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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 나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이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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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즐기면서

도전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룩셈부르크 탁구 대표 선수, 니시아리안

최고의 인터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국가 대표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는 17세입니다. 두 명이 있죠. 제덕쿵야라고 불리는 양궁의 김제덕 선수, 삐약이라고 불렸던 탁구의 신유빈 선수입니다. 어린 나이지만 탁월한 실력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습니다. 이 중 신유빈 선수는 여자 탁구 단식 2R에서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와 맞붙었습니다. 결과는 세트 스코어 4:3으로 신유빈 선수가 승리했죠. 이 경기가 눈길을 끈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두 선수의 나이차 때문입니다. 무려 41살 차이가 납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58세 나이로 올림픽에 출전했죠. 환갑을 코앞에 두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에 룩셈부르크를 대표하는 선수로 나왔습니다. 두 선수의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특히 니시아리안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자기관리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은 니시아리안 선수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기자 : 훌륭한 경기의 도전이었습니다. 오늘 경기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니시아리안 : 우선 신유빈 선수의 선전을 축하합니다. 다시 만나니 정신력이 강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신유빈 선수는 좋은 기량을 가진 신인으로 

미래가 기대됩니다. 제 개인적으로 2세트에 큰 위기를 맞았는데 1세트를 쉽게 풀어내서 방심했던 거 같고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신유빈 선수의 

실력도 좋았고 저도 최선을 다한 경기였습니다. 

기자 : IOC에서 한 인터뷰를 봤는데요.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고 하셨죠?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한 번만 더 해주실 수 있을까요?

니시아리안 :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즐기면서 도전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짧은 인터뷰였지만 58세 나이에도 올림픽에 출전하고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지금부터 인터뷰를 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볼게요.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와 관찰력  

"우선 신유빈 선수의 선전을 축하합니다. 다시 만나니 정신력이 강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신유빈 선수는 좋은 기량을 가진 신인으로 미래가 기대됩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높여줍니다. 인터뷰의 시작이 신유빈 선수의 승리와 역량을 인정하는 말입니다. 경기에서 지고 나면 감정적으로 힘들고 분해서 상대를 축하 해주기 쉽지 않습니다. 패인을 분석하고 아쉬운 점을 얘기하게 되죠. 하지만 니시아리안 선수는 신유빈 선수를 먼저 인정하고 높여줍니다. 경기에서 졌지만 상대방의 승리를 축하해 주고 역량을 인정해 주는 겁니다. 태권도 국가 대표 이대훈 선수도 아쉽게 경기에서 졌지만 바로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 줍니다. 상대를 인정해 주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먼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까지 가지 못합니다. 다음으로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 탑 랭킹의 선수일 수 있지만 모든 게임에서 늘 이길 수 없습니다. '내가 최고인데, 나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는데'라고 생각하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즉 겸손해야 합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라떼는 말이야' 정신을 버려야 하는 거죠. 최선을 다하고 겸손할 줄 아는 사람만이 상대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인정할 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신유빈 선수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명확하게 얘기해 줍니다. '다시 만나니 정신력이 강해졌다고'라고 말하죠. 니시아리안 선수는 경기 중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어? 지난번에는 이런 상황에서 쉽게 무너지고 흔들렸는데, 그렇지 않네. 지난번보다 정신력이 더 강해져서 돌아왔구나. 그렇다면 나도 조금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해야겠다' 신유빈 선수의 좋아진 점을 재빨리 발견하고 대응을 한 겁니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위해서는 관찰력이 좋아야 합니다. 그냥 '본다'라는 행위로는 '좋아졌다. 훌륭하다'라고 입에 발린 말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관찰'하게 되면 뭐가 좋아졌고, 어떤 점이 개선됐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관찰력이 뛰어나면 상대방의 약점,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공격과 수비 전략을 수정하며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됩니다. 58세 나이에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와 관찰력 때문입니다.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 능력

