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짜증이 생길 때가 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는데 “이게 답니까?”라는 핀잔을 들었을 때다. 대체 뭘 더 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답답해진다.
그런데 좀 다른 의미의 짜증, 허탈함이 생길 때가 있다. 기껏 결과물을 가지고 갔는데 “뭘 이렇게까지 했어? 간단히 정리해서 주면 되는데... 여하튼 애썼어.”라는 말을 들을 때다.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하며, 다른 일도 미뤄가며 겨우 마무리했는데, ‘그 정도로 할 건 아니었다’라니. 그 업무에 쓴 시간이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둘 중 뭐가 더 화가 나는지는 중요치 않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에 집중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일을 시작할 때 먼저 서로의 ‘끝 그림’을 확인하는 것이다.
👦구성원이 할 일
“본부장님께 제출할 영업 실적 보고서가 필요하니,
과거 실적 보고서 정리해서 월요일까지 갖다 줘요”
리더로부터 다음과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구성원은 리더가 원하는 '끝 그림'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B/ Background - 그 일을 해야 하는 배경
앞의 사례로 설명하면 '보고서가 필요한 이유'다. 직원들의 실적 추이를 보기 위한 건지, 과거 실적 분석을 통해 영업 방침을 바꾸기 위한 목적인지를 알아야 자료를 찾기 수월해진다.
O/ Output - 결과물의 형태
PPT로 해야 하는지, 엑셀로 하면 되는지,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하면 되는지 리더가 필요로 하는 아웃풋 이미지가 무엇인지 확인하자.
D/ Due date - 마감기한
'월요일까지'는 그날 일과 중 일 수도, 자정까지 일 수도 있다. 언제까지 필요한지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I/ Information - 이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 대한 정보
과거 비슷한 일을 했던 적이 있다면 이번 일을 하는 데에 큰 참고 양식이 될 수 있다. 지난번처럼 처리해도 되는지, 혹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참고할 만한 자료는 없을지 리더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 리더가 할 일
리더도 구성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위의 BODI를 기반으로 정보를 줘야 한다. 일 주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명확하게 일을 지시하는 것은 구성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성과를 최대화 시키기 위해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구성원 입장에선 업무의 배경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수월해지고, 아웃풋 형태를 알아야 PPT로 만들었다가 엑셀로 다시 만드는 등 '삽질'을 줄일 수 있다. 마감기한을 정확히 알면 다른 일과 우선순위를 비교하여 업무 계획을 할 수 있고, 과제 수행과 관련된 정보를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맨땅에 헤딩' 식으로 자료를 찾아 헤매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속도 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빨라도 목적지가 잘못돼 있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 지시할 때 충분한 정보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공유했는지, 리더의 지시를 명확히 이해하려 노력했는지,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점검해 보자.
> 작성자: HSG 김예슬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