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 다들 아실 겁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본래 터를 잡고 있었던 사람을 내쫓거나 해를 입힌다는 뜻으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부정적인 표현임이 분명합니다. 그럼 조직 관점에서 ‘굴러온 돌’은 누굴까요? 바로, 새로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경력 입사자’입니다.
지난 칼럼에도 썼듯 요즘 같은 '대퇴사 시대'에 이직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력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굴러온 돌’을 바라보듯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기존에 박혀있던 구성원과 잘 지내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직한 회사에서 해야 할 3가지 '관계 맺기'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나를 어필? No! 동료에게 집중하기
이직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새로운 조직에서 빨리 나의 매력과 능력을 보여주고,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들죠. 그래서 가끔 무리수를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때에는 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 매력을 보여줘서 사람들을 끌어오려 하기보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 동요가 있습니다.
어떤가요? '인사하기, 얘기 들어주기, 맞장구치기, 제일 멋진 방법은 마음으로 들어주기'라는 가사가 인상 깊지 않나요?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이지만 다 큰 성인이, 그리고 수줍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직장에 친구 사귀러 오는 것은 아니라지만 친밀한 관계가 없다면 적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굴러온 돌'로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다면 내일부터 위의 방법들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먼저 인사하고 나의 이야기에 마음을 담아 들어주는 동료를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도움 주는 동료 되기
그런데 새로운 조직이 ‘관계’보다는 ‘업무’로만 엮인 곳이라면 어떡해야 할까요? 이런 조직에서는 괜히 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간 이상한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조직 내에서는 ‘업무적 관계’, 즉 일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자연스럽게 편안한 관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럼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전 직장에서 활용했던 방법 알려주기
예전 직장에서는 당연했던 것이 새로운 조직에선 신선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업무 관련 Tool, 유용한 사이트, 각종 프로그램 활용 방법,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 등 말이죠.
2️⃣ 새로운 업무에 자원하기
기존 멤버들에게는 이미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신규 프로젝트, 수명 업무 등이 들어올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먼저 나서서 해결한다면 동료들과 업무적으로 긍정적인 관계 맺기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3️⃣ 자발적으로 동료의 일 도와주기
조직의 업무가 루틴 하게 돌아가서 딱히 새로운 일이 없다면 어떨까요? 그럴 때에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동료의 일을 도와주면 됩니다. 비록 그것이 나의 성과(KPI) 달성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죠. 이것만큼 초반의 관계 맺기에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협조적 동료가 되려는 노력을 해 보세요 :)
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주기
참, 이때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도움받는 걸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도 썼듯이, 경력직 직원이 들어오면 기존 구성원들은 양가감정을 갖게 됩니다. 기대와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는 거죠. '나의 경쟁 상대'가 생겼다는 불안감을 가진 사람에게 도와주겠다고 나선다면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내 일을 뺏으려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하면 ‘뭘 안다고 저러는 걸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고요.
이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가지 팁이 있습니다.
1️⃣ 기존 방식 인정하기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업무 지원을 해 줄 때에는 ‘레토릭’ 즉, 표현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기존 구성원들은 원래의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기존 방식을 일단 ‘인정’해야 합니다. “아마 00 목적에서(00한 이유로) 그렇게 하셨던 것 같습니다”와 같은 표현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죠. 그래야 듣는 사람들이 공격받는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2️⃣ 기존 구성원들의 특성 미리 파악하기
구성원들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은 누구인지, 본인만의 영역이 강해서 섣불리 다가가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사람은 누군지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 ‘슈퍼 커넥터’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조직의 리더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죠.
그럼 도대체 슈퍼 커넥터가 누군지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세요. 이직자에게 가장 먼저, 혹은 가장 자주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넓히는데 아주 관심이 많거든요. ’슈퍼 커넥터’를 통해 구성원들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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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으로 시작했으니 속담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직자는, 좋으나 싫으나 ‘굴러 들어온 돌’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구르는 돌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안 낀다’는 말처럼,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니까 말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 더 멋진 미래를 만들어 나가시길, 모든 이직자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김한솔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