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부터 창업하기까지, 내 앱이 모두 삭제되었던 경험
저는 어떻게 사업을 하게 되었는지 경험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연세대 출신이 대기업이 아니라 스타트업만 지원한 이유
대학교 입학할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서 그러려면 대기업보다는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대표님 바로 옆에 붙어 가지고 일을 배워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큰 회사에서 배우는 프로세스는 내가 만들려고 하는 스타트업에 적합하지 않기도 하고 비즈니스를 배우기에는 작은 회사가 훨씬 좋지요. 첫 번째 회사 첫 출근일이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는데 그 때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없었고 20명 규모의 인터넷 벤처 회사였었죠.
큰 회사에서는 굉장히 큰 비즈니스의 굉장히 작은 단위의 일만, 그것도 바로 일을 배우는 게 아니라 잡일부터 시작해 가지고 몇 년 차가 돼야 실무적인 일을 건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당시에 같이 일했던 대표님들을 다 존경하거든요. 그때 저는 그렇게 의사 결정하지 못했을 법한 것들을 그 대표님들은 저렇게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사업을 잘하고 계시는구나라고 저의 부족한 면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창업을 하기로 결정한 시점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나라면 이렇게 결정하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었어요. 회사를 한 8년 정도 다녔고 마지막에는 대표님 바로 옆에 일하는 직급으로 1년 넘게 일을 하다 보니까 나라면 이걸 이렇게 하겠다라는 생각들이 강해졌습니다. 투자에 대해서 라던지 아니면 채용이라던지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던지 다른 팀과의 협업 관계나 그런 것에 대해서 나라면 다르게 의사결정을 하겠다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던 거죠.
이전에는 내가 그것의 일부분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 내에서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다고 하면 경험과 책임이 쌓이면서 점차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당시 대표님들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불만은 아니어도 나라면 이렇게 의사 결정하겠다 그런 생각이 점점 커져서 내가 이런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해지는 거죠. 그 타이밍에 사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퇴사하고 나서 창업한 스타트업 아이템
창업지원금을 받고 개인 사업자를 내서 팀원들 2명을 채용하고 제가 만들어 보고 싶었던 스타트업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출시도 했고 아이폰 앱스토어에 피처드도 됐고. 몇 만 다운로드까지는 했습니다. 근데 그걸로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제 나름으로 열심히 영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게 쇼핑몰 대표님들한테 영업을 해야 되는 서비스 였거든요. 월 얼마씩 내고 입점하라고 권유하고 5군데 정도의 쇼핑몰 대표님들이 월 10만 원씩 입점비 결제를 해주셔서 월매출이 50만 원 정도였는데, 3천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 기간 동안에 월매출이 50만 원이었으니 참담했죠.
그리고 상금 500만 원을 받았었거든요. 이 앱을 잘 개발했다 공모전에 지원을 해가지고 금상을 타서 500만 원 받고.. 그게 그 기간동안 만들어냈던 매출의 전부였죠. 그 후에 안드로이드 앱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어요. 20~30개 정도를 만들었습니다. 보상형 광고, 스마트폰 화면 꾸미기 아이템 등 돈이 될 법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서 올렸고 실제로 몇 개는 돈이 됐어요.
스타트업 전문 개발사를 차리게 된 과정
앱 스토어에 올린 수십 개의 앱들이 구글 정책을 위반해서 한 번에 삭제된 적이 있어요. 앱 중에는 월 200~300만 원 정도 버는 앱이 몇 개 있어서 직장인 월급만큼은 벌 수 있겠다 기대하게 된 타이밍이었죠.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희망을 주던 앱들이 다 내려 간 거잖아요. 그 때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게 스타트업 전문 개발사 였어요.
당시에 사업을 하면서 빚이 생겼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돈을 그래도 조금 조금씩 벌면서 했지 대출을 받거나 하지 않았었고 돈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 없이 직접 개발을 했었으니까, 그리고 정부지원사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었죠. 다만 제 수입이 없었던 게 걱정이었고요.
앱 스토어에서 제가 개발하고 희망을 걸었던 앱들이 다 삭제되었을 때 기분은, 소름 돋는다고 해야 되나? 황망하기도 하고 감정이 당연히 좋진 않았죠. 만들어왔던 모든 게 갑자기 그냥 구글 정책을 실수에 의해 한 두 번 위반했다고 완전히 비즈니스가 막힐 수도 있구나 싶었죠.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완전히 다른 방법을 찾고 결단을 내려서, 지금의 비즈니스를 찾아서 여기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요. 결단을 내리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그 전에는 제가 개발자로서 혼자 일을 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활로를 찾으려고 했었던 거였어요. 앱스토어에 올리는 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고 누군가의 요청을 들을 필요도 없고 협상을 할 필요도 없고 혼자 개발해서 앱 스토어에 올려서 사용자들이 지불하거나 광고를 봐서 생기는 수익으로 하루에 몇 십만 원씩 정도 벌 수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딱 막히고 나서는 다른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서 개발을 하는 사업 비중을 늘려서 아예 스타트업 개발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2015년에 구글의 정책에 그렇게 싹 앱들을 정리하고 2016년에 외주 개발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거죠. 감정은 그 과정에서 굉장히 빨리 털고 일어났어요. 좌절에 빠질 틈도 없이, 당장 생활비를 벌고 생존을 해야 하니까 활로를 찾아 넥스트 스텝으로 넘어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