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렵다. 일 센스란 경험치가 8할인데, 이제 막 시작한 주니어가 어떻게 똑부러지는 센스를 탑재한단 말인가.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더 예뻐보일 때가 주니어다. 어랏? 진짜 일 잘하네~? 란 생각 들게끔 하는 센스 몇 가지 읊어본다.
1+1 센스
1개를 던져주면 1개 더 얹는 공법이다. 아래와 같은 상황인데,
"이주임, 목요일까지 이번 신제품 홍보할 수 있는 채널 리스트업 해주세요"
핵심은, 페이스북, 인스타, 틱톡... 이런 채널을 들이밀면 되지만 저 말 한마디엔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1의 대답이라고 하면, "요즘 보니까 틱톡이랑 유튜브는 무조건 하더라고요, 너고왕이랑 각블, 이런 거 핫하니까 제가 비용 함 알아볼까요?" 형태가 되겠다. 그러나 +1에 해당하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1. 우리 제품 핵심 타깃, 타깃들이 노는 채널, 채널별 특징
2. 경쟁사 분석, 어떤 채널 사용하고, 컨셉이 무엇인지 분석
3. 채널별 비용, 비용 대비 효과좋은 채널 순위 쫙-
요 정도가 적당하겠다. 이미 내 사수는 편성된 예산 안에 대략 가능한 채널들, 경쟁사 현황, 그리고 요즘 핫한게 무언지 알고 있다. 우리에게 원하는 건 사수가 어렴풋이 아는 것들을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내 시각이 아닌 주니어만의 상큼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걸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일머리 센스란, 짜여진 구도 안에서 리포트 작성하는 방법이다. 그냥 신박한 아이디어라면 말로 툭 던져도 되지만, 우리제품의 컨셉이나 핵심요인을 얼마나 잘 알고 있으며, 비용이라든지 도출할 수 있는 효과 등, 데이터 기반으로 내 의견을 끄집어냈느냐에 있다.
만약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면,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러프하게 정리한 후 미리 물어본다. 이 정도로 요약하려고 하는데 혹시 더 추가할 사항이 있을까요? 라고. 그럼 혹시 모를 삽질을 줄일 수 있고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습관이 생긴다.
예의있는 프로세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데드라인이다. 목요일까지 요청했는데 이것이 목요일 퇴근시간까지인지, 출근하자마자 바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모르는 건 물어보자. 주니어만의 특권은 '물어보는 것이 정답'이라는 데 있다. 우선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얼마나 소요되는지 가늠해 본다. 해야 할 업무의 우선순위를 체크하고 약간의 야근을 한다 쳐도 기한 내 맞출 수 있다면, '목요일 점심시간 전까지 가능할 것 같다'고 미리 말해 놓는다. 그런데 주니어 인생에 딱딱 들어맞는 것은 없으니, 중간에 일 치고 들어오면 지연될 수도 있다. 그럼 하루 전날 미리 양해를 구하자. 데드라인이 되도 무소식... '그 보고서 아직 안됐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제야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일이 갑자기 몰려서 야근을 했는데도 아직 다 못했... 블라블라'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신뢰도 마이너스다. '그럼 미리 말했어야지!' 라는 한숨소리 듣기 싫으면 말이다.
아무튼 여차여차해서 보고서를 완성했다. '증거'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거의 모든 문서는 파일로 남기도록 한다. 우선 이메일로 보내 놓은 후, 바로 볼 수 있게 출력 후 전달하는 것도 센스 중 하나다. 물론 기업에 따라 문서출력 금지 등이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다.
중요한 건, 오더를 받았을 때 역지사지에 돌입하는 것이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이런 데이터가 필요하겠지?라는 것. 사수의 행간을 읽는 것이 일 센스를 업그레이드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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