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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이 배우 마동석과 손을 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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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한 일은 남도 쉽게 할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해낸 일은

남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 크래프톤 대표이사 김창한

크래프톤이 배우 마동석과 손잡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김딴짓의 글 요약

1. 일단 살아남아야 합니다. 살아남아야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2. 지식 재산권(IP)는 정말 중요한 자산입니다. 20년 기준 S&P 500 기업의 무형 자산 가치는 무려 21조 달러입니다.

3. 팬을 만들고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시키며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I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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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게임 회사가 있습니다.

2021년 8월 10일 주식 시장에 상장된 게임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배틀 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입니다.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을 읽으면 10년이란 시간 동안 ‘테라’라는 게임 외에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이 나오지 못했다면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은 아마도 매각을 하게 됐을 겁니다. 매각 결정 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도하자는 의사결정으로 개발사 4곳을 인수했고 이때 합류한 회사 중 하나가 배틀 그라운드를 탄생시켰습니다. 현재 크래프톤 대표 이사인 김창한 대표의 ‘지노게임즈’입니다. 

2017년 배틀 그라운드는 출시하자마자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스팀(디지털 관리 멀티플레이어 플랫폼으로서 1인칭 슈팅게임, 롤플레잉 게임, 레이싱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배급합니다)을 통해 전 세계 동시 출시 후, 스팀 역사상 300만 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100주 동안 PC방 게임을 점령했던 LoL을 한동안 밀어내기도 했으며, 2017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근데 크래프톤에서 최근 ‘미스터리 언노운’이라는 페이크 다큐를 시작으로 <펍지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마블이 마블 코믹스로 마블 유니버스를 구축한 것처럼요. 여기서 ‘크래프톤은 왜 펍지 유니버스를 만들려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배틀 그라운드 게임 외 또 다른 히트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유니버스를 만드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직접 자료를 찾아보며 저만의 답을 정리해 봤습니다. 

 

 

 

펍지 유니버스의 단편 영화 : 방관자들(왼), 그라운드 제로(오), 출처 : 펍지 유니버스

 


크래프톤이 살아남은 이유

앞서 크래프톤이 매각 직전까지 갔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망하기 직전이었죠. 하지만 배틀 그라운드를 출시했고 살아남아 상장까지 하게 됐습니다. 크래프톤이 살아남지 못했다면 펍지 유니버스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살아남아야 유니버스든 뭐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크래프톤 웨이> 책을 기준으로 살아남은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구성원과 신뢰를 쌓고 의견 충돌을 통해 개선을 합니다. 세 번째 신물이 날 정도로 비전을 얘기합니다. 하나씩 정리해 보죠. 

첫 번째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쉽게 한 일은 남도 쉽게 할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해낸 일은 남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김창한 대표가 한 말입니다. 쉽게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적당히 타협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SM 자동차 광고의 메인 카피는 ‘조금 더의 차이가 큰 차이다’였습니다. 조금 더의 차이를 만들려면 ‘이 정도면 됐어?’라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서도 안 됩니다. ‘내 능력은 여기까지야’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되죠. 대신 ‘여기서 더 나아질 수는 없을까?’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어’라고 말하며 자기 효능감을 키워야 합니다. 적당히 타협할수록 길은 오히려 복잡해집니다. 아는 게 적을수록  복잡하게 말하는 것처럼요. 쉬운 일을 선택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구성원과 신뢰를 쌓고 의견 충돌을 통해 개선을 합니다. “의견 충돌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논쟁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점을, 공공의 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과 팀은 신뢰 위에서 올라가요. 법 위에서 올라가지 않아요. 법이라는 건 신뢰가 지켜지지 않을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장병규 의장의 말입니다. <크래프톤 웨이>를 읽다 보면 수많은 의사소통 내용을 가감 없이 적었다는 점과 치열한 의사소통 과정을 보며 놀라게 됩니다. 피드백을 주고받으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기획안을 주고받거나, 베타 테스트 버전의 무언가를 전달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신뢰부터 쌓아야 합니다. 관계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의 말은 듣지 않습니다. 또는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의 말은 아무리 좋더라도 무시하게 됩니다. 피드백을 주고받으려면 신뢰를 쌓은 관계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후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통 의견 충돌, 갈등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언론인 월터 리프만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의견 충돌 또는 갈등은 나쁜 게 아닙니다. 우리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겁니다. 의견 충돌은 더 나은 결정을 위해 필요합니다. 크래프톤이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을 탄생 시킨 것도 신뢰 속에 만들어진 의견 충돌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신물이 날 정도로 비전을 얘기합니다. “신물 날 정도로 비전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비전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언젠가는 하루 내내 너무도 많이 이야기해서 나 자신조차 지겨웠던 적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비전을 완벽히 공유할 때까지는 끝없이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장병규 의장이 임재연 피플 팀장에게 메일 회신을 보내며 붙인 잭 웰치 전 GE 회장의 말입니다. 책을 보면 비전, 의사결정, 투자, 소통, 시장, 도전, 인재, 조직, 최초에 대한 장병규 의장의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다. '

장병규 의장이 가장 첫 번째로 정리한 내용이 바로 비전입니다. "조직은 한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곳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이해관계는 다르기에 조직을 하나 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의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은 왜 함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며 이런 요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조직 인원이 적을 때는 비전을 공유하기 비교적 쉽습니다. 이야기할 시간도 많고 생각을 공유하며 맞춰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원이 많을 때죠. 조직 구성원이 한 사람 늘어날수록 이해관계는 몇 배로 커집니다. 장병규 의장과 경영진들은 수도 없이 비전을 얘기합니다. 하나 된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목적지가 없다면 제각기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될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지는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됩니다. 복잡한 요소를 없애는 겁니다.  


