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광고를 얼마나 기억할까요?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스티븐 그레이서, 레이먼드 바우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내용까지 기억하는 광고는 10개 정도입니다. 우리가 하루 평균 6,000개 이상의 광고에 노출되는 것을 감안하면, 0.17% 정도만 효과를 보는 거죠. 몇 천만 원~수억 원을 들여 광고를 하는 기업들에게 이 부분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소비자가 전혀 인지를 못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의 성공사례를 찾고 분석해야 합니다. 오늘의 주제도 그러한 분석의 결과물이니까요.
2030 세대의 핫플레이스, 성수동에 또 다른 '가볼만한 곳'이 생겼습니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유명한 시몬스의 팝업스토어,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입니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한 번에 4명씩 입장 가능합니다. 5~10분 정도 보고 나면 나오게 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20분 이상을 기다릴 정도죠.
출처 : 네이버 검색광고 시스템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 태그는 4,454건 사용되었습니다.(6/6일 기준) 4/1일부터 운영된 점을 고려하면 1일 평균 약 67명이 해시태그를 사용했네요? 온라인에서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는 주 연령대는 2030이 메인이며, 남성보다는 여성 비중이 2배 이상 높습니다. 이는 시몬스 브랜드 전략 총괄 김성준 상무가 말했던 것처럼 핵심 타겟에게 마케팅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증거인데요. 시몬스의 통합 IMC 전략은 어떻게 2030 세대를 끌여들였을까요?
1. 성수동에 맞는 소셜라이징 전략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에는 침대가 없습니다. 오히려 점프 슈트, 케이블 타이, 안전헬멧, 스패너 같이 공장에서나 쓸 만한 아이템과 연필, 지우개 등의 라이프스타일 굿즈들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쌀도 팔죠. (그리고 그 쌀을 2통이나 산 1인이 접니다..) 이는 성수동 팝업스토어가 소셜라이징 컨셉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인데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은 쉽게 말해 주변 지역의 특색에 맞게 문화 요소를 살리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뜻합니다. 제주의 플레이스 캠프 제주, 일본의 트렁크(Trunk) 호텔이 대표 사례이죠.
성수동은 구로와 함께 서울의 대표 공장지대였습니다. 1960년대 준공업단지로 조성되고 인쇄소, 구두공장 같은 경공업 시설들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중공업 위주의 경제 성장에 따라 경공업이 쇠퇴하면서, 버려진 창고와 폐 공장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성수동은 서울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시범 지역이 되었습니다. 새롭게 유입된 사회적 기업, 문화예술인들은 지역공동체를 형성해서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성동 디자인 위크' 같은 도시재생 축제들 말이죠. 그 결과 비어있던 창고와 공장들이, 지금처럼 생동감이 느껴지는 문화시설로 변화할 수 있던 거죠.
일반적으로 브랜드 팝업스토어는 전달하고자 하는 제품 컨셉(내적요소)에 맞게 설계합니다. 그러나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는 시작 시점부터 외적인 요소까지 고려되었는데요. 이는 시몬스가 이전부터 소셜라이징을 계속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시몬스는 2018년 9월 7일 경기도 이천시 사실로에 시몬스 테라스를 오픈했습니다. 3년여간에 거쳐 완성된 이 곳은 인근의 시몬스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만든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헤리티지 앨리, 테라스, 매트리스 랩, 호텔, 카페 시설 등으로 구성된 시몬스 테라스, 이 곳에는 방문자들이 수면을 주제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들이 가득합니다. 쌀이 유명한 이천의 지역 특색을 고려하여, 내부의 카페에서는 쌀을 활용한 디저트 메뉴도 매번 선보이고 있습니다. 즉,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는 시몬스가 몇 년 전부터 활용한 소셜라이징 전략의 2번째 결과인 셈이죠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 성수동
2. 인스타그래머블에 충실한 팝업스토어 디자인
인스타그래머블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을 뜻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입니다. 2030 세대에게는 내가 간 곳, 먹은 것을 인스타그램(SNS)에 자랑하는 트렌드가 대세, 그래서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도 인스타그래머블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정보도 인스타그램에서 찾습니다. 해시태그로 검색해서 찾아가고, 방문하고 체험한 흔적을 사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감성적인 요소가 가득한 콘텐츠로 나를 표현하는 인스타그래머블에 탑승하려면 몇 가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사진 찍고 싶은/ 레트로풍 인테리어, 분위기 / 포토존 같은 것들 말이죠.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는 위의 조건들을 충족합니다. 흰색 바탕에 강렬한 빨간색 페인트로 써진 간판은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보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도 들어요. 맞아요. 1920년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간판 스타일입니다. 고스트 사인(Ghost Signs)이라고 불리는데, 벽돌이나 콘크리트 벽면에 그대로 페인트를 칠하는 기법입니다. 새로움+낡음, 과거+미래 등 상반되는 개념을 믹스한 뉴트로 방식의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죠.(꿈보다 해몽이라더니..)
2020 시몬스 광고
3. 제품 직접 홍보 X, 브랜드의 본질
시몬스는 몇 년 전부터 제품 성능/이미지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최근 TV광고에서는 침대를 제외시켰습니다. 핵심 메시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를 제품 없이 표현합니다. 이는 시몬스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KEY 메시지 형태를 impression(인상)에서 perception(인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인데요.
침대는 자주 구매하지 않는 고가의 고관여 제품입니다. 구매 전 체험을 해야 하는 오프라인에서의 접점 포인트가 반드시 필요하죠. 게다가 시몬스가 집중하는 프리미엄 침대(퀸 사이즈 이상)의 첫 구매 고객을 페르소나로 정의했을 때, 2040세대의 결혼 혼수인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지금 연인이 있어도 언제 할지 모르는 게 결혼입니다. 그래서! 오래 보기로 한 거죠. 당장 침대를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시몬스만 기억해달라!라는 목적의 가벼운 톤 앤 매너인 셈입니다. 물론, 단기적인 팝업스토어 운영이 침대 판매에 얼마나 효과를 주는지 정량적으로 나타내기도 쉽지 않구요
오래 보자는 시몬스의 재무제표는 이미 개선 중입니다. 2019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광고 선전비는 59억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습니다. 2020년 1분기 매출은 600억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 매출이 2,038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로는 20% 이상의 성장률이 기대될 정도입니다. 올해 마감 이후의 영업이익이 어떨지는 정말로 기대됩니다. 참고로 성수동의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는 6/28일까지 운영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에서 다른 소셜라이징 컨셉으로 열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