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면 팔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땐 위에서 떨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만 잘하면 됐죠. 하지만 이젠 주도권이 소비자로 넘어갔습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신선한 것’을 만들어야 팔리는 시대입니다. 때문에 근면성보다는 창의성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리더들이 보기에 우리 직원들은 참 창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쟁사에서는 맨날 뭔가를 빵빵 터트리는데 우리 회사만 뒤처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매번 회의 때 다그치듯이 묻죠.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 그런데 조직에서 창의성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심리적 문턱 낮추기
아이디어 좀 내보라는 말에 우리 직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말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나서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불안해서’입니다. 괜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기존만큼의' 성과도 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죠. 이런 걱정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리더뿐입니다.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기준 낮춰주기
리더가 해야 하는 첫 번째 방법은 '기준을 낮춰주는' 것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성공의 기준을 낮춘다'고 합니다. 너무 잘하려는 부담이 크다 보면 있던 창의성도 사라지기 때문이죠.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 달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 방식을 따르게 됩니다. 원래 하던 대로 하면 큰 성공은 어려워도 평균적인 결과는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초기 IBM도 비슷했습니다. 영업사원들에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했지만 늘 그대로였는데요, 하지만 한 가지를 바꾸자 새로운 시도를 통해 목표치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바뀐 것은 바로 ‘낮은 할당량’이었습니다.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자 구성원들이 ‘이 정도는!’이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처럼 ‘완벽’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조금씩이라도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하기
리더가 해야 하는 두 번째는 ‘질문’입니다. 질문해 봐도 달라지는 것 없다고요? 그동안 리더님들의 질문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죄송한 얘기지만) 리더님의 잘못된 생각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대화를 살펴볼까요?
리더 😀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구성원 😀"!@$@~%&*를 해보면 어떨까요?"
리더 🤔“흠...그건 좀...”
구성원 🙄"그렇다면 ^%*&~!$#@는 어떠세요?"
리더 🥱“흠...그런 거 말고 뭐 좀 색다른 거 없을까?”
구성원 🤐(일동 침묵)
리더 😩"그냥 내가 첨에 얘기했던 대로 합시다~"
구성원 😤('답정너야 뭐야..-_-...')
구성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리더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 생각과 다른 의견도 귀에 들어올 겁니다. 답을 ‘함께’ 찾아가려는 마음으로 묻고 들어야 구성원의 창의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리적 환경 만들기
리더의 노력과 함께 조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사무실 공간 혁신 같은 게 대표적이겠죠. 높은 천장, 밝은 자연 채광, 그리고 자연의 초록색.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하고 있는 노력들입니다.
이런 게 정말 효과가 있냐고요? 한 실험에서 심리학자들이 천장 높이를 다르게 하고 참가자들에게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실험 결과 ‘높은 천장’이 있는 곳에서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가, 낮은 천장에서는 집중력이 필요한 문제의 점수가 높았다고 합니다.
따뜻한 색의 조명이 창의성을, 푸른기가 도는 조명이 집중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초록색이 창의성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에 사무실에 화분을 놓거나 옥상 정원을 만드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애플의 Apple Park의 경우, 내외부 모두 곡면 유리로 만들어 어디서든 햇빛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아마존은 시애틀 한복판에 3개의 투명한 유리구를 합친 모양의 ‘온실’을 표방한 사무실을 지었습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우리 회사 규모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는 것이 오픈 스페이스입니다. 답답한 파티션을 걷어내고 동료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타 부서 간 협업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또 반대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오히려 잡담이 많아지고 너무 시끄러워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기업들은 다시 한번 사무실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요점은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방형 공간에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소규모 회의를 위한 공간, 전화나 화상 회의를 위한 독립 공간, 방음 처리가 된 고립 공간 등, 업무 속성에 따라 일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공간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여주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요? 업무 속성에 맞게,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지원을 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재능이 그렇듯, 키우고 개발하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창의성도 마찬가지죠. 리더가 구성원에게 어떤 기회를 주느냐, 조직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조직은 창의성을 키우는 곳일까, 숨기는 곳일까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 글쓴이: HSG 휴먼솔루션그룹 김한솔 수석연구원