살아남은 크래프톤이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이유

크래프톤이 살아남은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크래프톤이 왜 펍지 유니버스를 만들고 구축하려는 건지 정리하겠습니다. 마동석, 이경영, 이준희, 고수와 같은 배우를 섭외하면서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이유는 뭘까요? 게임 산업은 대표적으로 지식 재산권을(IP) 갖고 있는 산업입니다. IP가 중요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 재산은 곧 기업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20년 기준, 미국 S&P 500 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는 21조 달러(2경 4297조 원) 이상으로 총자산의 9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양질의 IP 확보가 곧 기업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겁니다. 마치 마블이 마블 코믹스라는 IP를 갖고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왜 카카오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을까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에는 웹툰, 웹 소설, 멜론 이라는 IP가 있습니다. 또 자회사로 안테나, BH, 스타쉽 등 수많은 엔터테인먼트가 있습니다. IP와 연예인을 합치면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크래프톤도 배틀 그라운드를 게임으로만 끝내지 않고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해 유니버스를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마블 유니버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이미 마블 코믹스라는 탄탄한 IP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블 코믹스를 좋아하고 즐기는 수많은 팬덤이 있습니다. 마치 해리포터가 영화로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손꼽아 기다리고 봤던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크래프톤도 배틀 그라운드라는 확고한 IP가 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는 21년까지 5년 연속 스팀 최고 게임에 선정되면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게임인 거죠. 크래프톤은 확실한 IP를 놓칠 이유가 없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콘텐츠 프랜차이즈인 펍지 유니버스를 만들게 된 겁니다. 배우 마동석 님과 펍지 유니버스가 만든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는 22년 현재일(02/13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 344만 회를 넘기며 유니버스 구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이 펍지 유니버스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펍지 유니버스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첫 번째 게임 사용자를 넘어 팬덤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단한 팬덤을 만들어 새로운 게임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며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먼저 팬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 유튜브 채널의 펍지 유니버스에는 페이크 다큐인 미스터리 언노운을 시작으로 그라운드 제로, 방관자들, 붉은 얼굴 등 여러 단편 영화가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22년 현재일(02/13일) 기준 조회 수를 보면 미스터리 언노운 49만 회, 그라운드 제로 344만 회, 방관자들 114만 회, 붉은 얼굴 23만 회를 달성하며 많은 사람이 시청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배틀 그라운드 게임 사용자뿐만 아니라 펍지 유니버스라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만들어진 겁니다. 또한 펍지 유니버스에 홍보 전략도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제일 먼저 배우 마동석 님을 섭외하고 출연시킵니다. 마동석 장르라고 할 정도로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있습니다. 강하고 단단하고 그러나 유머가 있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또 마블 유니버스 영화인 ‘이터널스’에도 출연하며 글로벌적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단 한 명만이 살아남는 배틀 그라운드 스토리와 마동석 님의 이미지가 일치했고, 국내외 많은 팬덤을 보유한 배우를 출연시킴으로써 단 번에 펍지 유니버스를 알릴 수 있었던 겁니다. 다음으로 콘텐츠 소비자는 게임 사용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식당 매출이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골을 유지하며 새롭게 방문하는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골이 많다는 건 좋은 식당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매출이 계속 늘긴 어렵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려면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죠. 스팀에서 5년 연속 최고 게임에 선정됐지만 꾸준한 매출을 올리려면 신규 게임 사용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펍지 유니버스를 통해 배틀 그라운드를 접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신규 게임 사용자가 많아질 확률도 올라갑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것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진입장벽이 훨씬 낮습니다. 

마지막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 웹 소설, 영화 등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 산업은 20년 기준 6.9% 점유율로 위상이 낮지 않습니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배틀 그라운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등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글로벌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팬덤을 모으기 어렵다고 합니다. 배틀 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만큼의 임팩트를 다시 만들기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잘 만들어진 게임(IP)을 영화, 웹툰, 페이크 다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시도해야 합니다. 신과 함께, 미생 등 좋은 웹툰이 드라마 또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대중적인 인기를 받습니다. IP를 잘 활용할수록 부가가치는 커지게 됩니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판권을 팔 수도 있으며 글로벌적인 인기를 끌고 팬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시대는 누구든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제공할 수 있습니다. 크래프톤이 영화관이 아닌 유튜브에 단편 영화를 공개한 것처럼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플랫폼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송길영 저자의 <그냥 하지 말라>를 보면 앞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 또는 플랫폼 프로바이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의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거나, 수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겁니다. 크래프톤의 펍지 유니버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선택한 겁니다. 이미 배틀 그라운드라는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멈추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겁니다. 기존에 하던 게임이 아닌 새로운 영역인 유니버스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오늘 글의 시작인 김창한 대표의 말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쉽게 한 일은 남도 쉽게 할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해낸 일은 

남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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