자 수가 4400만 명,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용자 수가 5000만 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라인의 세계적 위상을 알 수 있다.
라인의 스크린샷은 특정 국가가 연상되지 않게끔 연출되었다. 세 번째 스크린샷에 다양한 인종을 활용한 점은 다분히 글로벌 유저를 의식한 결과라 추측할 수 있다. 더불어 라인 프렌즈 캐릭터들이 스크린샷 전반에 활용되는데, 이는 채팅에서 자주 보았던 캐릭터를 활용해 유저와 스크린샷 간 심리적 친밀도를 높여준다. 캐릭터들이 가진 무국적성 역시 라인의 글로벌한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준다. 만약 서구화된 캐릭터나 인물을 활용해 스크린샷을 디자인했다면, 일본과 동남아 유저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높았을 확률이 크다. 라인 스크린샷 6장은 '무국적성'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영리하게 조율된 글로벌 비즈니스의 산물인 셈이다.
'더 나은 앱스토어 스크린샷을 만들기 위한 방안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