사람은 자신에 관대하고 남에게는 냉정합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자신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며 합리화하죠. 계속 이렇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신유빈 선수의 승리와 역량을 인정한 뒤 패배의 요인을 짧게 분석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2세트에 큰 위기를 맞았는데 1세트를 쉽게 풀어내서 방심했던 거 같고요" 1세트에서 11:2로 신유빈 선수를 압도했죠. 무려 9점의 점수 차로 이긴 겁니다. 말 그대로 쉽게 풀어낸 1세트였죠. 하지만 2세트에서 19:17까지 가는 접전을 하며 세트를 내주게 됩니다. 여기서 니시아리안 선수는 신유빈 선수의 정신력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 게 아닐까요? 1세트를 쉽게 내줬지만 2세트는 듀스를 반복하며 결국에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다시 돌아와서 니시아리안 선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봤습니다. 패배의 요인이 자신의 방심 때문이라고 말하죠. '남 탓'을 하지 않습니다. 남 탓을 하면 쉽습니다. 경기의 패배한 이유도 심판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고, 상대방의 실력이 정말 뛰어나서라고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발전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어야 부족한 점을 찾고 개선하여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기 객관화는 메타인지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 :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자기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시험을 잘 쳤는지’, ‘어릴 때의 이 기억이 정확한지’, ‘이 언어를 배우기가 내게 어려울지’ 등의 질문에 답할 때에도 사용되며, 자신의 정신 상태, 곧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정상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도 사용하죠. 

메타인지 능력이 높을수록 자신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는 냉정하고 자기에게는 관대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되죠. 물론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수나 잘못을 하고도 자신에게 관대하면 고칠 수 없습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패배의 요인이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방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방심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가 있을까요? 신유빈 선수를 얕잡아 봤을 수 있습니다. 1세트가 끝나고 쉽게 이기겠다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있었겠죠. 이로 인해 빈틈이 생겼고 정신력이 성장한 신유빈 선수는 2세트를 이기게 된 겁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빠르고 명확하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봅니다. '패배는 '나' 때문이다. 내가 방심했기 때문이다. 1세트 끝나고 긴장의 끈을 놓고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자기 비하가 아닙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능력입니다. 메타인지가 높을수록 성장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58세 나이에도 다섯 번째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어느 연설 중에 '자신을 그만 갉아먹고 제발 그냥 좀 해!'라고 말합니다. 나이키 슬로건을 쓰죠. Just Do It이라고 말하죠. 바로 이 연설과 니시아리안 선수의 마지막 인터뷰 말이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즐기면서 도전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자신을 갉아먹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태도입니다.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 될 거야, 나는 뭘 해도 잘 안되더라고' 말하며 결론짓는 것이죠. 이럴 때 니시아리안 선수가 말한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지금 무언가를 하기에 가장 젊다는 것입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기 어렵습니다. 내일 무언가를 꼭 할 수 있을까요? 그걸 보장할 수 있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해야 하며 지금이 '가장 젊을 때'여서 활기차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게 있습니다. 즐기면서 도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도전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걸 좋아하고 변화가 일어나는 걸 싫어합니다. 이사로 예를 들어볼게요. 지금 제가 사는 집은 이전에 살던 집과 비교도 안 되게 쾌적한 곳입니다. 근데 이사를 오기 전까지 '이사를 가면 출퇴근이 멀어져서 힘들어질 텐데, 대출도 받고 여러 서류 작업을 해야 하는데, 지금도 나쁘지는 않은데' 등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만약 이때 이 고민으로 인해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쾌적함은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이사라는 큰 변화 앞에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려고 했던 겁니다. 도전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그래서 도전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도전했다면 치열하게 준비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치열하게 훈련하는 시간을 즐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시간을 즐기라는 말이 아니라 도전 자체를 즐기라는 겁니다. 도전을 해서 성장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겁니다. 도전을 하면 여러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경험은 유용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자동적으로 나와주지는 않아요. 컴퓨터와 비슷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아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려면 도전을 해야 합니다. 기존의 경험으로만 충분하지 않은 거죠. 58세 나이에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도전 자체를 즐기는 긍정적인 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모습

지금까지 니시아리안 선수 인터뷰를 살펴보며 58세 나이에도 올림픽에 출전한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와 관찰력, 둘째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 능력, 셋째 긍정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상 세 가지입니다. 니시아리안 선수의 세 가지 모습을 우리의 삶과 일상에 대입할 수 있습니다. 니시아리안 선수는 올림픽에 다섯 번이나 출전했습니다. 무려 20년이죠. 올림픽에 다섯 번이나 출전한 사람의 능력을 보고 배운다면 우리의 삶과 일상은 더욱 좋아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탁구를 대하는 모습으로 오늘의 글을 정리하려 합니다.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제 약점을 알아요. 키가 작고 스핀도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좀 더 피지컬 한 탁구를 할 수도 없어요. 반면에 강점도 있습니다. 저는 탁구를 사랑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상대 선수들이 치기 쉽지 않은 높은 각도의 공을 보내는 기술도 있어요. 이들을 활용해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투지로 탁구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을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탁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믿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니시아리안 선수를 보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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